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활용…익명성 기반·개인정보 수집해 악용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20대 프리랜서 박 모 씨는 서울 서대문구 카페에서 열린 '타로 원데이 클래스'에 나갔다가 두려운 경험을 했다. 온라인에서 만들어진 모임의 첫 오프라인 만남이었다. 모임을 연 40대 여성 모임장이 박 씨와 참여자들에게 따로 더 상담해 주겠다며 연락처를 받아갔다.
부 모임장으로 보이는 20대 남성이 다른 이들에게 "삶이 힘들지 않냐. 각자 맞는 길이 따로 보인다"며 다른 장소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박 씨는 카페를 나왔지만 강의는 이날로 끝나지 않았다. 박 씨는 다음 날에도 문자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끊임없이 이들의 연락에 시달렸다. 차단해도 소용이 없자 박 씨는 연락처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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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카페 모습. [사진=뉴스핌DB] |
당근마켓이나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 방을 활용해 사이비 종교 포교 활동의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사이비 종교 신자들이 가진 특기와 재능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테니스를 잘 치거나 기타를 잘 치는 교인, 독서를 많이 한 교인, 영어나 일본어를 잘하는 교인 등이 재능 기부의 일환으로 취미 모임이나 스터디 모임을 개설하는 것이 포교의 첫 단계다.
이를 무료로 가르쳐 준다며 온라인에서 모임을 개설하고 오프라인으로 젊은이들을 꾀어내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획득하고 개별 연락을 통해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포교 활동을 진행한다. 스토킹이나 사기 등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참여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온라인 모임이 포교 활동의 타깃이 되는 이유는 네이버 밴드, X(구 트위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처럼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SNS 플랫폼을 통해 주로 회원을 모집하는 데다 일회성, 단기간 만남이 많아 신원 확인이 어려운 점이 꼽힌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 모(30·여) 씨는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사주를 보러 만났다가 신천지 포교를 당할 뻔했다.
김 씨는 "회사에서 일이 잘 안 풀려 답답한 마음에 무료로 사주를 봐준다는 글을 보고 말을 걸었는데 관상까지 같이 보면 좋다고 하고 번화가에서 보면 안전할 것 같아 나갔다"며 "얘기를 하다가 별안간 종교를 물어보더니 가톨릭 신자라도 성경 공부를 해야 은총을 받을 수 있기에 마음 상담이 필요하면 말해 달라기에 '신천지냐'고 했더니 (상대방이) 정색해서 무서워 카페를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오프라인 유료 수업이나 모임 등 신원이 확실한 곳만 나가는 이들도 있다. 글쓰기 모임과 강의를 듣는 직장인 한지나(32) 씨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려는 사람들이 와서 그런지 모임 내용도 사람들도 퀄리티(질)가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며 "SNS 온라인 모임에 나가면 괜히 긴장하며 불특정 다수를 만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돼 피로감이 적다"고 말했다.
신수경 법무법인 영 변호사는 "묵시적으로도 가능하지만 명시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만남이나 연락을 원치 않는다는 걸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이후에도 자신이 올린 사진에 '어디에 있네'라고 댓글을 달며 연락하거나 직접 찾아오는 행위 등에 대해서 경찰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상대방에 의사에 반한 '팔로잉'도 스토킹이 된다는 판례가 있는 만큼 법적으로도 대처 가능하다"고 말했다.
aaa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