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경쟁 넘어 생태계로"…소버린 AI 기반 국가 AX 전략 본격화
정부 독자 AI 프로젝트 1차 결과 공개…2차 단계 고도화 경쟁 돌입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1차 성과가 공개됐다. 네이버클라우드·업스테이지·SK텔레콤·NC AI·LG AI연구원 등 5개 정예팀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각 사의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성과와 함께, 이를 산업·공공·일상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네이버클라우드는 텍스트·이미지·오디오를 통합 학습하는 옴니(Omni) 파운데이션 모델을 중심으로 '소버린 AI 생태계' 구축 전략을 제시했다. 단일 모델 경쟁을 넘어, 모델을 개발·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와 실제 문제 해결을 담당하는 AI 에이전트, 이를 사용자에게 연결하는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엔드투엔드 구조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AI 기술 총괄은 "파운데이션 모델은 성능 경쟁에 그쳐서는 의미가 없고, 실제로 작동하는 생태계로 연결돼야 한다"며 "모델·인프라·에이전트·플랫폼이 하나의 흐름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전 국민을 위한 소버린 AI가 완성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어와 한국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는 옴니 모델을 통해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AI로부터 소외된 계층까지 포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지도와 거리뷰 같은 공간 정보와 물리·맥락 데이터를 결합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월드 모델'로 하이퍼클로바를 확장,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등 현실 세계 서비스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스테이지는 '솔라 오픈 100B'를 중심으로 한 추론 중심 파운데이션 모델 전략을 제시했다. 발표에서는 대규모 GPU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학습 최적화, 장애 자동 복구, 토큰 처리 효율 개선 등 실제 초대형 모델 개발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기술적 해법을 상세히 소개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정부 지원 인프라는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만큼 단 한 순간도 낭비할 수 없다는 각오로 개발에 임했다"며 "솔라 오픈 100B는 단순히 말을 잘하는 모델이 아니라, 질문을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해 보고서·슬라이드·심층 리서치를 수행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델을 독점하기보다 공개하고 공유해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한국 AI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는 길"이라며 "이번 100B 개발로 슬라이드 제작과 딥리서치 같은 고도 기능이 가능해졌다. 향후 200B, 300B, 멀티모달 모델로 확장해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는 수준으로 올라서 AI 3강 목표를 함께 이루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국내 최초 5000억(500B) 파라미터급 초거대 모델 'A.X K1'을 공개하며, 대규모 모델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반도체(HBM)부터 데이터센터,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수직 통합 역량을 기반으로 초거대 모델 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정석근 SK텔레콤 AI CIC장은 "A.X K1은 연구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의 디지털 사회간접자본이 될 국가대표 AI 모델"이라며 "먼저 압도적인 스케일의 모델을 확보한 뒤, 이를 교사 모델로 활용해 다양한 산업·서비스용 AI를 파생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500B는 시작일 뿐이며, 향후 1조 파라미터 이상 모델로 진화시켜 한국이 AI를 소비하는 나라가 아니라 수출하는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며 "1T급 이상 모델은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영상·행동까지 통합 이해하는 능력을 갖춰 글로벌 톱 레벨 AI와 경쟁하는 체급이 된다"고 자신했다.

NC AI는 독자 모델 '배키(VAETKI)'를 앞세워 산업 특화 소버린 AI 전략을 제시했다. 무조건 큰 모델이 아닌, 각 산업의 데이터·보안·운영 환경에 맞게 최적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철강·자동차·방산·물류 등 대한민국의 핵심 산업들이 AI라는 날개를 달 때 세계 무대에서 다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며 "배키는 도메인 전문성, 통제 가능한 보안, 비용 효율성을 모두 고려한 산업 중심 파운데이션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다수 산업 현장에서 실증이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AI 3대 강국 도약의 현실적 토대를 만들겠다"며 "1차에서 100B급 기틀을 마련했고 2차에서는 200B급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 성능을 달성하겠다. 3차 단계에서는 산업 특화·확산형 모델을 개발하고, 4차 단계에서 멀티스케일·멀티모델 패키지로 산업 확산을 완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EXAONE) 계열의 축적된 성과를 토대로, 이번 프로젝트에서 프론티어급 모델 'K-엑사원' 개발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혼합(MoE) 구조와 하이브리드 어텐션을 통해 제한된 인프라에서도 글로벌 모델과 경쟁 가능한 성능·효율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최정규 LG AI연구원 Agentic AI 그룹장은 "K-엑사원은 성능 경쟁뿐 아니라, 국가대표 AI로서 요구되는 신뢰성과 안전성을 함께 고려해 설계됐다"며 "데이터 컴플라이언스와 윤리 체계를 전제로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쓰일 수 있는 AX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조·바이오·금융·공공 등에서 이미 의미 있는 적용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확장까지 이어가겠다"며 "K-엑사원은 256K 컨텍스트 처리 등 장문 처리 능력을 갖추고, 일반 생성 모드와 심층 추론 모드를 제공한다. 국가 산업 전반의 AX 생태계를 자립시키고 글로벌 확장을 통해 AI 강국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1차 성과 공개를 시작으로 정예팀에 대한 본격적인 점검과 고도화 단계에 들어간다. 과기정통부는 다음 달 중 1차 단계평가를 통해 기술 성과와 향후 계획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2차 단계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독자 AI 모델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dconnec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