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부족 업체와 9000억 계약
선급금 집행·전관 유착 의혹도 도마에
국토부 "조사 착수해 종감 전 보고"
여야 "감사원 감사·형사고발 검토"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철도차량 제작업체 다원시스로부터 납품받은 ITX-마음 객차가 지연·하자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 경험이 부족한 업체와 수천억 원대 계약을 잇따라 체결한 배경을 두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방위 질타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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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순 다원시스 대표가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
21일 코레일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다원시스 객차 납품을 둘러싼 전방위 의혹을 직면했다.
코레일은 2018년 말 2716억원에 다원시스로부터 ITX-마음 150칸, 2019년 11월에 208칸을 납품받는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그러나 당시 다원시스는 시속 150km 전기동차 제작 경험이 전혀 없었고, 제작 과적에서 ▲기본·상세설계 제출 지연 ▲도면·기술자료 불일치 ▲부품 수급 지연 ▲시운전 일정 지연 으로 인해 납품 관련 대일정을 최초 대비 8번 수정해야 했다.
코레일이 다원시스와 계약한 객차는 총 473량, 게약금은 9149억원이다. 이 중 218량이 납품 지연 상태다. 문제는 1·2차 계약에서도 납품이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2429억원에 116칸을 추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거졌다.
겨우 납품한 객차에도 하자가 있었다. 코레일은 해당 차량을 공차 기준 190톤으로 제작하도록 요청했으나, 실측 결과 제작사의 중량 계산 오류 등으로 인하여 중량이 당초 기준치를 15톤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납품 지연과 부실 제작 등 여러 문제가 있는데도 코레일이 추가 계약을 체결한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계약"이라며 "국토교통부가 감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정래 코레일 직무대행은 "납품 지연에 대해선 지체상금 부과와 손해배상 소송 제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원시스의 제작 차량이 당초 요구 사양보다 무겁게 제작됐지만, 철도기술기준상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입석 운영 등 영업 손실이 있어 손해배상 청구를 병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무게 초과로 인해 25년간 약 110억 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노후 차량을 대체하지 못해 정비비 53억 원이 투입됐다"며 "150km급 차량 운행 경험이 없는 업체와 계약한 과정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원시스가 선급금을 받아놓고 납품이 지연된 것은 이른바 '돌려막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공장을 방문했더니 가동이 멈췄고, 협력사 대금 미지급으로 자재 반입이 중단돼 제작이 정체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코레일이 또 3차 계약을 체결하는 건 국가계약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원시스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지난달 521억원 상당의 신사옥 건축 대금을 납부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박선순 다원시스 대표는 "현재 공장은 완전히 멈춰 있지 않으며 일부 공정은 진행 중"이라며 "모자란 자금은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해 약 4000억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미지급한 객차는 2027년 6월까지 100% 납품하겠다"며 신사옥 건립과 관련해선 "대출·자체자금으로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다원시스 내부 코레일 출신 전관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코레일 출신 인사가 다원시스 내부에 8명 포진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런 인맥 구조가 입찰·감리·감독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원시스와 코레일에 대한 청문의 개최 필요성도 거론됐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납품 능력 부재 상태를 알고도 수주하고 선금을 수령한 다원시스에 사기죄 소지도 있다"며 선급금 용도 제한 위반 여부와 현장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정 직무대행은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지체상금·손해배상 절차와 함께 현장 상주 점검을 지속하고, 국토부와 협의해 종감 전 보고를 마치겠다"고 했다.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도 "감독기관으로서 조사 착수와 종감 전 보고를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 문제에는 맹성규 국토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말을 보탰다. 맹 위원장은 "단순히 납품 지연이나 지체상금 문제가 아니라 철도 수송체계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며 "계약 과정과 추진 전반이 비정상적"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국토부 철도국이 코레일과 함께 지금까지의 추진 현황과 문제점을 종합 분석해 오는 29일 종합감사 전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여야 전반의 질의가 감사원 감사 및 형사 고발 검토로 수렴되면서 다원시스 납품 지연과 선급금 집행, 전관 의혹에 대한 대외 조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