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증원·내란재판부 설치·검찰청 폐지
민주, 걸림돌 과반의석으로 입법 통해 해소
독주와 오만은 실패 공식...민심이반 가능성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여권 내에서 거대 여당의 '입법 만능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권을 잡은 여당이 정국 현안을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풀기보다는 입맛에 맞는 법을 만들어 해결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여권 앞에 놓인 장애물을 입법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과반 의석(166석)을 앞세운 입법 독주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대법원장 물러가라' '탄핵하겠다' 등 한 번씩 불쑥 이런 주장이 나온다"며 "아무리 정치적 수사라 해도 표현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 정서와 통합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본 적 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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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9.29 mironj19@newspim.com |
이 위원장은 특히 "노자에 '법령은 치밀해졌지만, 국민의 삶은 피폐해졌다'는 취지의 말이 나오는데, (민주당이) 입법 만능주의 사고에서 벗어나기를 간청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입법 만능주의 지적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의 행태를 보면 그렇다. 우선 검찰 개혁을 꼽을 수 있다. 검찰 내부의 개혁이나 운영의 묘를 살리는 방향이 아니라 사실상 해체 수준에 가까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검찰의 정치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아예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입법을 통해 사실상 검찰을 무력화한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 거론하는 내란 전담 재판부도 비슷하다.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를 믿을 수 없는 만큼 전담 재판부를 꾸리겠다는 것이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전담 재판부 설치법'을 만든다는 생각이다. 일각의 위헌 주장에 대해 재판소가 아니라 재판부라 위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도 같은 발상이다. 사법 불신이 그 출발점이다. 조희대 대법원이 대법관 구성상 보수 우위로 믿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12명은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진보 대법관을 채우게 되면 대법원 자체가 확실한 진보 우위로 변하게 된다. 이를 위해 '법원조직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물러나지 않고 버티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을 마련해 통과시켰다. 사실상 버티는 이 위원장을 면직시키기 위한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위원장 문제를 입법으로 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이진숙이라는 사람은 숙청되지만 또 다른 이진숙이, 저항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방미통위 설치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예고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다툴 수 있도록 하는 '재판 소원제'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대법원을 믿을 수 없으니 진보 우위의 헌재에서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발상이다. 야당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헌재에서 뒤집으려는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국회 특별위원회에서의 위증을 한 사람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이 고발의 주체를 국회의장에서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수정했다가 우원식 의장의 반발에 원상 복귀하는 촌극을 빚었다.
민주당은 쟁점 법안들에 대해 야당의 '24시간 필리버스터'가 이어지자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야당의 하루짜리 저항도 참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이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입법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반 의석을 앞세워 입맛에 맞는 법안들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걸림돌은 입법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입법 만능주의가 현실화했다. 이는 입법 독주와도 통한다. 오만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독주와 오만은 정권의 실패 공식이다. 도를 넘으면 거센 역풍이 불 수 있다. 민심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여권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leej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