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빚투 나쁘게 봤는데 레버리지 일종, 주식시장이 부동산보다 나아"
정은보 "상법 개정 통한 시장 관리보다 자본시장법 개정해야"
5일 급락장서 외국인·기관 매도, 개인투자자 매수…빚투도 급증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최근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들이 주식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 부위원장은 지난 4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동안 빚투(빚내서 투자)를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차입투자)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며 "적정한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하고, 리스크를 갖고 감내 가능한 수준의 주식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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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뉴스핌DB] |
권 부위원장은 "10년간 10종목을 투자해 수익률을 비교해보니까 주식 시장이 부동산보다 훨씬 나았다"라며 "아마 힘차게 우상향하는 주가지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발언은 코스피가 최근 4000을 돌파하면서 주식시장 과열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당국자가 차입 투자를 조장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야당인 국민의힘과 경제 전문가들은 권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실제로 증시 급락과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주식은 불안전 자산인데 금융당국 고위직이 빚내서 투자하라는 신호를 주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라며 "피해자 집단소송 사유"라고 맹비난했다.
이 뿐 아니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지난주 공식 간담회 등을 통해 "밸류업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됐고, 한국 증시 저평가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라며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이 크게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상법 개정안을 통한 시장 관리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 등 실질적 정책이 맞다"고 증시 활성화에 방점을 찍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5일 주가가 급락해 프로그램 매도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시장이 실제로 크게 출렁거리면서 이들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에 비판은 더 강해졌다.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한 이후 국내외 불확실성 심화와 금리 인상 등 외부 변수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리스크 대응보다는 주가 부양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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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고위직의 발언은 시장의 신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시장 과열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차입투자를 장려하거나 일방적으로 낙관론을 펼치는 것은 투자자의 오해를 불러 금융시장을 위험하게 만든다.
지난 5일 폭락장에서 매도한 세력은 주로 외국인과 기관이었고, 매수 세력은 주로 개인 투자자였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5조원에 가깝게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
개인투자자의 빚투도 급증하는 등 위험 신호도 켜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5268억원으로, 8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통상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불어나는데, 최근 잔고 급증세는 증시 강세에 힘입어 투자심리가 과열 단계로 진입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물론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단기 과열은 서민 피해자를 부를 수 있어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가 현 단계에서 조정을 거친 후 상승 여력을 확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의 섣부른 발언이 위험한 이유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