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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vs 대법원 충돌 '시즌 2' 기다린다...연준·시민권 소송 줄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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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건국 아버지들의 유산, 대법이 승계 "대표 없이 과세 없다"
트럼프식 우회로, 소송 늪에 빠질 위험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대표(민의의 대리자: 국회 의원) 없는 과세'에 반발해 혁명(독립전쟁)을 치른 직후였고, (그런만큼) 과세 권한의 특별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오로지 의회에만 '국민의 주머니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지난 20일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며 월권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리면서 제시한 핵심 논거다.

*"Recognizing the taxing power's unique importance, and having just fought a revolution motivated in large part by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 "The Framers gave Congress alone the power of the purse; they alone were to have access to the pockets of the people." (2026년 2월20일 연방대법원 판결문)

☞ 2026년 2월20일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문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재정을, 식민지 미국에서 세금을 걷어 충당하려던 1760년대 영국의 재정정책은 식민지 미국의 거센 반발과 독립전쟁을 초래한 핵심 원인 중 하나였다. 무거운 징수액만 문제였던 게 아니다. 영국 의회 내 자신(식민지 미국인)들의 의사를 반영할 대표(의원)가 없음에도 일방적 과세가 이뤄졌다는 데 대한 분노가 컸다.

그래서 나온 구호가 "대표 없이 과세도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다. 이는 미국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정치적 슬로건이 됐고, 이후 연방제의 근간을 이루는 작동원리 중 하나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확립한 이 원칙(N.T.W.R 대표 없이 과세도 없다)은 260여년이 흘러 현지시간 2월20일 트럼프의 상호관세 적법성을 다투는 대법원에서 다시 메아리쳤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거의 대부분 사안에서 대통령 편에 섰던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 다수로 구성된) 연방 대법원은 6대 3 과반으로 트럼프의 상호관세에 반기를 들었다. 외신들에서는 트럼프의 권능에 한계를 지운 역사적 사법 판단이라는 평이 뒤따랐다.

트럼프는 이번 판결을 놓고 "반미(反美)적" 대법관들의 일탈이라 거듭 비난했는데, 대법원과 트럼프의 충돌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향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리사 쿡 이사 해임을 둘러싼 송사, 그리고 '출생 시민권' 수정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재연될 수 있다. 물론 대법원 판결로 주요 정책들에 제동이 걸린다 해서 순순히 물러설 트럼프는 아니다. 다양한 우회로를 동원해 뜻한 바를 기어코 이루려는 트럼프의 고집스런 성정 탓에 크고 작은 소송은 더 빈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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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럼프의 거수기는 아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IEEPA에 근거한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아주 높은 확률로 위법 결정이 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이 다수를 이루는 대법원에 거는 기대가 컸다.

아래 블룸버그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 현재 연방 대법원은 보수적 성향 6명의 법관과 진보적 성향 3명의 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결론 내린 이번 판결에 찬성한 대법관 6명 가운데 3명이 보수 성향이다. 그 중에는 트럼프 행정부 때 임명된 대법관 3명 중 2명이 포함됐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보수, 부시 행정부 임명),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진보, 오바마 행정부 임명), 엘레나 카건 대법관(진보, 오바마 행정부 임명), 닐 고서치 대법관(보수, 트럼프 행정부 임명),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보수, 트럼프 행정부 임명),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진보, 바이든 행정부 임명),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보수, 부시 행정부 임명),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보수, 부시 행정부 임명), 브렛 캐버노 대법관(보수, 트럼프 행정부 임명). 현지시간 2026년 2월20일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결론 내린 대법원 판결에서, 여기에 동참한 대법관 6명 가운데 3명이 보수 성향이다. 그 중에는 트럼프 행정부 때 임명된 대법관 3명 중 2명이 포함됐다. 판결에 반대한 소수파 3명 법관은 모두 보수 성향으로, 한 명은 트럼프 행정부 때 임명됐다.[사진=블룸버그]

지난 1년 동안 대법원은 20건 넘는 긴급 신청(가처분신청) 사건 등에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 그 과정에서 대법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보조금과 기타 자금 집행을 중단하는 조치, 독립기관 수장의 해임,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금지 조치 등을 적어도 잠정적으로 허용했었다.

이런 전례 때문에 트럼프가 대법원에 걸었던 기대는 컸지만 바랐던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대표 작성한 이번 판결문은 "의회의 과세 권한을 모호한 표현으로 양도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 법률에 명기된 '수입' '규제'라는 단어들이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고 주장했지만 6명의 대법관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은 "만약 그러한 견해가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관세 정책에 대한 대통령 권한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의회가 관세 권한을 (대통령에) 위임할 때는 명시적인 조건과 엄격한 제한을 두고 위임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로버츠 대법원장은 닐 고서치 대법관,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과 함께 이른바 '중대 쟁점에 대한 질의(검증)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도 들고 나왔다.

이 원칙은 법원이 행정부의 광범위한 조치를 허용하는 법률을 해석하기 전에, 의회가 그런 조치를 명확하게 승인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내 보수성향 법관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 원칙을 반복적으로 적용해 학자금 부채 탕감 등 바이든의 주요 정책에 제동을 걸었던 적이 있다. 그런만큼 이번에도 그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했다.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반대 의견을 낸 소수파 3인, 즉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과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경우 대통령이 IEEPA에 따라 자신의 권한 내에서 행동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캐버노 대법관의 경우 "관세 분쟁은 외교 문제이며, 대통령이 헌법상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3명의 대법관 가운데 트럼프의 편에 선 이는 캐버노가 유일했다. 여기에 동참한 토머스와 알리토는 부시 정권 때 임명된 대법관이다.

UC버클리 로스쿨의 어윈 케머린스키 학장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조치를 그대로 승인해주는 '거수기' 역할을 거부한다는 메시지에 해당한다"며 "로버츠 대법원장이 '의회가 과세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법원은 이를 집행할 것'이라는 헌법적 전제에서 출발한 것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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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트럼프 vs 대법원 충돌 '시즌 2' 기다린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리사 쿡 연준 이사를 둘러싼 심리와 판결, 나아가 출생 시민권을 제한하려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둘러싼 송사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쿡 이사의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내걸어 해임을 시도하고 있지만, 지난 1월 심리 이후 법조계에서는 '대법관들이 쿡 이사의 지위를 당부간 유지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다. 쿡 이사는 사기 대출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며 "입증되지 않은 혐의를 이유로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이 사안은 법무부가 형사 기소 취지로 진행중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수사(당초 예산을 크게 웃돈 연준 본관 개보수 공사와 관련한 관리 소홀 책임 등에 대한 수사)와 맞물려 연준 독립성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

출생 시민권을 제한하려는 트럼프의 행정 명령 역시 대법원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말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 명령은 수정 헌법 제14조에 따라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거의 모든 이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전통적 법률 해석을 뒤집으려는 시도로 인식되고 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적어도 한 명의 부모가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인 경우에만 출생아에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그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하급심은 트럼프의 출생 시민권 제한 조치가 위헌이라고 잇따라 판결했다. 대법원 심리는 오는 4월1일 예정돼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의 ​​캐리 코글리아네세 교수는 "이번 관세 판결에 비춰보면 대법원은 출생 시민권 사안처럼 법리적으로 명확한 사건인 경우 대통령에 맞서 법을 수호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직의 임기 보장을 둘러싼 소송 등 여타 논쟁적 송사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패소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다. 지난 1년 보수적 성향을 보여온 연방대법원 판결을 감안할 때 특히 그렇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1일 상호관세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대법원을 재차 비난하며 무역법 제122조에 근거해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글로벌 관세'의 세율을 10%에서 (법적 상한인) 1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사법부의 제동이 자신의 관세정책을 흔들 수 없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행보다.

☞ 트럼프 "글로벌 관세 10→15%로 인상"…사법부 제동 무력화 '속도전'

다만 이런 류의 우회로는 또 다른 법적 다툼을 볼러올 위험을 내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트럼프가 발표한 15% 관세가 무역법 제122조의 발동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적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게 최장 150일간, 최대 15%의 임시 수입할증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만, WSJ에 따르면 법률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가 무역법 122조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 잠재적으로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플랜B' 주머니에 담긴 5개 관세 수단...실제 적용사례는

향후 대법원에서 다투게 될 다른 민감 사안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판결에 불복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회로를 찾으면 찾을수록 새로운 송사에 휘말릴 위험이 꼬리를 물게 돼 그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

osy7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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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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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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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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