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9조원 늘어, 5~6월 증액 규모 관건
7월 3단계 규제에도 부동산 회복 기대감 여전
올해 금리인하 확정, 대선 이후 정책 기조 관건
하반기 대출 집중 전망, 은행권 자체관리 총력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연초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금리인하 기조가 확정된 상황에서 조기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겹친 결과다. 금융당국이 오는 7월 3단계 규제를 도입하지만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관측을 바탕으로 대출심리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5~6월에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은행권 대출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4월 금융권 가계대출 증액 규모는 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9조2000억원은 은행권(1금융) 대출이다.
올해 1월 9000억원이 감소하며 안정세에 접어는 듯 했던 가계대출은, 2월에 4조2000억원으로 늘었다가 3월에는 7000억원으로 증가세가 대폭 둔화됐다. 하지만 4월에 토허제 번복 사태 영향과 증시 변동성에 따른 투자성 대출 등이 몰리며 5조3000억원으로 다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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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5.05.22 peterbreak22@newspim.com |
특히 금리인하 기조가 여전한 상황에서 조기대선으로 각 후보들이 앞다퉈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이 같은 대출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권에서는 5월에도 5조원 가량의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월에는 대출 '쏠림' 현상도 우려된다. 금융당국이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3단계 스트레스 DSR 금리는 주담대와 신용 등 모든 대출에 대해 1.5%으로 결정됐다. 이자에는 영향이 없지만 대출 한도는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하는데, 금융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최대 5%(연소득 1억원, 30년 만기 주담대 기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3단계 규제 기준이 공개되면서 대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대출을 관리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차주들의 수요가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3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 이후에도 대출 심리가 꺾일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활성화 기대감에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선 이후 새정부가 공급위주의 정책으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신규 분양은 대선 이후 하반기부터 서울 등을 중심으로 공급속도가 조금씩 나지 않을까 싶다. 수요가 당분간 줄고 거래 시장이 주춤할 전망이지만 현재 형성된 부동산 가격이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 방어와 향후 활성화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이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5%의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금리인하 기조만큼은 변함없이 유지하겠다는 방향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가계대출 증가 및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유보 등으로 다음주 금통위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워졌지만, 업권에서는 올해 2~3회의 금리인하는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자가 줄어드는만큼 대출을 준비하는 차주들의 심리적 부담도 낮아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이 올해도 여전히 가계대출 축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 시중은행들의 대출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초 예상과 달리 7월 3단계 규제에도 대출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연간 목표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도 현재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지지선이 발생하고 여기에 금리가 계속 떨어진다면 당연히 하반기를 주택구입 적기로 생각한 사람들의 대출신청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반영해 금리조정이나 심사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