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 개발 15년 끈 LH…감정 평가 눈앞에도 토지주 불신 '여전'
"빚 감당 못해 경매 위기"…부채 비율 맞추려 지연했나 '분통'
'지연 보상' 근거 없어…LH "고려 안 해" 갈등 예고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전체 토지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약 60%가 인당 평균 6억원에 가까운 부채를 안고 있었다. 전체로 환산하면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토지보상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발생한 이자 손해는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달 초 경기 광명시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에서 만난 윤승모 광명총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위원장은, 지구 토지주들이 직면한 실질적인 피해 규모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윤 위원장은 "보상이 지연되는 만큼 이자 부담이 고스란히 토지주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조사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전체 이자만 수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불어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는 9·7 대책을 기점으로 수도권 공급의 핵심지로 부각되며 공급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을 늦추면서, 늘어난 토지주 피해에 대한 보상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해당 지구는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이후 수차례 사업이 연기되며 발이 묶인 토지주가 1만명에 육박한다. 채무 규모만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관련 법에는 사업 지연에 따른 산정 근거가 없어 LH와 토지주 간 보상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적정 보상선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 택지개발 15년 끈 LH…감정 평가 눈 앞에도 토지주 불신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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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가 9·7 대책을 기점으로 수도권 공급 주요 핵심지로 부각되며 공급 일정을 서두르고 있지만,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이후 수차례 사업이 연기되면서 발이 묶인 토지주가 1만명에 육박하며 채무 규모만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보상안을 두고 갈등이 감지된다. 사진은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의 모습. 2025.11.10 dosong@newspim.com |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에서는 9개 토지주 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과반수 동의서를 확보(토지 면적 및 소유주 수 기준)하고, 7명의 토지 감정평가사를 선정해 LH에 공식 제출했다. 현재 대책위는 LH의 최종 감정평가사 승인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 토지주들은 신도시 지정 이후 5년이 지났음에도 보상이 지연된 것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내년 11월을 목표로 한 보상 계획이 마련된 상태다. LH는 이달 초 경기남부지역본부와 사업본부 등 1급 이상 전 간부가 참여하는 현장 중심 경영 간부 전략회의를 열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지구계획을 최종 승인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데 이어, 정부의 9·7 주택공급 확대방안 대책의 중심지로 지목됐다. 특히 해당 지구는 정부의 수도권 135만가구 공급계획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남부지역본부 담당 물량 약 20만가구의 32.5%를 소화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날 만난 토지주들은 빠른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업 주체인 LH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장장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해당 택지에서 사업이 수차례 백지화되면서 토지주들의 부채는 늘어만 갔지만, 비교적 최근인 2021년 3기 신도시 지정 이후에도 부채 비율 등을 이유로 4년간 토지 보상을 미뤄왔던 LH가 토지주들에게 상응하는 보상을 해줄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실제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는 지난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지만, 2015년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로 사업이 한차례 백지화됐다. 이후 특별관리지역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그린벨트와 동일한 규제를 10년 넘게 받아오면서 토지주들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그린벨트가 아닌 특별관리지역이었다는 이유로 양도세 감면, 이축권 등 다른 신도시 그린벨트 지역이 받는 혜택에서 제외되는 이중 차별을 받았다는 것이 토지주들의 불만이다.
이 같은 차별은 최근까지도 계속됐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윤 위원장은 또한 "과거 정부가 '환지 개발'을 하라고 해서 주민들이 비용을 들여 준비했으나, KTX 역세권 개발 이익 등을 이유로 LH가 시간을 끌다 결국 전면 수용 방식으로 뒤집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왕숙지구 등 다른 3기 신도시들이 통상 2년 만에 보상에 착수한 것과 달리 광명시흥은 5년이 지나도록 보상이 미뤄졌던 것도 토지주들의 불만이 고조된 이유다.
◆ "빚 감당 못해 경매 위기"…주민들, LH 부채비율 맞추려 보상 지연했나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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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 지도. 2025.11.10 dosong@newspim.com |
공급대책 번복과 사업 지연에 따른 토지주들의 빚은 상당하다. 실제 2023년 대책위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광명시흥지구 토지주 채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토지주의 59.3%가 금융 부채를 안고 있다고 응답했고, 1인당 평균 부채액이 5억9786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었다.
전체 토지주 규모가 9955명 상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부채는 3조529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2년간 지연 이자도 3000억~4000억원을 넘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토지주들은 이날 LH에 대한 불신과 피해를 호소했다. 토지주 조 모(67) 씨는 "15년간 재산권 행사는 묶인 채 수입은 끊기고 빚만 누적됐다"며 "20억원의 부채가 있으며, 사채까지 붙어 월 이자만 1300만원인데 수입은 200만원에 불과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주변에는 (불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 위기에 처하거나 헐값에 땅을 처분한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서 LH가 토지 보상을 지연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정한 부채 비율을 높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앞서 2023년 기획재정부는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며 LH에 2027년까지 부채비율을 208%로 맞추라고 전했다.
이를 맞추지 못할 경우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게 되며 이는 임직원의 성과급 삭감으로 직결됐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토지 보상을 지연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이한준 전 LH 사장은 "정부가 신도시를 발표할 때 언제까지 보상을 마치고 언제 착공하겠다고 약속하지만, LH로 오면 속도가 늦어진다"며 "정부가 정한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상 시기를 전부 뒤로 늦추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그해 말 LH의 법정자본금을 기존 50조원에서 65조원으로 15조원 증액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부채 비율이 대폭 낮아진 상황이다.
◆ '지연 보상' 근거 없어…LH "고려 안 해" 갈등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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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광명시흥공공주택지구를 관통하는 약 6km 길이의 군사 전용 철도 2025.11.10 dosong@newspim.com |
토지주들은 감정평가를 필두로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 중이지만, 토지 보상 과정에서 LH와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토지보상법에 사업 지연으로 인해 보상금을 산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LH 관계자 역시 "제출한 감정평가사에 대한 검증 작업 중에 있다"면서도 "부채에 대한 보상금을 산정할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없다"며 고려 중이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토지주들은 "감정평가사들에 따르면 실제 평가 기간은 4~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공식 공고에 11월이라고 못 박아 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LH가 사업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려는 징후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윤 위원장은 대책위의 최우선 목표에 대해 "신도시 개발 잔치에는 관심 없다"며 "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한 만큼, '신속한 보상'과 '정당한 보상'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LH가 토지 보상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평택 지제역세권 공공주택지구 사업에서는 주민들이 보상 지연과 보상금 규모에 반발하며 LH에 집단 항의했다. 또한 군포 대야미 공공주택지구에서는 이주자 택지 보상을 둘러싸고 주민과 LH 간 갈등이 발생한 바 있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