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5%' 과징금…수익성 악화된 건설업계 "과도한 징벌"
'다수 사망' 기준도 다소 모호…대형 국책사업 표류 우려
발주자 적정공사비 의무 확립됐지만…업계 "누가 적정 공사비 판단하냐"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정부가 내놓은 고강도 건설산업 안전 대책에 대해 건설업계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제재 규정이 모호한 데다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을 웃도는 과징금 등 징벌적 대책이 건설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과도한 처벌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 주도 관급 공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입찰 배제는 사실상 '대형사 죽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러한 처벌로 대형 건설사의 사업 참여가 막힐 경우 국책 사업이 표류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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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5.09.15 gdlee@newspim.com |
◆ '영업이익 5%' 과징금…수익성 악화된 건설업계 "과도한 징벌"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두고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존립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고강도 제재안이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영업이익의 5% 과징금, 선분양 제한, 공공입찰 불이익 강화 등의 제재안을 제시했다. 연간 3명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은 직전 사업연도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받게 되며, 기업이 적자여도 최소 30억원의 하한액이 적용될 수 있다.
이는 원가 상승과 인건비 급등으로 비용 부담이 심화된 건설업계에 과도한 제재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건설업 영업이익률은 3.0%대로, 2021년 6.2%에 비해 반토막 났다.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의 평균 매출 원가율은 약 91.3%에 이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대재해 발생 시 분양보증, PF 대출 제한 등에 안전도 평가나 영업정지 처분이 연계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며 "건설사에는 회사 존폐 수준의 압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다수 사망' 기준도 다소 모호…대형 국책사업 표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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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건설현장의 모습 2025.08.11 yooksa@newspim.com |
세부 규정이 종전보다 모호해졌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일례로 영업정지 요청 요건을 '동시 2명 사망'에서 '연간 누적 다수 사망'으로 확대했는데, '다수 사망'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다수'라는 건 정말 판단하기 나름"이라며 "관련 세부 기준을 따로 통보받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여러 사업장을 운영하는 대형 건설사들은 관련 규제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원자력발전소, 항만 건설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한 대형 건설사들이 공공 입찰에서 배제될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 법무학과 교수는 "규모가 큰 대형사들은 관련 규제 적용에 대한 우려가 큰 편"이라며 "정부 핵심 사업에 건설사들이 배제되지 않을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발주자 적정공사비 의무 확립됐지만…업계 "누가 적정 공사비 판단하냐"
대책에 발주자의 책임 범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도 맹점으로 지적된다. 발주자가 적정 공사비를 산정해야 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발주자의 의무는 건설공사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발주자가 해당 업무를 원도급자에게 위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즉각적인 적용을 바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공공·민간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의무 부여, 민간공사 설계서에 공기산정 기준 포함, 공기연장 사유에 폭염 등 기상재해 추가 등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발주자가 원도급자(건설사)가 안전비용 등을 포함해 산정한 적정공사비·공기를 수용해야 한다는 정도"로 풀이했다.
특히나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의무화에 대해 발주처가 포함되는지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기간이나 비용 책정에 발주처는 빠진 채 원청과 하청에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발주처, 원청, 하청 3자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 책임을 같이 묻는다는 내용은 사실상 아예 빠져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결국 이번 대책을 바탕으로 세부 규정을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큰 틀에서 엄격한 제재는 사고 발생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과도한 엄벌주의는 결국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연구위원 역시 "사업 환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금처럼 건설 현장의 산재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다"며 다만 "처벌 강화와 더불어 적정 공사비 확보가 사회적 비용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