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와 자산관리 업종을 차례로 강타한 데 이어, 이번에는 부동산 서비스주가 이른바 'AI 공포 트레이드(AI scare trade)'의 최신 희생양으로 떠올랐다.
11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CBRE그룹(CBRE)과 존스 랭 라살(Jones Lang LaSalle,JLL) 주가는 각각 12% 급락했고,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CWK)는 14%나 떨어졌다. CBRE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모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2020년 시장 급락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고수수료·노동집약적 비즈니스 모델 전반을 재평가하면서 상업용 부동산(상업용 리얼에스테이트·CRE) 업종에 또 한 번 충격이 가해졌다는 분석이다.
키프 브루엣 앤 우즈의 제이드 라흐마니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AI에 의해 교란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고수수료·노동집약적 비즈니스 모델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매도세가 "복잡한 거래 업무에 대한 단기적 위험을 과도하게 반영했을 수 있으며, 장기적인 AI 영향은 여전히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 상업용 부동산, 구조적 역풍 속 'AI 변수'까지
이번 조정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 겹악재가 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사무실 수요가 구조적으로 흔들린 가운데, 고금리와 거래 위축이 겹치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AI 리스크 우려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AI 열풍이 데이터센터나 최상급(프라임) 오피스 임대 수요를 자극하는 등 일부 영역에서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시장은 동시에 AI가 업무 자동화와 거래 절차 간소화를 통해 중개·자문 등 인력 중심 비즈니스에 압박을 가할 수 있을지 저울질하고 있다.
CBRE와 존스 랭 라살 등은 호텔·물류창고·아파트·생명과학 연구시설 등 다양한 자산군에서 자산관리, 가치평가, 투자매각 사업을 확대하며 업황 둔화를 완충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급락으로 이들 종목은 소프트웨어, 사모신용, 자산관리, 보험 중개업체에 이어 'AI 공포 트레이드'에 새롭게 편입된 사례로 꼽히게 됐다.
◆ "뉴스는 없는데 주가만 급락… 과도한 반응"
월가에서는 이번 하락을 두고 "뉴스 대비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클레이스의 브렌던 린치 애널리스트는 "오늘 나온 뉴스 흐름이 제한적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주가 하락은 과도해 보인다"며, 약세의 일부는 "AI가 고용시장과 상업용 부동산 수요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험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어제와 비교해 새롭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투자 심리를 뒤흔든 촉매는 지난주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의 신형 도구였다.
앤트로픽이 법률 서비스부터 금융 리서치, 부동산 관련 업무까지 자동화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하면서, 'AI가 전문 서비스 업종의 수익원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소프트웨어와 금융에 이어 부동산 서비스까지 확산된 것이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최근 가파른 매도가 '무릎 반사적 반응(knee‑jerk reaction)'에 가깝고, 실제 위험을 과대평가한 것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프리스의 조 딕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임대 및 자본시장 사업에 대한 AI의 직접적인 위협은 제한적"이라며 "CBRE와 경쟁사들은 방대한 데이터와 업계 네트워크라는 규모의 이점을 갖고 있고, 대형 임대·대형 거래의 중개자로서의 위치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AI 공포 트레이드' 어디까지 갈까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월가는 소프트웨어 기업, 사모신용 업체, 자산관리사, 보험 중개사에 이어 부동산 서비스주까지 연달아 매도했다.
AI가 가져올 구조적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과, "일단 팔고 보자"는 단기 심리가 뒤섞인 전형적인 공포 트레이드 양상이다.
앞서 AI 세무 툴 우려로 자산관리주가 급락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핵심 쟁점은 "AI가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수익 모델을 잠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시장에서는 대형 부동산 서비스 기업들이 인력 구조 조정과 자체 AI 도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며, 오히려 경쟁 우위를 강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결국 'AI 공포 트레이드'가 일시적 과민반응에 그칠지, 아니면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업종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다시 쓰는 계기가 될지는 향후 몇 분기 실적과 AI 도입 속도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