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인공지능(AI) 기술이 금융 자문 영역으로 본격 진입하면서 'AI 리스크' 공포가 금융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 업종이 AI 리스크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이번에는 금융·자산관리주가 다음 타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LPL 파이낸셜 홀딩스(LPL Financial Holdings)는 하루 만에 8% 급락했다. 찰스 슈왑(Charles Schwab)과 레이먼드 제임스 파이낸셜(Raymond James Financial)도 각각 7~9% 하락했으며, 모간스탠리 주가 역시 2% 떨어졌다.
이번 급락은 스타트업 알트루이스트(Altruist)가 공개한 AI 세무 플랫폼 '헤이즐(Hazel)'이 금융 자문 시장의 구조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회사 측은 이 시스템이 고객의 세금 신고서, 급여 명세서, 계좌 명세서, 이메일, 자문가 CRM 데이터 등을 분석해 '몇 분 내 개인 맞춤형 세금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기술이 기존 금융 자문사의 고수익 영역을 잠식하거나, 최소한 수수료 마진을 압박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닐 사입스 애널리스트는 "AI가 자산관리 모델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매도세의 본질"이라며 "효율성 제고에도 불구하고 장기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소프트웨어서 금융·보험으로 번진 AI 충격
이번 조정은 지난달 소프트웨어 업종이 겪은 'AI 쇼크'의 확장판으로 평가된다.
당시 앤트로픽(Anthropic)의 신형 AI 모델이 법률·회계·개발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서비스나우와 리걸줌 등 관련 종목이 급락했고, 아이셰어즈 확장 기술·소프트웨어 ETF(IGV)는 올해 들어 19% 하락했다.
이 같은 AI 충격은 이제 금융 섹터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자산관리와 브로커리지에 이어 보험 중개업체들도 AI 우려의 직격탄을 맞았다. 인슈리파이(Insurify)의 보험료 비교 AI 공개 이후 S&P500 보험 지수는 월요일 3.9% 급락했다가, 다음 날 0.7% 반등하며 불안과 안도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UBS의 마이클 브라운 애널리스트는 "향후 1~2년간 금융 자문 기업들의 수익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고 진단했다.
반면 레이먼드 제임스의 윌마 버디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매도는 과도한 반응"이라며 "여전히 고객들은 자신의 자산을 사람에게 맡기고 싶어 한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AI 경쟁이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본다.
로고 테크놀로지스(Rogo)나 헵비아(Hebbia) 같은 스타트업들이 'AI 뱅킹 애널리스트'와 자동화된 리서치 플랫폼을 개발 중이고, 오픈AI는 인튜이트(Intuit)와 협력해 챗GPT에서 금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 월가 'AI 공포론' 진화 나서
과열된 우려를 진정시키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블랙스톤, 아레즈 매니지먼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 주요 자산운용사 경영진은 최근 "AI가 전통 금융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됐다"고 잇따라 강조하고 있다.
아레스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아루게티 CEO는 "AI 리스크를 검토한 지 5년이 넘었다"며 "공개 시장이 이제서야 이를 테마처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오히려 낯설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AI가 금융 서비스의 구조를 재편할 수는 있어도, 인간 자문가의 신뢰와 관계 중심 조언까지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여전히 우세하다.
AI 혁신이 금융업 전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쓰게 만들 수 있다는 기대와, 기존 수익 구조를 잠식할 것이라는 공포가 교차하는 가운데, 월가의 긴장감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