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응급실 수용 원칙 지침 제시
지침에도…하루당 17명 길거리 헤매
현장-지침 엇박자…현장 적용 어려워
119구급상환관리센터 역할 강화해야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하반기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규모가 의사집단행동 이전의 76.2%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응급환자를 수용할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119구급대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8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일 발표한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지침의 쟁점과 실효성 확보 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 계속되는 '응급실 뺑뺑이'…응급의료법 시행령 '부재'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윤석열 전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중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 7984명이 돌아왔다. 모집인원 대비 59.1% 수준이다. 의사집단행동 발생 전인 지난해 3월 기준 임용대상자 1만3531명 대비 76.2%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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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급차 [사진=뉴스핌 DB] |
입법조사처는 전공의 복귀로 응급실 뺑뺑이 해소에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복지부가 지난해 응급환자의 수용 원칙, 수용 곤란 고지 기준, 절차를 제시하는 '응급실 수용 곤란 고지 관리 표준 지침'을 지방자치단체로 배포했으나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올해 7월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을 찾아 119구급차를 타고 2시간 이상 길거리를 헤맨 응급환자는 하루 평균 17명에 달한다. 입법조사처는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정부의 후속 조치 부재를 지적했다.
복지부는 2023년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곤란 의사 통보 기준, 절차 등을 담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통보 대상의 최소화 등을 요구해 시행령은 제정되지 않고 있다.
대신 복지부는 지자체에 '응급실 수용 곤란 고지 관리 표준 지침'을 배포했다. 지침은 최종 치료과의 인력 부족, 입원환자 대기 등을 사유로 수용 곤란 고지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병상 부족 등 지침에 해당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해 법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 119구급상환관리센터, 컨트롤 타워 역할해야
입법조사처는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려면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의 119구급상환관리센터 관련 조항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19 센터에 중증 응급환자의 이송 병원 결정 권한을 명시해 응급환자 이송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상남도는 119구급대가 이송 요청을 하면 관내 모든 응급실에 설치된 경광등이 점멸하고, 환자 수용 여부를 의료진이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전라북도는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을 개발해 119센터가 이송체계 지휘소 역할을 담당한다. 그 결과 신속한 병원 선정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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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소방청제공 2024.01.15 kboyu@newspim.com |
응급의료법 개정도 검토해 통합정보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현재 응급의료기관은 환자를 받을 때 종합상황판(E-GEN·이젠)을 이용한다. 119 구급대는 응급환자 분류도구(Pre-KTAS)나 구급활동 일지를 활용한다.
입법조사처는 응급의료법을 개정해 소방청이 공개하지 않는 구급상황일지 등을 공개하도록해 응급환자별 소방일지와 청구 데이터를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통합정보체계가 구축되면 정부는 응급의료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가 지침을 배포했지만) 이송 지침을 암시할만한 문구가 있어 응급의료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당한 사유 범위를 좁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에서 지자체에 배포한 응급실 수용 곤란 고지 관리 표준 지침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러 의료 단체와 몇 년 동안 얘기를 나눠서 지침을 만들었지만, 다시 지침을 정비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