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건설업 규제개선과제 20건 건의
"예타 기준 상향하고 도심 재정비 속도전 필요"
"인력 이동 제한 완화해 현장 유연성 높여야"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고금리·고물가에 공사비가 30%나 뛰었지만,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기준은 26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경제 규모가 4배 넘게 커진 사이 예타 대상 사업만 늘어 대형 인프라 투자가 자꾸 늦춰지고 있다. 심사 기간도 평균 18개월에 달해 제때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9일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에 건설업 규제개선과제 20건을 건의했다. 고금리·고물가로 4년 새 공사비가 30%나 치솟고, 주택 준공과 착공 물량도 크게 줄면서 건설업 전반에 침체 우려가 커진 데 따른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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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뉴스핌DB] |
한경협은 주택공급 확대, 건설투자 촉진, 현장 규제 완화,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먼저 26년째 멈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기준을 문제 삼았다.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 500억 원, 재정지원 300억 원 이상 사업에 예타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1999년 이후 명목 국내총생산은 4.2배 늘었는데도 예타 기준은 그대로다. 그 사이 예타 대상은 과도하게 불어나 심사자원이 분산됐고, 대형 인프라 투자도 늦춰졌다. 평균 조사 기간은 17.6개월로 운용 지침(9개월)보다 두 배 가까이 길어졌다.
한경협은 총사업비와 재정지원 기준을 각각 1000억 원, 500억 원으로 올리고, 신속 예타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심 재정비사업도 속도가 더디다. 전국 노후주택 비중이 25%를 넘었지만 복잡한 인허가와 각종 규제로 재정비사업은 평균 10~15년이 걸린다. 용적률, 녹지 기준 등이 사업성을 갉아먹어 주택 공급 절벽을 불렀다. 한경협은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별법을 제정해 사업 인가를 동시에 처리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숙련 외국인력(E-9) 운용의 경직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동일 사업주 내에서도 현장 이동이 까다롭고, 승인 과정에 신규 고용 때와 같은 서류를 내야 해 현장의 부담이 크다. 단순 노무에만 이동이 허용돼 숙련공 보조에도 어려움이 있다. 한경협은 현장 이동을 간소화하고 업무 범위를 넓혀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정부 발주 장기계속공사에서 발생하는 간접비 손실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연차별 계약 구조로 휴지기가 생기는데, 이 기간 현장 유지에 드는 비용을 보전할 근거가 없다. 한경협은 장기계속공사의 계약 기간 변경이 금액 조정 사유에 포함되도록 법을 손봐야 한다고 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건설업은 생산·고용 유발 효과가 가장 큰 경기 견인 산업"이라며 "규제를 과감히 덜어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