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흑연·네오디뮴 등 공급망 불안 확산
비축 여력·통관 지연에 탈중국 대응 가속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중국이 다음달부터 배터리 핵심소재인 흑연과 희토류 일부 품목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인조 흑연과 네오디뮴 등 핵심소재의 대중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통관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다음달 8일부터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와 음극재,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 등에 사용되는 일부 핵심소재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한다.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첨단산업 공급망을 무기화하려는 전략적 대응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배터리 제조의 전 공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로 쓰이는 인조 흑연 뿐만 아니라, 모터 구동용 네오디뮴 자석,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중희토류와 리튬 염류까지 수출 허가 품목으로 포함시켰다.
◆ 비축량 두 달 수준…생산라인 멈출까 우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산업은 여전히 핵심소재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음극재와 양극재,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 등 대부분이 중국에서 조달되고 있으며, 정제·가공 기술 역시 중국이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 사실상 배터리 핵심소재 공급망을 중국이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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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의 전기차 배터리 [사진=블룸버그통신] |
문제는 대응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와 기업이 보유한 희소금속 비축량은 평균 두 달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통관 절차까지 길어지면서 비축분이 소진될 경우 배터리 생산라인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배터리 3사, '탈중국' 대응 가속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번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사 모두 핵심소재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해 왔기 때문이다. 각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리스크 분산을 위한 탈중국 전략을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정제·가공 단계에서는 중국 의존이 높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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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유럽에서 양극재와 음극재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헝가리와 말레이시아 등 해외 공장에서 비중국산 소재 사용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SK온도 호주·칠레 등과의 원료 공급 계약을 확대 중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 가운데 미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되는 분야는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라며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중국산 희토류 사용 비중이 높은 산업 전반에서 공급망 불안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