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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는 순간의 미학, '미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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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의 영예를 안은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베일을 벗었다. 소모품처럼 대체되는 인간을 통해 인간 존엄성과 반식민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아냈다.

17일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이 한국 언론에 최초 공개됐다. 2019년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상업 영화로 글로벌을 무대로 활동 중인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고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등이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K-무비의 거장답게, 다소 묵직한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일명 '웃픈' 방식으로 풀어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미키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의 삶을 택한 주인공이 겪는 예측불허한 일들을 담은 영화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으며,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에 봉착하고 새로운 익스펜더블 미키18이 생성되면서 사생활부터 생존, 끝없는 혼란 등 다양한 문제와 맞닥뜨린다.

주인공인 미키 역을 연기한 로버트 패틴슨은 '해리포터'와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출연하며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배우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도 '테넷'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글로벌 스타다.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낙점된 그는 무려 16번의 죽음을 겪고도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특히 미키17은 자신도 모르게 생성된 '멀티플' 미키18을 견제하고, 질투하면서도 한편으로 그의 존재를 자신만큼이나 인정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동시에 미키18을 연기하는 배우 본체로서는, 완전히 독립된 개체를 연기하는 듯, 1인 2역을 훌륭히 수행한다. 한 사람이 반복해서 프린팅됐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판이하게 다른 17과 18. 인간 내면의 다양한 면을 그려낸 표현은 관객들의 다채로운 해석을 낳을 법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놀라운 점은 SF 영화임에도 압도적인 비주얼 충격이나 놀랄 만한 기술적 과시는 찾아볼 수 없다. 영화에선 주로 미키17의 설정을 설명하거나, 주인공의 서사를 미키 본인의 내레이션으로 삽입했다. 오로지 깊은 주제의식과 내용으로 정면 승부한다. 매 작품에서 독특한 설정과 내러티브의 힘을 밀어붙이는 봉 감독의 뚝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미키17'에선 자본과 결합한 비윤리적인 기술과 그 사이를 파고드는 부작용과 문제점, 사람을 대체품으로 무한히 사용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존엄성을 이야기한다. 전작인 '기생충'에서 자본주의의 근간을 꿰뚫는 계급적 통찰을 보여준 것에서 한 단계 확장된 이야기다. 감독이 영화의 외피를 씌워 보여주는 세계는 흥미롭고 독특하고 때론 역겹지만, 얼마나 지금의 현실과 닮아있는지를 시시때때로 느낄 수있다.

'미키17'이 히어로물은 아니지만, 결국은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모두가 파국을 향해 치닫는 상황을 마주한다. 이 상황에서 미키가 어떤 방법을 동원하고 누구와 대치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은 관객들을 감동시키고, 눈물을 떨구게 하는 신은 익스펜더블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미키의 모든 존재를 매 순간 사랑했던 나샤의 행동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 순간엔 이 모든 혼돈과 파국에 동참한 이들의 판단력을 의심하게 된다. 바로 그 지점이 이 소설이 집필되고, 영화로 제작된 이유다. 미지의 세계에서 인간의 안전을 위해 마루타의 역할을 했던 익스펜더블, 그 무용성이 확인되는 순간 어느 순간 본말이 전도돼 인류에게 족쇄로 작용하는 모든 산물들을 떠올리게 된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인물 마샬은 현재 몇몇 정치인이나 재벌을 모델로 했다는 설도 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신분주의를 옹호하고 우생학을 신봉하듯 사람을 나누고 차별하는 세력은 영화에서처럼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전 세계가 인정한 거장 봉준호 감독의 가볍지만 무거운 이야기, 웃기지만 슬픈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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