기본설계 기밀 공개 논란… HD현대 vs 한화오션 '정면충돌'
2년 지연에 1조 비용 상승 압박…7월 계약 목표 '흔들'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방위사업청이 26일 총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제안요청서(RFP)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동시 배부하기로 하면서, 영업기밀 침해와 절차적 공정성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KDDX는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사업으로, 선체와 전투체계(이지스급 기능)를 모두 국산화하는 해군 핵심 전력 증강 프로그램이다. 북한이 최근 '한국판 이지스' 대응 전력과 해상 미사일 능력 강화를 병행하는 가운데, 해군의 기동함대 완성 시점과 직결된 사업이다.

당초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2024년 상세설계와 선도함 착수에 들어가는 일정이었으나, 업체 간 분쟁과 정책 혼선으로 약 2년 넘게 지연됐다.
RFP는 요구 성능과 운용 개념을 제시하고 사업 수행 방안을 묻는 핵심 문서로, 이번 배부안에는 기본설계 결과물이 참고자료로 포함된다.
문제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설계 산출물에 자사 영업기밀이 포함됐다"며 한화오션 제공 금지를 요구, 법원에 가처분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함정사업은 통상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선도함→후속함 순으로 진행되며, 국내 규정상 기본설계 입찰 시 경쟁사에 개념설계 자료를 '열람만 허용'해왔다.
이에 대해 방산업계에서는 이번에 기본설계 결과물을 경쟁사에 제공하는 방식이 채택된 데 대해 "기존 관행과 배치된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총 7조8000억원 사업에서 6척 건조가 목표이며, 업계는 2년 지연 동안 원자재·환율 상승을 반영할 경우 총사업비가 약 1조원 증가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보안 규정 위반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은 3년간 1.8점 감점이 적용됐고, 추가 1년 1.2점 감점 여부는 미확정 상태다. 평가 점수에 따라 수주 향배가 갈리는 구조에서 보안 감점과 설계자료 공개가 동시에 작용하면 경쟁 조건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사청은 "사업 지연이 심각하다"며 RFP를 계획대로 배부하고,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자료 회수 등 사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처분 인용 시 제안서 접수와 7월 계약 일정이 동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1·2번함 공동설계' 등 규정 밖 안건이 번복된 전례까지 겹치며, 절차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에 대한 방사청의 업무 처리 방식에 신뢰가 현저히 약화된 상태다.
결국 KDDX는 '기밀 보호 대 경쟁 촉진'이라는 구조적 충돌 위에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법원 판단과 방사청의 후속 조치에 따라 사업은 정상궤도 복귀 또는 추가 지연의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