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핵잠, 농축·재처리에 '사법적 견제' 근거 제공
美의회, 안보 협상에 추가 입법·예산 통제 가능성
관세 등 불확실성 증가로 안보 협상도 늦어질 듯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결한 것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 추진과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한·미 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는 통상 분야에서 한국이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합의와 안보 분야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와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를 미국이 지지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통상과 안보 분야의 합의가 사실상 '패키지'로 묶여 있는 셈이다.

핵잠수함과 농축·재처리를 위한 한·미 협상은 미국 대법원 판결 이전에 이미 제동이 걸린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로 재인상하겠다고 발표해 통상 분야 합의가 흔들리면서 그 영향이 안보 분야 합의 이행에도 영향을 미쳐 한·미 간 협상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미국 대법원의 관세부과 위법 판결이 나오면서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 승인과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는 미국 내에서 반대 기류가 강한 사안이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합의 이행 의지'와 '시간'이 변수로 꼽힌다. 한국으로서는 조기에 협상을 시작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기 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번 미 대법원 판결로 관세 합의와 대미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등 안보 분야 합의 이행은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당초 미 문제를 협상하기 위한 미국 대표단은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통과가 이뤄진 뒤 3월 초·중순 경 방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제는 이 일정도 지켜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특히 이번 미 대법원 판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과격한 대외경제·안보 정책 추진에서 나나타난 '의회의 견제 없는 대통령 재량'에 제동을 건 사건이라는 점이다.
미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법률의 애매한 조항을 근거로 의회의 동의 없이 경제·안보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위법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와 법률 절차를 우회해 한국에 특혜적 핵 관련 협력을 제공하거나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에 대해 사법적 견제가 가능하다는 근거를 제공한다.
관세 판결 이후 미 의회는 '국가 안보'를 내세운 대통령의 경제·안보 조치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견제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에 허용한 핵잠수함 보유와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는 미국 내에서도 핵 비확산·대중국 전략·지역 안정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의회 청문회나 추가 입법 또는 예산 통제 등의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많다. 핵잠수함과 농축·재처리 허용에 대해 조건이 엄격해지고 시간도 길어져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판단과 의지만으로 강행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는 일단 이번 미 대법원의 판결과 무관하게 팩트시트에 담긴 대미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21일 위성락 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외교·통상 분야 장관들이 참석한 긴급회의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정부가 대미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안보 분야 합의 이행을 위한 협상도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