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 침해"
지인에 탄원서 조작 요청...어색한 내용 檢에 덜미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이용해 가짜 탄원서를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마약사범이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A씨가 챗GPT를 이용해 위조한 가짜 탄원서. [제공 = 서울중앙지검] |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사문서위조 범행에 이용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 명의를 무단으로 도용해 문서를 위조하는 등 그 범행 수법이나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위와 같은 위조 범행으로 인해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이 침해된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2023년 2월 필로폰을 2회 투약하고 임시마약류를 소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같은 해 10월 법정구속됐다.
그는 이후 지인, 가족 명의 탄원서를 다수 제출하며 보석을 통한 석방을 시도했다. A씨는 같은 해 11월에는 고양시 체육회 팀장 명의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A씨가 고양시 체육회와 협력해 공익활동을 다수 했으니 이를 감안해 선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사건을 맡은 정기훈 검사는 A씨가 제출한 탄원서를 검토하던 중 내용과 문체가 어색한 부분이 있어 문서 생성기 사용 여부를 의심하고 해당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탄원서에는 '헌신적 노력', '참된 위원장의 모습' 등 긍정적인 표현 일색이었으나 A씨가 실제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전혀 없었다. 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당내 불미스러운 일조차 정의라는 명목으로 홀로 싸우기도 하고'라는 등 A씨 범행과 무관한 내용이 기재돼 있기도 했다.
수사 결과 A씨는 지인 B씨에게 고양시 체육회 팀장의 명함을 주면서 챗GPT에 '고양시 체육회, 공익활동, 당내경선문제해결' 등 키워드를 넣어 탄원서 생성을 부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A씨는 해당 체육회와 협력해 활동한 사실이 없고 팀장과도 모르는 사이였다.
한편 A씨는 필로폰 투약·소지·매매 미수 혐의 등으로도 병합 심리를 받았는데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