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 잠수함·전작권·국방비 3.5%…한국을 겨냥한 미국의 NDS
콜비, 캠프 험프리스 방문…현장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전력 '체크'
제1도련선·인도·태평양 전략 재설계…한국, '전진 기지' 역할 떠맡을 가능성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표적인 안보 전략가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정책담당 차관이 25일 입국해 26∼27일 이틀간 숨가쁜 방한 일정을 소화하며 한미동맹의 역할 분담과 한국군 주도 방위 구상을 본격화했다.
26일 오전 콜비 차관은 서울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잇따라 만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국방비 증액 등 한미동맹 핵심 현안을 놓고 연쇄 협의를 진행했다.

콜비 차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발표된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에 담긴 "한국의 주도적 역할" 구상을 설명하며, 한반도 재래식 방위에서 한국이 전면에 서고, 미국은 핵·미사일 차원의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구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콜비 차관은 이날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안규백 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반도 안보 정세,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협력, 전작권 전환 추진 일정, 한국의 국방비 증액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콜비 차관은 작년 4월 부임 이후 첫 해외 순방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배경을 거듭 언급하면서 "모범 동맹국인 한국과의 국방 협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회담에서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와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한미동맹 발전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2026년을 양국 국방협력의 실질적 성과를 가시화하는 해로 만들자고 콜비 차관에게 제안했다. 양측은 특히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협력이 한반도 방위에서 한국군 주도의 방위 역량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한미 군사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하고, 정례적 협의 채널을 통해 세부 이행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지난 23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도 심도 있게 검토했다. 새 NDS에는 "한국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더 제한적인 미국 지원을 받으면서 대북 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는 문구가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래식 전력에 의한 대북 억제는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구도다. 안 장관은 회담에서 "한국군 주도의 한반도 방위를 구현하기 위해 전작권 전환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전작권 전환을 위한 양국 간 소통·협력 강화를 요청했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앞서 콜비 차관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한국이 '모범 동맹'으로서 자체 국방력 강화와 역할 확대를 통해 한반도 방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한미 양측이 '한국의 한반도 재래식 방위 주도' 원칙에 공감대를 형성함에 따라, 그간 지연돼온 전작권 전환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조 장관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의 호혜적·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제시한 점을 상기시키며, "조속한 시일 내 구체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외교·국방 당국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이어가자"고 당부했다.

조 장관은 특히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한미 핵잠수함 협력이 한국의 억제력을 강화함으로써 동맹 전체의 억지 태세에도 기여하는 사안임을 강조하면서, 실무 차원의 본격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도출해 나갈 것을 요청했다. 콜비 차관은 이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도 만나 한미동맹 전반과 역내 전략 환경, 인도·태평양 방위구상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콜비 차관은 안규백 장관과의 회담을 마치고 이날 오후 열린 세종연구소 초청 강연에 참석, "전쟁부 정책차관으로서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공동 책임에 기반한 동맹' 원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으로 증액하고 재래식 방위 책임을 확대하기로 한 결정을 "매우 현명하고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는 한미동맹을 장기적으로 더 튼튼하게 만드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콜비 차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글로벌 성장의 중심이자, 한국을 포함한 세계 제조업의 핵심 허브이자, 21세기 지정학의 중추"라고 규정하며, 이 지역의 향방이 미국의 장기적 안보·번영·자유를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시아의 안정은 어느 한 국가도 이 지역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력 균형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미국의 인도·태평양 방위전략이 제1도련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 해협)에 '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필리핀·한반도 등지에 분산된 군사 태세를 통해 잠재적 침략이 실질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이번에 발표된 새 국방전략(NDS)에 "힘을 통한 평화" 논리가 명확히 반영돼 있다며 "미국은 중국을 지배하려 하지 않고, 고립시키거나 굴욕을 주려는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어떤 국가도 패권을 강요할 수 없는 안정적 균형 상태"라는 것이다. 콜비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미국의 이익과 권력의 현실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선택했다"며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이 보여주듯 미국은 이제 유연한 현실주의에 기초한 전략으로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콜비 차관은 26일 오후 마지막 일정으로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찾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으로부터 전작권 전환 계획, 주한미군 태세, 작전계획(OPLAN) 등을 보고받았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X)에 "정책 담당 국방차관으로서 첫 해외 순방으로 한국을 찾은 콜비 차관을 환영하게 돼 기쁘다"며 "국방 전략과 통합 억제에 대해 매우 의미 있는 논의를 나눴고, 한미동맹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고 적었다.
지난 25일 방한한 콜비 차관은 평택 캠프 험프리스 방문 일정을 소화한 뒤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7일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