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추진 '가능'
분담금 부담으로 작용…"사업 추진 단지 많지 않을 것"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내년 6월부터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더라도 재건축 사업 추진이 가능해지면서 노후단지 밀집 지역에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재건축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첫 관문이었던 안전진단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동안 안전진단 절차로 사업이 지연됐던 사업장에서는 재건축 기간이 3년 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억제요인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내년 6월부터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되면서 노후단지 밀집 지역에서 사업 추진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도정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추진 '가능'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실시 시기를 '사업계획 입안 전'에서 '사업계획 인가 전'으로 미룬 것이 핵심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의 첫 관문이다. 현재는 안전진단 D등급 이하를 받아 위험성이 인정돼야만 재건축 조합 설립 등 절차에 돌입할 수 있었다. 개정안은 주민이 원하면 안전진단을 받지 않고 재건축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안전진단 시기를 조정했다.
안전진단 없이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비계획 수립, 조합 설립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안전진단 없이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비계획 수립, 조합 설립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재건축 안전진단 명칭은 '재건축 진단'으로 바뀐다. 제도 자체도 안전성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 설비 노후도를 종합 평가하도록 했다. 지자체가 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재량으로 결정하던 예비안전진단 개념의 현지조사 제도는 없앤다. 가까운 단지와 통합해 재건축 진단을 실시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주민 의사결정 과정도 단순화했다. 정비계획 수립, 추진위 구성에 따른 동의를 현재는 각각 받아야 하지만 앞으로 주민이 한 가지를 동의하면 다른 것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전자 투표 방식을 활용한 조합 총회 의결권 행사도 허용된다.
개정안 통과로 절차가 줄어들면서 13년 가량 소요됐던 재건축 기간도 평균 3년 가량 단축되는 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그동안 안전진단에서 C등급 이하를 받아 사업이 지연됐던 사업장들도 재건축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 서울에서 준공 30년 초과 아파트 물량은 49만6374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체 서울 아파트의 27%에 달하는 수치다. 노원구가 9만6039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강남구(5만4371가구), 송파구(4만2375가구), 강서구(3만7602가구), 도봉구(3만6428가구) 순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이 되는 서울 아파트 단지는 내년 544개, 2030년 875개 단지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 분담금 부담으로 작용…"사업 추진 단지 많지 않을 것"
재건축 추진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란 기대감에 집값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규제와 집값 상승감에 피로를 느낀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며 거래가 줄어들면서 집값 상승세가 꺾였지만 재건축 단지는 여전히 집값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미 높아진 공사비에 분담금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기대만큼 원활하게 사업 추진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업기간이 3년 가량 단축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공사가 진행되는 10년 동안 공사비는 인상되고 이에 따른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담금 규모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내에서도 재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재건축을 하게 될 경우 고령층 주민은 분담금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철거를 위해 이주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진단과 함께 재건축 3대 대못으로 꼽혔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재초환) 폐지와 분양가상한제(분상제) 폐지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재초환의 경우 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도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분담금과 수익성이 떨어져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곳들도 있다"며 "재건축 추진을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막상 나서는 단지들이 많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