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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같이 배우는 학교는 어디에"...특수교육발전계획, 중간점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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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인 (단국대학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 법학박사)

2024년 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분명히 말한다. 장애학생도 통합교육 환경에서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이를 통해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장애아동복지법」 역시 조기 발견과 개입, 발달재활, 보조기기 제공, 가족지원 등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강조한다.

교육부의 제6차 특수교육발전계획(2023~2027)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장애 유형과 정도에 맞는 맞춤형 특수교육을 실현하고, 통합교육 환경 조성 및 진로·직업교육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교육 현장의 풍경은 이러한 선언과는 여전히 거리감이 있다.

특수학교는 '학교'로서의 학력조차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립 특수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학력인정 조건에 미달하는 시설기준과 운영 구조로 인해, 졸업 후에도 공교육의 학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장애학생의 교육을 본질적으로 열등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구조적 차별이다.

박정인 교수.

일반학교의 특수학급(도움반)에서도 소외는 반복된다. 공개수업이나 행사 때면,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에게 등교하지 말라는 통보가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보여주기식 수업'에 맞춰 '보이지 않아야 할 아이들'로 밀려나는 아이들. 통합교육의 이상이 무색해지는 현실이다.

심지어 특수학급 학생에게 '절대 교실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오기도 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실제로는 분리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때로는 장애학생이 가장 두려워하거나 힘들어하는 방식으로 벌을 받는 일도 존재한다. 이런 일이 비장애 학생에게도 가능했을까?

장애학생의 학습권은 단순한 배려의 문제가 아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교육권의 핵심이다. 입학 기회만 제공한다고 학습권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선으로, 같은 배움의 주체로 인정받을 때 비로소 학습권은 실현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많은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은 이름만 통합된 학교에 소속되어 있을 뿐, 실질적인 교육 참여에서는 배제되어 있다.

특수학교의 시설 열악 문제는 또 다른 차별로 이어진다. 서울 송파구의 육영학교는 1993년에 설립된 사립 특수학교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된 2008년 이전 개교한 이유만으로, 법정 무상교육 기준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교실 면적이 법정기준(66㎡)의 3분의 1 수준인 22㎡에 불과한 교실도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해당 학교 학생들이 각종 직업교육이나 진로체험 프로그램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면적 기준 미달로 프로그램 신청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주시, 특수 교육 대상 학생들을 위한 '경기도 꿈자람 치유텃밭' 운영[사진=양주시] 2025.05.19 sinnews7@newspim.com

제도상 특수학교는 사립이라 하더라도, 특수교육대상자는 국공립과 동일하게 무상교육 대상이다. 그러나 현재는 제도적 사각지대 속에서 수년째 방치된 채 차별을 감내하고 있다. 이는 시설과 설립 시기에 따라 학생의 교육권이 달라지는 기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더불어, 정서적 학대나 폭력에 대한 대응 체계도 미비하다. 2018년 서울 인강학교에서는 교사와 사회복무요원이 장애학생에게 고추냉이를 억지로 먹이고, 캐비닛에 가두는 등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로도 여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학교 안에서의 정서적 학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주호민 자녀' 사건 역시 정서적 학대의 본질은 묻히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만 논의되었다.

해외에서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장애학생을 위한 정서적 보호 프로토콜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교육청 차원의 통합 매뉴얼조차 부재하다. 학생의 인권을 지키는 마지막 장치인 학생인권조례조차 일부 지역에서는 폐지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학생인권조례의 효력을 지키기 위해 대법원에 효력정지 신청까지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의무교육기관인 학교에는 교권 보호를 이유로 CCTV나 녹음 장치 설치가 제한되어 있지만, 장애학생의 보호는 그만큼 섬세한 정책적 고려 없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특수교육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다. 교육의 본질을 가늠하는 잣대이자,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드러내는 척도다. 약자를 위한 교육환경의 개선은 시혜가 아닌 의무이며, '같이 배움'은 우리가 교육을 통해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다.

우리는 "함께 배우는 학교"를 말하지만, 여전히 "분리된 교실" 속에 아이들을 두고 있다. 학교가 학교답기 위해, 가장 먼저 돌아보아야 할 존재는 소외된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배움이 곧 우리 모두의 성장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해인예술법연구소 소장, 숙명여대 문화행정학과 초빙교수, 단국대 IT 법학협동과정 연구교수에 이어 단국대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로 있다.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교육부 저작권검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위원을 역임했다.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등 지식재산과 산업 보안, 방위기술 전략 등의 이슈를 다뤄왔다. 그 밖에도 장애인연대, 청소년복지, 주거복지를 하는 사회복지사로 시민대상 역사문화해설과 문화재지킴이 등을 하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포츠법 책들을 차례로 저술했고, 발달장애인소프트볼협회 위원장을 맡아 장애인체육종목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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