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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상자산 담보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 2025년06월24일 08:23

최종수정 : 2025년06월24일 08:23

박정인 (단국대학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 법학박사)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자산이 재산적 가치를 지닌 객체로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자산을 기존 민사재산법 체계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단순한 이론적 문제가 아닌, 실제 강제집행·담보설정·몰수 등 실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영국은 이러한 기술적 변화에 대응하여 기존 법체계의 원리를 유연하게 확장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Law Commission은 '지배(control)'보다는 '경합성(rivalrousness)' 개념에 초점을 두며, 디지털 자산에 대해 독립적인 제3범주의 재산 유형(tertium quid)을 제시하였다. 이들은 'things in possession'(유체물)이나 'things in action'(청구권)과 구분되는 새로운 분류로, 블록체인 기반 자산의 희소성과 배타성을 중심으로 법적 지위를 설정하려 한다.

박정인 교수.

실제 판례에서도 이러한 시도는 감지된다. 예컨대 D'Aloia v. Bitkub 사건에서는 암호자산에 대해 '의제 신탁(constructive trust)'이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였으며, Tulip Trading 사건은 비트코인에 대한 통제 주체를 기준으로 법적 소유권을 논의하였다. 이와 같은 영국의 해석은 디지털 자산을 단순한 계약상의 권리가 아닌, '소유권 또는 물권적 지위'로 인정하려는 방향을 보여준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민법상 '물권법정주의'에 기초하여 디지털 자산을 물건으로 보는데 제약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형사사건에서는 가상자산의 재산적 성격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7노7120 판결에서 법원은 비트코인이 "물리적 실체는 없으나 환전과 재화 구입이 가능하여 유·무형 재산에 해당한다"며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대법원도 해당 판결을 확정하며 디지털 자산이 범죄수익 몰수의 객체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비트코인 [사진= 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제도는 여전히 미비하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약 320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압수되었으며, 남부지검 가상자산합수단만도 1,561억 원 이상을 몰수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이들 자산의 매각 방식·시점·절차에 대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초기에는 검찰 직원의 개인계좌를 통한 매각도 있었고, 최근에야 일부 법인계좌 개설이 허용되며 투명성이 개선되었을 뿐이다. 시장 충격 방지를 위한 TWAP(Time-Weighted Average Price) 분할매각 권고 역시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다.

민사상에서도 변화가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민사집행법 제243조를 유추 적용하여 거래소에 보관된 가상자산을 집행관에게 인도하라는 판결을 통해 가상자산 강제집행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는 집행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의 법적 소유권을 '담보권 설정의 객체'로 보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다. 단순히 외국 사례를 수입하거나 기존 개념을 확장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비트코인 이미지.[사진=로이터 뉴스핌]

첫째, 지배 개념의 명확화이다. 디지털 자산은 외형적으로 인식 가능한 대상이 아니며, 다중서명 구조나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서는 실질적 지배자의 특정이 어렵다. 법적 책임 귀속 또한 분산될 수밖에 없다.

둘째, 공시·공신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담보권 설정과 양도의 전제가 되는 소유권 관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공시체계와 등기 유사 시스템이 필요하다.

셋째, 기술-제도 통합 인프라가 준비되어야 한다. 디지털 키의 분실, 해킹, 사기 등 기술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보안체계와 법적 보호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넷째, 유형별 분류체계를 확립하여야 한다. 영국의 제3범주 이론처럼, '지배 가능성', '양도 가능성', '경합성'을 기준으로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단순히 기존 민사법상의 '물건' 개념에 편입시켜 담보권의 객체로 수용하는 것은 법체계의 일관성과 안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 영국의 시도는 참고할 만하지만, 우리 법제에 이식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이론 검토와 함께 기술 현실을 반영한 입법적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자산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개념 정립, 권리 보호, 실행 수단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블룸버그]

※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해인예술법연구소 소장, 숙명여대 문화행정학과 초빙교수, 단국대 IT 법학협동과정 연구교수에 이어 단국대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로 있다.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교육부 저작권검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위원을 역임했다.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등 지식재산과 산업 보안, 방위기술 전략 등의 이슈를 다뤄왔다. 그 밖에도 장애인연대, 청소년복지, 주거복지를 하는 사회복지사로 시민대상 역사문화해설과 문화재지킴이 등을 하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포츠법 책들을 차례로 저술했고, 발달장애인소프트볼협회 위원장을 맡아 장애인체육종목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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