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해소 첫해, 반도체·AI·조직 혁신 3대 축 가동
3Q 역대 최대 매출 달성…'뉴 삼성' 복귀 시나리오 가시화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이 회장은 10년 가까이 이어진 사법 족쇄를 벗어던진 뒤 반도체·인공지능(AI)·조직 혁신 3대 축을 본격 가동하며 '뉴 삼성'의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이날 장중 주가가 사상 처음 10만 원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정상 복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첫해, '경영 정상화' 본궤도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취임 3주년인 이날 별도 행사를 열지 않고 통상 경영 일정을 이어간다.
2022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은 10년 가까이 이어진 재판과 경영 제약 속에서도 그룹의 중심을 지켜왔다. 이후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이 회장은 오랜 사법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로써 삼성은 경영 불확실성을 털어내고, 다시금 미래 성장을 향한 '정상 궤도'에 올랐다.
![]()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스핌DB] |
이 회장은 지난 3월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경영진의 경영진의 각성과 혁신을 주문했다. 이후 불과 7개월 만에 실적 반등과 글로벌 파트너십, 조직 쇄신의 흐름을 현실로 이끌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조 원, 영업이익 12조1000억 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이지만, 시장의 평가는 '회복의 시작' 정도에 가깝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이 5조 원 안팎에 달한 것으로 관측되는 등, 전년 대비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삼성은 내년 출시될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통해 점유율 회복에 나선다. 업계 최초로 1c(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을 적용해 성능을 끌어올리고, AI 서버 시장을 정면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한때 SK하이닉스에 내줬던 D램 왕좌 탈환이 내년 상반기 삼성 반도체의 핵심 목표로 꼽힌다.
◆ 글로벌 AI 동맹 확대…엔비디아·오픈AI 연쇄 회동
이 회장은 오는 28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글로벌 테크 리더들과 연쇄 회동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AI 칩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고객으로,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HBM의 최대 수요처이기도 하다. 업계에선 이번 만남을 계기로 HBM4 공급 협상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의 회동을 통해 삼성전자가 초거대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에 공식 참여한 만큼, 이번 APEC에서도 AI 반도체 협력의 세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
| 지난 2023년 10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 '10만전자' 눈앞…주가·실적 모두 반등
'500만 국민주' 삼성전자 주가도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개장 직후 전장 대비 2.53% 오른 10만1300원으로 출발하며 사상 처음 '10만전자' 고지를 넘어섰다. 시가총액은 597조 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11월 장중 4만99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1년 만에 두 배로 오른 셈이다.
이 같은 상승세는 HBM4 기대감, 글로벌 고객사인 테슬라·애플과의 파운드리 계약 확대, AI 반도체 수요 급증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 정기 인사·조직 개편 임박…'뉴 삼성' 인사 혁신 주목
APEC 일정 직후 삼성전자는 연말 정기 인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통상 12월 초 진행됐던 인사가 최근 2년간 11월 말로 앞당겨진 만큼, 올해 역시 같은 시점이 유력하다.
이번 인사는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첫 인사로,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DS 부문에서는 전영현 부회장이 유임될 가능성이 높고,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노태문 사장이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부문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 |
| [수원=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4일 오전 경기 수원시 선영에서 열린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모습. 2025.10.24 choipix16@newspim.com |
◆ 컨트롤타워 재건·등기임원 복귀…책임경영의 시험대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컨트롤타워 재건이 중장기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룹 내 조율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 이 회장이 2019년 내려놓은 등기이사직 복귀 여부도 관심사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미등기임원으로 남아 있는 만큼, 무죄 확정 이후에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