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생산라인 활용한 제품으로 투자 손실·추가 비용 無
미국 미시간 공장 ESS 전용 전환 등 생산 유연성 확보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고객사의 배터리 사업 철수로 4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전용 설비 투입이 없는 표준화 제품 계약이었던 만큼 재무적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6일 공시를 통해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Freudenberg Battery Power System) 와 체결한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상호 협의로 해지했다고 밝혔다.

계약 해지 금액은 약 3조9217억원(공시일 환율 기준)으로, 지난해 4월 체결한 전체 계약액(27억9500만 달러) 중 이미 이행된 1억1000만 달러를 제외한 잔여분이다. 금액은 향후 실사 및 환율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FBPS는 독일 Freudenberg Group을 모기업으로 둔 회사로 2018년 북미 배터리 팩 및 BMS 전문기업 엑살트에너지(Xalt Energy)를 인수해 출범했다.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에 기가팩토리를 운영하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모듈을 팩 형태로 조립해 북미의 상용 전기버스·전기트럭 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FBPS가 배터리 사업 철수를 검토하면서 이번 계약이 해지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 해지로 인한 재무적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용 설비나 맞춤형 연구개발(R&D) 투자가 없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나 투자 손실은 없다"며 "불확실한 고객사를 정리하고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일을 계기로 표준화된 배터리 라인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자동차사업부 산하에 신시장팀을 신설해 전기버스·전기선박·레저용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바로 적용 가능한 표준 제품으로 고객군을 다변화하고 있다. FBPS는 사업에서 철수하지만, 해당 제품을 사용하던 전기버스 완성차 업체들은 사업을 지속 중이어서 향후 시장 회복 시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 침체로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 합작 철회·계약 취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등은 이를 '선택과 집중'의 기회로 삼고 있다. 단순 수주보다 수익성 위주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성장 분야로 투자를 확대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공장을 ESS 생산 전용으로 전환해 올해 6월부터 조기 양산을 시작했고, 폴란드와 캐나다 합작공장 라인에서도 LFP 배터리 양산에 들어가는 등 생산능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표준화된 제품 라인업과 차별화된 글로벌 생산 능력이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ESS 등 미래 성장 동력에 자원을 집중해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