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일본 정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둘러싼 중국의 강경 대응 속에서, 미국이 충분한 공개적 지지를 내지 않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실망감을 표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7일 중의원에서 일본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며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중국이 강력히 반발한 상황에서도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공개적 지지가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은 야마다 시게오 주미 일본대사가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 보다 명확한 지지 표명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 |
| 지난 10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후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카이치 발언 이후 중국은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리고 일본 영화 상영 중단,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등 대응 조치를 잇따라 발표했다. 6일에는 오키나와 인근 공해 상공에서 중국군 전투기가 일본 자위대 전투기에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극히 유감스럽다"고 밝히며 일본은 중국에 강력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간 미국의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지난달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다카이치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말한 것이 사실상 유일한 공개 발언으로, 그 밖의 고위급 차원의 직접적 지지 표명은 나오지 않았다.
FT는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상 휴전에 합의한 뒤, 무역 협상을 해칠 수 있는 조치를 피하라고 참모진에 주문한 상황과 연결된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미국이 동맹 공약을 철회하고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지만, 워싱턴의 침묵에 대해 "깊은 실망감이 있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퍼 존스톤 전 백악관 일본 담당 고위 보좌관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대만 유사시 미군을 지원하겠다는 일본 총리의 가장 명확한 표현이었다"며, 워싱턴이 이를 공개적으로 환영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도쿄 주재 미국대사관의 메시지를 제외하면 미 정부는 사실상 침묵을 유지했다고 했다.
FT는 일본이 미국 측에 여러 차례 지지 요청을 한 이후, 미국이 "강력한 성명이 나올 것"이라고 통보했으나 실제로 나온 것은 국무부 부대변인의 X(옛 트위터) 게시물뿐이어서 일본이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번 주 크리스 랜도 국무부 부장관은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사무차관과 통화해 동맹 공약을 재확인했지만, 공식 통화문에는 중국의 공세적 대응은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일본 방문 당시 다카이치 총리와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했으나,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개적 지지 발언도 내놓지 않았다. 백악관은 일본의 추가 지지 요청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와 훌륭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만 답했고, 국무부 역시 부대변인의 X 게시물만을 다시 지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시진핑 주석과 통화한 뒤 다카이치 총리와도 통화하며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미·일 외교 소식통들은 FT에,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이 고조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특정 행동을 자제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전직 미국 당국자들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일본에 공개 지지에 나서야 했다고 입을 모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는 이런 공개적 지지 부재가 "일본과 대만 모두를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라스 번스 전 주중 미국대사는 "일본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대체 불가능한 동맹국"이라며 "중국의 위협과 협박에 직면한 다카이치 총리를 미국이 공개적으로 지지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