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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공실험실] ② 남동발전 영흥본부, 24시간 '부두 순찰 로봇' 활용…국내 첫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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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우수 현장' 남동발전 영흥본부 방문
비전 AI·관제 시스템 갖춘 로봇 '코캅스' 개발
안전장구 미착용·선박 접안 속도 초과 등 감지
기술 보완·검증 거쳐 전 사업소 확대 적용 검토

[AI 공공실험실] 기획 시리즈는 공공기관이 인공지능(AI) 도입의 시험대가 되고 있는 현장을 조명한다. <뉴스핌>은 공공기관 각각의 업무 환경에 맞춰 직접 개발하고 적용 중인 기술 사례를 통해 공공 부문 AI 활용이 현장과 행정에 가져온 변화를 짚어본다.

[인천=뉴스핌] 김기랑 기자 = 회색 콘크리트 바닥 위로 작은 로봇이 천천히 움직인다. 사람 허리 높이보다 낮은 몸체에 센서와 카메라가 달렸고, 주행을 시작하자 머리 위 경광등이 규칙적으로 깜박였다. 로봇이 움직일 때마다 '삐—삐—' 경고음이 반복적으로 울리며 로봇의 이동을 알렸다.

지난달 19일 찾은 한국남동발전 인천 영흥발전본부. 이날 방문한 하역 부두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각종 중장비와 차량이 오가고, 작업자들의 동선도 수시로 바뀌어 안전 관리 난도가 높아 보였다. 이 현장에 사람 대신 투입된 것이 바로 AI 기반 부두 순찰 로봇이다. 남동발전은 '코캅스'란 이름의 로봇을 활용해 24시간 무인 안전 감시 체계를 실험하고 있었다.

◆ '코캅스', 부두 현장 4대 위험 순찰…"안전의식 훨씬 높아져"

코캅스는 남동발전이 항만·부두 현장의 안전 관리를 위해 개발한 AI 기반 순찰 로봇이다. 남동발전은 2022년 12월 개발에 착수해 약 12개월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23년 12월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 투입된 개발비는 약 3억5000만원이다. 코캅스에는 총 6개의 센서와 카메라가 탑재돼 비전 AI를 구현했고, 현장에서 수집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분석하는 관제 시스템까지 함께 구축했다.

특히 코캅스는 실외 전용 자율주행 로봇으로는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던 순찰 로봇들이 대부분 실내나 통제된 공간에서만 운용됐던 것과 달리, 코캅스는 비·눈·강풍 등 기상 변화와 노면 요철을 고려해 설계된 실외 전용 모델이다. 항만과 부두처럼 작업 환경이 수시로 변하고 위험 요소가 많은 현장을 전제로 개발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천=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남동발전의 부두 순찰 로봇 '코캅스'. 2025.12.20 rang@newspim.com

남동발전 관계자는 "한정된 실내 공간에서 사용하는 순찰 로봇은 이미 상용화된 사례가 있었지만, 실외 환경에서 자율 주행하며 안전을 감시하는 로봇은 이 제품이 국내 최초"라며 "기술적 완성도와 현장 적용 가능성을 인정받아 2023년 11월 특허 출원을 마쳤고, 이후 독일 국제발명전시회 금상과 국제발명가협회 특별상도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코캅스가 감시하는 대상은 부두 현장의 4대 중대 위험 요소다. ▲화재 발생 여부 ▲안전장구 미착용 ▲중량물 사고 위험 ▲선박 충돌 가능성 등을 AI로 상시 감시한다. 로봇은 '패트롤 모드'를 통해 24시간 자율 순찰을 수행하며, 특히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심야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운용된다.

이날 하역 부두에서 로봇이 이동을 시작하자 관제 화면에는 현장 모습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가 화면에 포착되자, 해당 인물 주위로 빨간색 인식 박스가 생성되며 즉각 경고 음성이 울렸다. "안전모 미착용 작업자가 발생했습니다. 안전모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흥본부 현장 관계자는 "사람이 계속 돌아다니며 감시하지 않아도, 로봇이 항상 보고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작업자들의 안전 의식이 확실히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인천=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남동발전의 부두 순찰 로봇 '코캅스'가 안전모를 미착용한 작업자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2025.12.20 rang@newspim.com2025.12.20 rang@newspim.com

코캅스의 역할은 단순한 순찰에만 그치지 않는다. 부두 현장에서 가장 치명적인 위험 중 하나는 선박 접안 사고다. 대형 선박이 접안 과정에서 속도를 제대로 줄이지 못하거나 정해진 경로를 벗어날 경우, 하역 설비와 부두 구조물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하역기는 수개월 동안 사용이 중단되고, 그 기간 동안 물류 처리 자체가 멈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위해 코캅스에는 3D 라이더와 카메라가 함께 장착돼 있다. 선박이 접안할 때 설정된 기준 속도를 초과하면 로봇이 이를 감지해 즉각 경고를 보낸다. 기존에는 사람이 육안으로 판단하거나 별도의 계측 장비에 의존해야 했던 영역이다.

현장 관계자는 "접안 속도는 순간적인 상황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 사람에게 부담이 컸다"며 "로봇은 배가 들어올 때마다 동일한 기준으로 속도를 감지하고 기록하기 때문에 사고 예방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남동발전에 따르면 올해 기준 코캅스의 자율주행 성공률은 99% 이상이다. 안전모 미착용 사례 11건을 적발했고, 차량 공회전으로 인한 과열 사례 1건도 발견했다. 모두 실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을 사전에 차단한 사례들이다.

현장 관계자는 "현재는 일부 인력을 보조·대체하는 수준이지만, 기술이 더 고도화되면 야간 순찰이나 반복적인 감시 업무의 상당 부분을 로봇이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남동발전, 전 사업소 적용 검토…"고도화 추진해 단계적 확대"

현장에서 로봇을 실제로 운용해 보면서 남동발전의 안전 관리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코캅스는 단순히 위험을 감시하는 장비를 넘어, 사람이 하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게 만드는 존재가 됐다. 반복적인 순찰과 감시는 로봇이 맡고, 사람은 판단과 대응에 집중하는 구조가 현장에서 구체화되고 있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안전이라는 게 사람이 계속 지켜보고 잔소리하면서 모니터링해야 하는 영역인데, 로봇이 돌아다니면 그런 부담을 사람이 계속 안고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로봇이 상시 순찰과 감시를 맡으면서, 현장 인력은 반복적인 확인 작업에서 벗어나 보다 중요한 판단과 대응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인천=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남동발전의 부두 순찰 로봇 '코캅스'가 안전모를 미착용한 작업자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2025.12.20 rang@newspim.com2025.12.20 rang@newspim.com

이 같은 변화는 곧 로봇의 역할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남동발전은 현장 운용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사 구간이 잦고 노면 환경이 수시로 바뀌는 부두 특성을 고려해, 바퀴 구조를 물리적으로 개선하고 순찰 동선과 활동 범위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AI 인식률을 높여 오경보를 줄이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한 판단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고도화도 추진한다.

남동발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로봇 한 대의 도입이 아니라, AI가 일차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면 사람은 판단과 조치에 집중하는 새로운 안전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현장에서 사람의 감시 역할을 줄이고 대응과 결정의 비중을 늘리면, 인력 운용의 효율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위험 상황에 대한 대응 속도와 일관성도 함께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적용 범위 역시 특정 현장에 한정하지 않는다. 현재 남동발전은 전 사업소로 코캅스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두와 항만처럼 작업 환경이 유사한 다른 사업장에도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추가적인 기술 보완과 검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단계적인 확대 적용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부두·항만이라는 작업 환경을 가진 곳이라면 기술적으로는 모두 적용할 수 있다"며 "실증을 통해 확인된 개선점을 반영해, 확대 적용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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