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학생 극단선택 언급엔 '울먹'
"수능 절대평가로 가야…고교학점제 부합하는 대입 제도 필요"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취임 1주년을 맞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으로 학교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음에도 학생 안전을 지켜낸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소회를 밝혔다. 아쉬운 점으로는 예산과 교원 축소를 꼽았으며,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이 늘어난 현안을 언급하면서는 북받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정 교육감은 23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념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 행사가 국가적으로 엉망이 되고, 같은 달 29일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법원 판결로 그만두게 되면서 고민 끝에 교육감 선거에 나가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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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개최한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
지난해 광복절에는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와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야권들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경축식을 불참하는 등 잡음이 컸다. 김 관장이 이른바 '친일 뉴라이트 인사'라는 이유였다.
조 전 교육감은 '해직교사 특별채용'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으며 교육감직을 내려놓게 됐다. 조 전 교육감의 후임으로 선출된 정 교육감은 지난 8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적 통합을 위해 노력하던 중 실정법을 위반한 사례"라며 조 전 교육감의 사면을 호소한 바 있다.
정 교육감은 "지난해 10월17일에 취임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해 12월3일 비상계엄이 터졌다. 계엄날 밤 교육감실에 모여 (학교의) 문을 닫아야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가 결정됐다"며 "정상적으로 문을 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다음날 아침 정상적으로 학교를 가게 했다. 이후 3~4개월 동안 시위 문제로 학생 안전 문제가 상당히 중요해졌는데, 큰 사고 없이 학생 안전을 무사히 잘 지켜낸 것이 1년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취임 후 '1호 결재' 안건이었던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에 대한 보람도 드러냈다. 해당 센터는 학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기초학력 문제를 심층 진단하고 학생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정 교육감은 "올해 1학기 4개 (개설이라는) 목표를 이뤘고 2학기에는 7곳이 추가로 열려 11개의 교육지원청이 만들었다. 내년에는 더욱 확산될 모델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기초학력 문제에 대한 재인식이 이뤄지고 난독, 난산, 느린 학습자라는 개념을 재발견하며 학생 모두가 빛나는 교육을 지향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마음건강종합계획 구성, '동진학교' 기공식 등 특수교육 진전을 성과로 꼽았다.
가장 아쉬운 점으로는 예산 부족과 교원 축소를 들었다. 정 교육감은 "가는 곳마다 '작년보다 예산이 줄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산이 줄어들고, 초·중등학교 각각 선생님들이 400명씩 감축된 일이 가장 아쉽다"며 "다행히 중등학교 선생님 감축은 막아서 줄어드는 속도를 저지했지만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면 교사가 부족한 부분이 많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예산과 인력은 국민적 합의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설득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교육부와 협력해 제대로 된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10대 사망 최다 원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나타나는 등 학생 마음건강이 악화한 문제도 언급했다. 정 교육감은 해당 문제를 언급하며 감정이 북받쳐 "학생 자살보고서를 봤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하면 교육감이 이 문제를…"이라며 말을 끝맺지 못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서는 "수능은 절대평가를 하는 게 좋겠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 교육감은 "상대평가가 가져오는 끊임없는 문제가 가까운 친구를 경쟁자로 만든다는 것"이라며 "다만 내신 절대평가의 경우 특목고와 자사고가 유리해지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 자신 있게 절대평가로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대학 입시 제도도 바뀌어야 하고, 제대로 된 추진을 위해서는 충분한 교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계가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내년에는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정상화를 바탕으로 서울시교육청 등 17개 교육청이 모여 우리나라 교육 거버넌스를 바로잡기 위한 토론하는 그림이 전개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인적인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제 일생의 과업이 서울시교육감을 해야 한다는 것 아니지 않겠나. 사람이 살다 보면 역사, 사회가 부르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그런 소리가 들리느냐, 안 들리느냐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된다"며 "개인적인 욕심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서울 시민들이 필요라 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