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탄생한 서울교육청 농촌유학 프로그램…만족도 90% 넘나들어
서울 학생들, 현지 교사·친구·자연과 교감…'소멸 두려움' 농촌엔 활력
서울-현지 모두 1년 연장 수요 높지만 '예산'이 관건
[제주=뉴스핌] 송주원 기자 = "서울에 9년 지기 '베프'가 있는데요. 서울이 좋은 이유는 그 친구 때문이에요. 서윤아, 사랑해! 너도 제주도로 오면 안 되겠니?"
초등학교 5학년 하린(가명) 양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농촌유학 프로그램으로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애초 6개월 과정이었지만, 6개월 더 연장해 1년을 제주에서 보내기로 했다.
11년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한 '베스트 프렌드' 서윤(가명) 양이 그리워도 제주 생활을 연장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승마학원 선생님이 꿈인데 서울 교육 문화보다 제주의 문화가 더 맞는 것 같고, 저를 가꿀 수 있는 환경이 좋다"라고 말했다. 하린 양의 야무진 인터뷰를 지켜보던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아이고, 큰일 났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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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제주시 평대초등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학부모들이 생태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
◆ 학교서 현지 선생님·친구와 교감… 수업 끝나면 통발 수거하는 일상
28일 뉴스핌이 방문한 서귀포시 성읍초, 제주시 평대초는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 프로그램에 따라 각각 서울 학생 8명, 10명이 공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은 서울 초·중학생이 일정 기간 농촌 학교에 다니면서 생태 친화적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21년부터 실시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가 매년 꾸준히 늘면서 올해 2학기에는 최다인 총 443명에 달했다.
농촌유학을 온 서울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에게 자연과 생태에 대해 배우고, 현지 친구들과 자연 속에서 어울린다. 강수연 성읍초 교장은 "처음에는 운동장에 돌아다니는 메뚜기에 기겁했지만, 지금은 함께 잡으러 다닌다"라고 전했다.
성읍초 전교생은 서울 학생 수를 포함해 56명이다. 학부모들은 학생 수가 적다 보니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깊이 교감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성읍초 농촌유학 학부모 A 씨는 "저희 아이는 과밀학교에 있었다. 수업도 컨테이너 교실에서 했고, 아이들의 존재감도 희미했다"며 "지금은 전교생들이 서로 이름을 다 알고, 6학년 형이 저학년 아이를 안아주며 과자를 준다. 이런 경험이 아이의 감성이 성장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방과 후에는 바닷가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부모님과 함께 놓아둔 통발에 무엇이 잡혔는지 보러 간다. 통발로 문어 4마리를 잡았다는 평대초 2학년 나연(가명) 양은 역시 농촌유학생인 '하담(가명, 평대초 3학년) 오빠'에게 나눠줬다고 자랑했다. 하담 군은 누나와 동생들을 포함해 4남매가 제주에서 농촌유학 생활을 하고 있다. 하담 군은 "제주에서 계속 살고 싶다. 여기서는 마음껏 놀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서울에서는 갇혀 있는, 감옥 같은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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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제주시 평대초 학생들이 연안습지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시교육청] |
◆ 서울-현지 학생·학부모 모두 만족도 높지만…예산이 '제동'
서울시교육청이 농촌유학에 대해 올해 상반기 만족도 조사 결과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88.4%, 추천 의향은 89.9%로 나타났다. 현지 반응도 좋다. 서울 학생들이 유입되며 침체된 학교와 지역에 활력이 돌고 있다. 김태용 성읍초 학교운영위원은 "학생 수가 줄어 학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만났다. 현지 아이들은 친구가 없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해소됐고, 서울 아이들은 도시를 벗어나 마음껏 뛰어노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며 "선입견과 고민도 많았지만 그건 어른들만의 사정이었다. 앞으로 더 자리를 잡아 본격적인 정책이 돼 지원이 됐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농촌유학을 마음껏 확대하지 못하는 이유는 예산에 있다. 예산 편성 시즌마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에는 농촌유학을 두고 긴장감이 감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023년 농촌 유학 근거가 담긴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폐지해 예산 10억 원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예산은 농촌유학 가정의 생계와 직결돼 있다. 가족체류형 학부모들은 서울 직장을 휴직하거나 집까지 처분하고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하담 군처럼 다둥이 남매가 다 함께 이주할 경우 미취학 아동이 포함돼 있을 수밖에 없는데, 미취학아동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세 아이를 데리고 제주에 온 성읍초 학부모 B 씨는 "아이들이 굉장히 만족하고 좋아해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는데 미취학아동에 대한 지원도 예산에 반영해 줬으면 좋겠다"며 "부모도 제주에 살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부모가 완연 한 제주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제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플랫폼을 열어줬으면 한다"라고 요청했다.
현지 아이들의 정서상으로도 1년 이상 체류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나온다. 평대초 교사 C 씨는 "어린이들의 가장 좋은 교재는 친구다. (농촌유학으로) 친구들이 더 풍부해지면서 현지 아이들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이별을 자주 반복하는 건 아이들에게 너무 슬픈 일이다. 체류기간이 더 길어져야 한다고 본다"라고 제언했다.
정 교육감은 "농촌유학 학생, 학부모들이 90% 이상의 만족도를 보이고 70~80% 비율로 1년 연장을 신청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고 있어 송구스럽다"며 "예산이 좀 더 확보되면 더 많은 학생들이 농촌유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