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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노란봉투법의 논쟁성

기사입력 : 2025년08월23일 07:00

최종수정 : 2025년08월23일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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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수준으로 맞추자"는 말의 공허함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미·일 순방에 동행할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관해 "원칙적인 부분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 쪽에서 "추진되면 어려움이 커진다"는 우려를 내놓자, 대통령은 "세계적 수준에서 노동법이나 상법 수준에서 맞춰야 할 부분들은 원칙적으로 지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말의 무게는 묵직했지만, 정작 그 '선진국'이 어디이며 무엇을 뜻하는지, 공허함은 커 보인다.
우리가 보통 '노동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은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벨기에, 영국, 프랑스 정도다. 이 나라들이 공통으로 가진 건 이념이 아니라 제도와 관행의 구조다. 법 텍스트만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 노사정의 조정능력, 분쟁의 예측가능성, 그리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매년 추적하는 지표들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 성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OECD는 노사관계의 성숙도를 직접 "점수"로 평가하지는 않지만, 노동조합 조직률, 단체협약 적용률, 고용보호(EPL) 지표, 일자리 질(임금, 안정성, 작업환경 등) 같은 수치들을 꾸준히 제시한다. 이 지표들이야말로 '선진화'의 실체를 보여주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미·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9 photo@newspim.com


코르피–팔메의 제안, '절충'이라는 기술
노사관계를 평가하는 데 사회이론이 길잡이가 될 때가 있다. 월터 코르피(Walter Korpi)와 요아킴 팔메(Joakim Palme)가 제시한 보편적 복지체제와 계급연합론은 보편주의와 성과 기반의 배분을 혼합하는 '층화 효과(stratification effect)'와 제도화된 단체교섭으로 분쟁비용을 낮추는 구조를 강조한다(Korpi & Palme 1998). 이 틀을 노사관계에 옮겨보면, 좋은 체제는 "노동자의 협상권"과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동시에 보강한다. 코르피는 제도화된 권력자원(institutionalized power resources), 그리고 OECD는 조정된 단체교섭(coordinated collective bargaining)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Korpi 1983 & 2006; OECD 2019). 이 방법이 스웨덴의 살트쉐바덴(1938), 네덜란드의 바세나르(1982), 덴마크의 1899년 9월 타협처럼 정부의 과도한 입법 대신 '자율 규범'과 '연성 법(soft law)'을 두텁게 쌓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 OECD의 자료들도 이런 구조가 임금의 형평성과 생산성 조정을 돕고, 경기충격 시 일자리 보전을 돕는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시사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선진형' 노동법은 단순히 노조의 권한을 키우거나, 반대로 사용자의 자유를 넓히는 편향이 아니라 분쟁의 비용을 낮추고 협상과 교섭의 범위를 명확히 해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며,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에 기초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쟁점 두 가지로 본 비교: '사용자 범위'와 '노조 손해배상'
1) 하청노조의 원청교섭('사용자 범위 확대')은 선진국에서 어떻게 다루나
한국 개정안의 핵심 하나는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문제다. 선진국 법제는 이 문제를 두 갈래로 풀어왔다.
첫째, 연쇄적 책임(keten-/chain liability)으로 임금과 최저기준의 이행을 보증한다. 예를 들어 독일은 최저임금법(MiLoG) §13과 파견근로·국경간 파견법(AEntG) §14로, 도급 발주자가 하도급 노동자의 최저임금 미지급에 연대책임을 진다. 사용자 정의를 확장하기보다 임금지급 책임을 사슬 전체로 확장해 불법 저가하도급 유인을 줄이는 방식이다. 네덜란드는 2015년 허위고용방지법(WAS)으로 민사상 연대와 연쇄 책임을 민법전(BW) 7:616a–616f에 넣어 상위 발주자까지 임금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했다. 노동부·하원 문서와 해설은 이 규정이 하청구조의 '임금 덤핑'을 억제하는 핵심 도구임을 명시한다. 벨기에는 1965년 임금보호법 개정(아티클 35/1 등)과 2013년 시행령으로 건설·청소·농업 등 특정 업종에 일반 연대책임을 둔다.
둘째, 사용자성의 '확장'은 엄격하게 본다. 프랑스는 판례상 '코엠플루아(co-emploi)' 이론으로 모기업이 실질적으로 지휘·관리하며 경제·인사에 상시 개입한 특별한 경우에만 공동사용자로 본다. 일반적인 하청·계열관계만으로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 스웨덴은 MBL(공동결정법)과 단체협약 구조가 당사자 간 교섭을 원칙으로 하되, 산업별·연대행위(동조행위)가 합법적 수단이어서 원청을 간접 압박하는 경로가 발달했다. 2023년 10월 이후 스웨덴에서 시작했지만 덴마크, 핀란드의 노조들까지 동조파업에 참여한 테슬라 사태에서 보듯 법정 정의의 무리한 확장보다 '연대행위'라는 제도화된 우회로가 실제 기능한다.
이를 정리해 보면,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는 '사용자'의 법적 범위를 넓히기보다 '책임의 사슬'을 넓혀 최소기준을 담보한다. 프랑스는 공동사용자 인정 문턱을 높게 두고, 스웨덴은 연대행위라는 교섭수단으로 원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낸다. 한국이 눈여겨 봐야할 지점은 협상 당사자성의 강제적 확장보다 연대책임, 연대행위, 그리고 확장적용(AVV) 같은 제3의 우회로를 촘촘히 설계하는 혼합적 요소다.
2)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노조 손배'와 면책의 범위)
또 다른 논쟁의 요소인 손해배상에 대한 규정에서도 선진 각국은 다양한 요소를 내재화 하고 있다. 영국은 1906년 이래 이어지는 노동쟁의 면책을 TULRCA 1992 §219에 명문화했다. 합법적 절차를 거친 '무역분쟁' 관련 행위는 불법행위 책임에서 면책된다. 다만 불법행위 판단 시 손배 상한을 SI 2022/699로 상향했다(조합 규모별 상한액). 면책의 뼈대는 유지하되, 불법일 때의 '상한'은 현실화한 셈이다. 최근 2023년 '최저서비스 수준법'은 2024년 정권교체 이후 폐지 수순을 밟고 있어, 면책의 큰 틀이 다시 강화되는 흐름이다. 스웨덴 MBL은 평화의무(fredsplikt)를 두어 협약 유효기간 중 쟁의를 제한하고, 불법쟁의에는 손해배상을 부과하되 규모는 예측가능한 범위에 묶는다. 분쟁을 법정싸움이 아니라 조정·중재와 새 협약으로 흡수하는 구조다. 독일·네덜란드는 노조 손배의 대형소송으로 제도를 흔들기보다, 쟁의의 적법성·절차를 엄격히 확인해 애초에 분쟁비용을 낮추는 절차(조정·중재·평의회제도)를 선호한다. 독일의 경우 작업장협의회법(BetrVG)과 공동결정법(MitbestG)이 쟁의 이전 단계의 대표제도를 통해 갈등을 흡수한다.
이를 요약해 보면, '선진형'은 면책의 원칙을 유지하되(영국), 불법일 때의 상한·절차 예측가능성을 높이고(영국·스웨덴), 현장대표와 다층 교섭 시스템으로 쟁의 자체의 빈도와 강도를 낮추는(독일) 방식이다.
3) 정부 개입과 사회협약: 법보다 먼저 움직이는 테이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요원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노동선진국에서는 정부개입을 가급적 배제하거나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웨덴의 1938년 살트쉐바덴 협약에서 "정부는 뒤에서 비추는 가로등"과 같은 제3자의 역할로 정의한다. 2022년 '주요협약 (Huvudavtal, 전직·학습 전환 지원)'으로 이어지며 노사의 역할분담을 가다듬었다.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으로 임금절제, 일자리 나눔, 세제조정의 패키지를 사회적 협약으로 먼저 합의했다. 이후 CAO의 일반적용(AVV) 제도로 무조합 및 비조합 사업장에도 기준을 확장한다. 덴마크는 1899년 9월 타협(Septemberforliget)이 노동시장 헌법의 역할을 자처하며 자율 및 분권 교섭과 노동법의 절제를 원칙으로 삼았다.
여기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정부는 규칙을 제시하지만 노사간의 쟁의에 가급적 간섭하지 않으며, 노사는 운용을 책임진다. 법은 협약을 떠받치고, 협약은 법의 정신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국형 '선진' 체크리스트: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나
첫째, '사용자'의 정의 확장만으로 원청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려 하기보다, 연대책임(임금, 안전, 최저기준 제시 등) 확대와 협약 일반적용(AVV형), 그리고 합법적 연대행위의 통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가 보여준 것은 강제적 사용자 지정이 아니라 책임의 사슬과 적용의 사다리다.
둘째, 노조 손배는 면책의 원칙(합법쟁의)을 분명히 두되, 불법의 비용은 예측가능한 상한과 절차로 정리하라. 쟁의의 합법요건을 명확히 하고, 조정, 중재, 대표기구를 통해 법정이 아니라 교섭장에서 끝나게 하라.
셋째, 정부의 역할은 가드레일에 비유할 수 있다. 노동법은 선로를 까는 것이고, 임금, 근로시간, 그리고 전환지원 같은 운행표는 노사정 협약으로 맞추는 격이다. 살트쉐바덴과 바세나르가 보여준 건 법보다 먼저 움직이는 사회협약의 힘이었다.
넷째, OECD 지표를 기준으로 삼아, 노동자 권리와 기업의 예측가능성·경쟁력을 함께 보는 쌍곡선 목표를 분명히 해야한다. 조직률, 단협적용률, EPL, 일자리 질을 정책 KPI로 걸고, 매년 평가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선진국 수준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약속이 될 수 있다.
AI 시대의 선진노동법
트럼프 시대의 통상, 관세, 현지생산이라는 압박 속에서 한국 기업은 전략적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럴수록 정부와 노동계도 타협적이고 합리적인 문화로 급선회해야 한다. 타협은 후퇴가 아니라 예측가능성의 교환이다. 그 예측가능성이 투자와 전환훈련, 생산성 협약으로 되돌아올 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는 '선진'의 실체일 것이다. 선진국은 "누구 편"을 드는 나라가 아니라, "갈등을 다루는 기술"이 성숙한 나라다. 그 기술은 법문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노사정이 늘 앉아 논의하는 협상 테이블 위, 그리고 협약의 실천과 지속적 평가지표 속에서 비로소 작동한다. OCED Outlook 2023 그리고 Eurofound 2020에서 제시하고 있듯, 사회적 대화와 제도화된 단체교섭은 신기술 전환기( AI 및 그린산업 등)에 생산성, 수용성, 학습투자를 강화하는 최고의 노동선진화를 이끌 수 있는 핵심적 요소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국가별 핵심 법·협약 목록
스웨덴
• Lag (1976:580) om medbestämmande i arbetslivet (근로관련 공동결정법, MBL) (1976). 비공식 영문본: Employment (Co-Determination in the Workplace) Act.
• Saltsjöbadsavtalet (살트쉐바덴 협약) (1938, 2022년 최신 개정).
네덜란드
• Wet op het algemeen verbindend en het onverbindend verklaren van bepalingen van collectieve arbeidsovereenkomsten (단체협약 조항의 일반적용·비적용에 관한 법, 일명 Wet AVV) (1937).
• Burgerlijk Wetboek Boek 7, art. 616a–616f (민법전 제7편 616a–f, 임금의 연대 및 연쇄책임); Wet aanpak schijnconstructies(허위고용방지법, WAS)로 2015년 도입·강화.
• Akkoord van Wassenaar (바세나르 협약) (1982).
독일
• Gesetz zur Regelung eines allgemeinen Mindestlohns (MiLoG) §13 (최저임금법 §13, 발주자 책임) (2014).
• Arbeitnehmer-Entsendegesetz (AEntG) §14 (파견근로자법 §14, 발주자 책임) (1996/2009 재편)
• Tarifvertragsgesetz (TVG) (단체협약법) (1949).
• Betriebsverfassungsgesetz (BetrVG) (작업장협의회법) (1972, 최신개정 2024).
• Mitbestimmungsgesetz (MitbestG) (공동결정법) (1976).
벨기에
• Loi du 5 décembre 1968 sur les conventions collectives de travail et les commissions paritaires (단체협약·산별위원회법) (1968).
• Loi du 12 avril 1965 concernant la protection de la rémunération des travailleurs — art. 35/1 등 (임금보호법, 일반 연대책임 도입·확대) (1965, 2013 시행령).
영국
• Trade Union and Labour Relations (Consolidation) Act 1992, s.219 (무역분쟁 관련 면책) (1992).
• The Liability of Trade Unions in Proceedings in Tort (Increase of Limits on Damages) Order 2022 (SI 2022/699) (노조 불법행위 손해배상 상한 상향) (2022).
• Strikes (Minimum Service Levels) Act 2023 (최저서비스수준법).
프랑스
• Préambule de la Constitution du 27 octobre 1946 (1946년 헌법 전문: 파업권·노동자 대표를 통한 조건결정권) (1946).
• Jurisprudence du 'co-emploi' (공동사용자 판례: 2014.7.2, 2019.10.9, 2020.11.25 등) — 엄격·예외적으로만 인정.
OECD 및 Eurofound 지표·보고서
• Eurofound, Collective agreements and bargaining coverage in the EU (2020). 확장(AVV)·적용범위가 큰 나라일수록 포괄적 보호와 임금 바닥선이 안정. 제도디자인(확장요건·대표성 기준)이 성과 차이를 설명.
• OECD, Negotiating Our Way Up. 조정된 단체교섭이 임금분포·전환비용을 개선(제도화된 타협의 효용을 실증적으로 보강) (2019).
• OECD, Indicators of Employment Protection (EPL) (고용보호지표: 정규·임시·집단해고 규제 측정) (2020).
• OECD, Employment Outlook 2023: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Labour Market (OECD 고용전망 2023, 사회적 대화·단체교섭 장의 분석 포함) (2023).
• OECD, Employment Outlook 2025, Statistical Annex (조직률·단협적용률·EPL 종합표) (2025).
• Trade Union Density (OECD/AIAS ICTWSS linked dataset) (노동조합 조직률 데이터 분석) (2023).
이론적 근거
Korpi, Walter & Joakim Palme. 1998. "The Paradox of Redistribution and Strategies of Equality: Welfare State Institutions, Inequality, and Poverty in the Western Countrie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63(5): 661–687.
Korpi, W. & Palme, J. 2003. "New Politics and Class Politics… Welfare State Regress in 18 Countries, 1975–95," APSR.
Korpi, Walter. 1983. The Democratic Class Struggle (Routledge).
Korpi, Walter. 2006. "Power Resources and Employer-Centered Approaches in Explanations of Welfare States and Varieties of Capitalism," World Politics 58(2): 167–206.
Refslund, B. & Arnholtz, J. 2021/22. "Power resource theory revisited," Economic and Industrial Democracy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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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군, 일본군 무장해제 "항복사실 모르느냐? 변상문의 '화랑담배'는 6·25전쟁 이야기이다. 6·25전쟁 때 희생된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고, 그 위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제목을 '화랑담배'로 정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전의(戰意)가 없는 것을 보이기 위해 기관단총을 모두 어깨에 걸쳤다. 그러고도 만일을 위해서 각각 산개하면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몸을 날렸다. 아. 그때 그 바람 냄새, 그 공기의 열기, 아른대는 포플러의 아지랑이, 그리고는 아무것도 순간적이었지만 보이지 아니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가? 우리 주변엔 돌격 태세에 착검한 일본군이 포위하고 있었다. 워커 구두 밑의 여의도 모래가 발을 구르게 했다. 코끼리 콧대 같은 고무관을 제독총에 연결한 험상궂은 방독면을 뒤집어쓴 일본군이 차차 비행기를 중심으로 원거리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것이 그리던 조국 땅을 밟고 처음 맞은 분위기였다. 동지들은 눈빛을 무섭게 빛내면서 사주경계를 했다. 그러나 아직 기관단총을 거머쥐지는 아니했다. 여의도의 공기가 움직이지 않는 고체처럼 조여들어 왔다. 뿐만 아니었다. 타고 온 C46형 수송기로부터 한 50여m 떨어진 곳의 격납고 앞에는 실히 1개 중대나 되는 군인들이 일본도를 뽑아 든 한 장교에게 인솔되어 정렬해 있었다. 그 앞에는 고급장교인 듯한 자들이 한 줄 또 섰고, 장군 몇 명도 있는 듯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8월 18일 한낮의 그 뜨거운 여의도 열기가 우리를 더욱 긴장시켰다. 격납고 뒤에까지 무장한 군인이 대기하고 있었다. 중형전차의 기관포도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환호하는 광복군. [사진= 국사편찬위원회] 비행장 아스팔트 위엔 한여름의 복사열이 그 위기의 긴장처럼 이글대고 있었다. 어느새 우리는 땀에 젖어 있었다. 기막힌 침묵이 십여 분이나 지났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행동도 취해 오지 않았다. 마침내 우리가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일본군 고급 장교들이 늘어선 쪽으로 한걸음 씩 움직였다. 각자 산개, 조심하라! 누군가가 이렇게 나직하게 말했다. 서해 연안으로 비행기가 고도를 낮출 때 누군가가 유서를 쓰던 일이 이 순간 내 머릿속에서 상기되었다. 일본군 병사들은 우리가 다가서자 의외로 포위망을 풀 듯이 비켜섰다. 우리는 아직 기관단총을 어깨에 멘 그대로였다. 일본군이 길을 열어주자, 그들도 일본군 육군 중장을 선두로 한 장교단이 우리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그가 바로 조선주차군사령관 죠오쯔끼(上月良夫)였다. 쬬오쯔기는 그의 참모장 이하라 소장과 나남 사단장과 참모들을 뒤로 거느렸다. 우리도 좌우로 벌려 섰다. 쬬오쯔기가 「나니시니 이라시따노?(무슨 일로 왔소?)」말문을 열었다. 퍽 야무지게 보였다. 우리는 말 대신 영등포 상공에서 뿌리다 남긴 선전 전단을 내밀어 주었다. 우리의 임무가 일본어와 우리말로 적힌 전단이었다. 거긴 또 우리가 이렇게 들어오게 된 사연도 적혀있었다. 우리는 한 장씩 그 전단을 다른 일본군 장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쬬오쯔끼는 이를 받아 읽고, "일본은 정전만 한 상태이니 일단 돌아갔다가 휴전 조약이 체결된 다음에 재입국하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위협했다. 자기네 병사들이 꽤 흥분되어 있으니, 만약 돌아가지 않으면 그 신변 보호에 안전책임을 지기가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에 이범석 장군이 "네 놈들의 천황이 이미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한 사실을 모르느냐? 이제부터는 동경의 지시가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맞섰다. 그러나 쉽사리 양보하지 않았다. 옥신각신 말이 몇 번 건너 왔다 갔다. 갑자기 쬬오쯔끼는 한 일본군 대령에게 일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경서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어 마중을 나와 있던 참이란 말을 하고는 물러가 버렸다" 이범석 장군은 일본군 측에 "조선 총독을 만나 담판 짓겠다'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일본군 무장해제 임무를 띠고 국내로 들어 온 '광복군 국내정진군'은 아무런 소득도 올리지 못한 채 다음 날 8월 19일 14:30분 여의도 기지를 이륙하여 중국으로 돌아갔다. 광복군은 미군정이 시작되고 나서 한참이나 지난 다음에 개인 자격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조짐이 좋지 않았다. /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2025-09-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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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7·8호-부앙가 23호...환상 '흥부 듀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손흥민이 시즌 7·8호골을 연달아 터뜨리며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드니 부앙가도 시즌 23호골을 넣어 '흥부 듀오'는 3골을 합작하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LAFC 손흥민은 2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에너자이저 파크에서 열린 2025 MLS 정규리그 서부 콘퍼런스 세인트루이스 시티SC와의 원정 경기에서 3-4-3 포메이션의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LAFC는 '흥부 듀오'의 활약을 앞세워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LAFC는 승점 53을 기록하며 서부 콘퍼런스 4위 자리를 유지했다. [세인트루이스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손흥민이 28일(한국시간) MLS 34라운드 세인트루이스 시티 SC와의 원정 경기에서 자신의 첫 번째 골을 넣고 '찰칵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5.9.28 psoq1337@newspim.com [세인트루이스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손흥민이 28일(한국시간) MLS 34라운드 세인트루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자신의 첫 번째 골을 넣고 골 셀레브레이션을 하고 있다. 2025.9.28 psoq1337@newspim.com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전반 추가시간 시즌 7호골을 뽑아냈다. 그는 중원에서 단독 드리블로 페널티박스 왼쪽까지 돌파한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후반 15분에는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수비수를 앞에 두고 오른발 슈팅으로 시즌 8호골을 추가, 이날 멀티골을 완성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MLS에서 8경기 만에 8골 3도움을 기록하며, 출전 경기마다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MLS 기록 기준으로 이번 4경기 연속골은 지난 2021년 12월 토트넘 소속으로 EPL 14라운드부터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이다. 경기를 중계하던 현지 해설진은 "손흥민과 부앙가는 피할 수 없다(inevitable)"며 두 선수의 뜨거운 활약을 추켜세웠다. [세인트루이스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손흥민이 28일(한국시간) MLS 34라운드 세인트루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고 골 셀레브레이션을 하고 있다. 2025.9.28 psoq1337@newspim.com [세인트루이스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손흥민이 28일(한국시간) MLS 34라운드 세인트루이스 시티 SC와의 원정 경기에서 골을 넣고 부앙가과 손을 마주치고 있다. 2025.9.28 psoq1337@newspim.com 손흥민과 함께 공격을 이끄는 드니 부앙가(31)도 전반 15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5경기 연속골로 시즌 23골을 기록, 리오넬 메시에 이어 득점 랭킹 2위에 올랏다. 두 선수는 최근 LAFC가 터트린 15골 중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경기 도중 손흥민과 부앙가는 높이 뛰어올라 하이파이브를 주고받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세인트루이스에서는 정상빈이 왼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며 '코리안 더비'가 성사됐다. 정상빈은 전반 2분 수비 뒷공간으로 빠르게 침투하다 LAFC 골키퍼와 충돌하며 경고를 받았지만 경기 내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후반 20분 공격포인트 없이 교체돼 벤치로 돌아갔다. 이날 승리로 LAFC의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2022년 1월 지휘봉을 잡고 나서 통산 100승(36무 9패)째를 달성하는 기쁨을 맛봤다. psoq1337@newspim.com 2025-09-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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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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