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 첫 회의, 원청이 하청 노동자 만나
금융권 첫 사례, 양종희 회장 의지 반영 평가
임금인상 등 주요 현안 논의, 하반기 2차 회의
비정규직 처우개선 본격화, 타 금융사 영향 관측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KB국민은행이 하청업체 소속 콜센터 직원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상생협력 태스크 포스(TF)'를 내달부터 본격 가동한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후 공언했던 비정규직 처우개선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금융권 최초로 원청과 하청, 노동자가 모두 참여하는 TF라는 점에서 같은 논란을 겪고 있는 일부 금융사에 상당한 파장을 줄 전망이다.
25일 금융권과 노동계 등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내달 11일 콜센터 하청업체 및 직원(노조)이 모두 참여하는 '콜센터 처우개선TF'를 개최한다. 금융권에서 비정규직 처우 관련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원청인 금융사와 하청업체, 그리고 노조가 모두 참여하는 TF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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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사진=KB금융그룹] |
콜센터 처우개선은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약속한 사안이다. 하청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던 전임 회장과 달리 양 회장은 지난해 3월 열린 취임 후 첫 정기주주총회에서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등을 살펴보고 확인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국민은행은 금융권 최대인 약 1000여명에 달하는 콜센터 직원들을 모두 하청(계약직)으로 고용하면서 지속적인 처우개선 논란에 시달려왔다. 해당 직원들은 2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인해 최저연봉 수준의 임금을 수령하고 성과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작년 초에는 대전지역에서 200명이 넘는 대규모 해고사태가 발생해 노동계 연대투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콜센터 직원들의 절반 가량은 민주노총 산하 노조를 조직해 처우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 왔다.
이에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재를 통해 상생협약을 맺고 처우개선TF를 연 2회 개최해 콜센터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TF장은 정민수 국민은행 고객컨택영업그룹장(상무)이 맡는다.
내달 첫 TF회의에는 국민은행과 노조 뿐 아니라 국민은행과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5곳이 모두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 4일 실무진 미팅을 진행해 회의에서 논의할 주요 안건을 사전에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논의 안건으로는 임금현실화(인상)와 정상적인 상여 시스템 구축, 연월차 등 보장, 근무환경 개선 등이 예상된다.
또한 노조측은 현재 최대 5년까지만 보장되는 근속연수를 최소 10년까지 늘려줄 것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업무 고도화를 위해 국민은행이 직접 콜센터 고객서비스(CS) 관련 교육을 진행할 것도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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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신관. [사진=KB국민은행] |
국민은행은 이번 TF를 통해 오랜 논란이었던 콜센터 직원 처우개선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양 회장의 지침이 담긴 사안으로 담당 임원까지 TF팀으로 배치하는 등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금융권 최초의 비정규직 처우개선 TF라는 점에서 비슷한 논란을 겪고 있는 하나은행과 현대해상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현안에 밀접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역시 이번 TF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행법(하도급법)상 원청인 국민은행이 하청업체 소관인 위탁업무 운영 및 소속 근로자 처우 등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최종 합의까지는 오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참여자들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은행과 협력업체간의 계약은 오는 12월에 일괄 종료된다. 따라서 내달 11일 첫 회의와 하반기 개최될 2차 회의에서 어느 수준의 처우개선을 합의하느냐에 따라 콜센터 처우를 둘러싼 논란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콜센터 노조 관계자는 "오랜 노력 끝에 원청과 하청, 그리고 비정규직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자리가 만들어진만큼 열악한 현실을 상세히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달 11일 열리는 첫 TF 회의에 우리도 참여하는 건 맞다"면서도 "원칙적으로 하청 관련 업무에 직접적인 개입은 불가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