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式 '관세 드라이브' 재가동 의지 분명히 해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이 자신의 관세 조치에 위법 판결을 내린 지 불과 3시간 만에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법적 권한을 총동원한 '새로운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사법부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 "대안 많다"... 무역법 122조·301조 즉시 가동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이 사용을 금지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대신 무역법(Trade Act) 122조를 꺼내 들었다. 그는 이를 통해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보편적 글로벌(global) 관세를 즉시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부과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있다"며 "대법원이 잘못 기각한 관세들을 대체할 훌륭한 대안들이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불균형 시 대통령이 최대 150일간 임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0일 이후 의회 승인을 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럴 필요가 없다. 나에게는 관세를 부과할 고유의 권리가 있다"고 단언하며 의회와의 협치 가능성을 일축했다. 아울러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조사권을 규정한 무역법 301조를 가동해 추가적인 보복 관세까지 예고했다.
◆ 사법부 향한 독설… "비애국적이며 수치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법부를 향해 전례 없는 수준의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대선 승리를 통한 민의를 강조하며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책을 가로막는 대법관들은 매우 비애국적이며 헌법에 불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이 지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 일부가 위헌 측에 가담한 것을 두고 "특정 대법관들이 부끄러울 지경(ashamed of certain members)"이라며 배신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 아전인수식 여론전도… "대법원이 내 권한 확인"
흥미로운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중적인 대응이다. 연단에서는 대법원을 맹비난하면서도,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에서는 "대법원이 내게 수입 금지 등 더 강력한 권한을 확인해줬다"며 판결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아전인수격 여론전을 펼쳤다. 특히 판결 과정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판단한 브렛 캐버너 대법관을 향해 공개적인 감사를 표하며 사법부 내 '편 가르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전쟁의 여파로 타격을 입은 농민들에게 12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bailout)을 단행했던 전례를 상기시키며,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더욱 많은 돈을 거둬들이게 될 것이며 그 덕분에 더 강해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으로 회견을 마무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대통령의 도전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분명해진 사실은, 이 나라 최고법원(연방대법원)의 판결조차 1980년대부터 그가 주장해온 관세 정책을 구현하려는 의지를 꺾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기자회견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캐버너 대법관의 반대 의견서(dissenting opinion)에 담긴 내용을 자신에게 유리한 법적 허점으로 삼아 집요하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는 의회의 권한 위임이나 법원의 승인 없이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여전히 관철할 수 있다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고 전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