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확정 직전 수십억대 용역 계약…허위 용역 의혹 제기
용역업체 소송에 증거 제출했지만 각하…주민들 "공모 정황 있다"
LH·성남시 관리 부재에 공공재개발 곳곳서 갈등…"LH, 적극성 보여야"
[성남=뉴스핌] 송현도·조수민 기자 = 주민 재정착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성남시 공공 주도 재개발 사업이 관리 사각지대에서 수십억 원대 PM(건설사업관리) 용역비 의혹에 휩싸였다.
고액 용역비와 관련한 허위 용역 정황이 제기되며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지만, 인허가권자인 성남시와 사업 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사업시행자 지정 이전 사안이라는 이유로 소극적 대응에 머물고 있다.
이로 인해 성남 공공재개발 사업은 초기 단계부터 '허위 용역' 의혹 관리에 실패했으며, LH와 성남시의 공공 주도 사업 역량과 신뢰성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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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뉴스핌] 송현도 기자 = 경기도 성남시 수진1구역 공공재개발사업 대상지 2025.11.13 dosong@newspim.com |
◆ '공공재개발' 확정 직전 수십억대 용역 계약…주민들 허위 용역 의혹 제기
14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의 공공 재개발 사업 현장인 수진1, 신흥1 두 구역에서 총 58억원대에 이르는 PM 용역 건을 두고 허위 용역 의혹이 발생하며 주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관리 공백 시기에 발생했다는 이유로 LH와 성남시가 책임을 미루고 있다.
논란이 된 내용은 성남시와 LH가 주도하는 '순환정비방식' 공공재개발 사업이 이미 2018년 하반기에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었음에도 돌연 용역업체들이 수십억 규모의 용역 계약을 체결해 60억 상당의 사업비를 편취하려 한다는 의혹이다. 이들 용역업체는 주민 총회 및 민사 소송을 통해 용역비를 청구하고 있다.
문제는 성남시가 '2030 기본 계획'을 추진하던 시기인 2018년 11월 A업체 등 3곳의 용역업체가 민영 재개발 도시계획서를 성남시에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관련 문서 등을 살피면, 성남시는 당시 시가 주도하는 '순환정비방식' 공공재개발이 이미 확정돼 용역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해당 제안을 공식 반려했다.
하지만 이들 용역 업체는 '민영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행정적 통보를 인지했음에도, 불과 한 달여 뒤인 2018년 12월 11일, 신흥1구역 추진위원회와 총 24억원 규모의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내용은 ▲A업체가 15억원 규모의 '도시계획 용역'을 ▲B, C 업체가 9억원 규모의 'PM 용역'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들 중 A, C 업체는 법인 등기부등본상 동일 인물이 등재된 특수 관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계약이 체결된 지 불과 16일 뒤인 2018년 12월 27일, 성남시와 LH는 '순환정비방식 재개발사업 협약'을 공식 체결했다.
'민간 주도' 용역이 행정상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음에도 공공재개발 공식 발표 직전 불필요한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실제 용역 수행이 아닌 '채권 생성' 자체를 목적으로 한 행위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2019년 3월 성남시의 기본계획 초안이 공람될 때 이미 각종 영향평가 결과가 포함돼 있었으며, 성남시는 2019년 7월 '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27억원에 공공 발주해 별도의 민간 계약이 필요하지 않았다.
신흥1구역 감사 출신의 전영희 씨는 "15억원짜리 도시계획 용역은 공공 용역과 완벽히 중복되는, 사업에 전혀 불필요한 계약이었다"며 "이는 용역 수행이 아닌 '허위 채권' 생성을 위한 명분 쌓기"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용역 계약을 두고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의심이 짙어진다. 이들은 별도 운영비 대여금 5억7000만원 상당을 청구했지만 이 중 4억5000만원 정도는 명확한 계좌 이체 내역이 없는 현금수령증으로 처리됐다. 감사 의견서에서도 "법인과의 거래에서 현금수령증으로 대체한 것은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됐다.
용역 증거로 제출된 증빙 자료 역시 거액의 용역을 수행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일례로 9억9000만원이 청구된 PM 용역의 수행 증빙은 추진위원회 회의 11회, 소식지 5회 등을 정리한 내용이었지만 회의 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전 씨는 "이마저도 '제2차 회의'가 11월 12일과 11월 20일로 중복 기재되는 등 정확한 자료로 보기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재개발 구역임에도 같은 내용의 자료가 사용된 정황도 제기된다.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의 문서에 정확히 겹치는 내용이 기재된 것. 당시 감사를 맡았던 전 씨는 "수진1구역 파일을 그대로 복사해서 문서 중간에 붙여넣어, 실상 수진1구역 내용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용역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결국 총회에 상정됐으며, 이후 용역업체들은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의 주민대표회의를 상대로 용역비 지급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신흥1구역의 감사였던 전 씨는 피고 측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해 앞선 내용들을 증거 자료로 제출하고자 했으나 이후 담당 판사가 바뀌면서 증거들이 각하되고, 총회 의결을 근거로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다만 원고인 용역업체와 피고인 주민대표회의는 각각 다른 법무법인을 선임했는데, 두 법무법인(또는 변호사들)이 경기 의정부시의 다른 재개발 현장에서 '원팀'으로 업무를 맡아 활동한 점이 확인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전 씨 등은 "공모 정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 LH, 성남시 관리 부재에 공공재개발 현장 곳곳서 갈등…"LH, 적극 행정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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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뉴스핌] 송현도 기자 = 경기도 성남시 수진1구역 공공재개발사업 대상지 2025.11.13 dosong@newspim.com |
상황이 이렇자 피해 당사자인 전 씨 등은 성남시와 LH는 물론 대통령실 등 고위 기관에 관련 내용을 담은 민원을 보내며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인허가권자인 성남시와 사업시행자인 LH는 허위 용역 의혹과 관련한 진상 규명이나 책임 소재 파악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성남시는 "시가 승인한 정식 주민대표회의가 아니던 시절의 일"이라며 해당 계약을 사인 간의 문제로 치부하며 행정적 개입을 거부하고 있다. LH 역시 2022년 총회 책자를 통해 "본 안건은 LH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사용된 비용"이라며 "LH는 공공시행자로서 그 사용 내역에 대해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LH 등은 주민대표회의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지만, 주민대표회의 구성 이전 단계의 경비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과거 LH가 시행한 사업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됐다. LH가 사업 시행자로 참여한 민관 합동 재개발 사업인 성남 금광1구역은 청산 과정에서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지며 비상대책위원회와 주민대표회의 간 마찰이 발생했다. 또 다른 재개발 지역인 상대원3구역에서도 주민대표회의를 중심으로 갈등이 표출됐다.
이는 구조적 맹점에서 비롯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법적으로 25명 이내로 구성되는 주민대표회의는 조합원 수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백 명의 대의원이 참여하는 조합 방식과 달리 비리를 견제하기 어려운 구조다. 예컨대 신흥1구역의 경우 2200명의 권리자를 대표하는 위원이 단 11명에 불과했다. 대표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로 인해 총회에 상정되는 안건에 대한 검토가 충분치 않을 가능성이 높아, 공공재개발 사업 시행자인 LH가 규정 보완을 통해 주민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LH의 자체 사업이 늘어날수록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며, LH의 적극적 행정을 주문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 IAU 교수)은 "공공재개발은 사업 시행권을 가진 LH가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며 "민간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조합 내 분란이 잦지만, 공공재개발에서는 공공이 이를 조정해야 한다. 공공이 민간에 맡기는 태도를 보이면 민간 개발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LH가 사업 시행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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