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17일(현지시간)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레바논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조직원 등 2800여명을 사상케 한 무선호출기는 동유럽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있는 기업이 만든 것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8일 보도했다.
헤즈볼라 호출기에는 대만 기업인 골드아폴로의 상표가 붙어 있었지만, 이는 헝가리 기업이 골드아폴로와 상표 사용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은 몇 개월 전 헤즈볼라가 주문한 골드아폴로의 AP924 모델 무선호출기 5000개에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가 몰래 심어놓은 작은 폭발물이 터지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18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BAC컨설팅KFT 본사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폭발한 헤즈볼라 호출기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본사를 두고 있는 BAC컨설팅KFT가 제조했다. 대만 골드아폴로의 설립자인 쉬 칭쿠앙은 사건 발생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그 호출기는 우리 제품이 아니다. 그저 우리 회사 브랜드가 붙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BAC컨설팅KFT는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 우리 회사 상표를 사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이 헝가리에서 제조된 호출기 제품에 언제 어떻게 폭발물을 심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BAC컨설팅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헤즈볼라는 작년 10월 7일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의 도청과 위치 파악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대신 구식 무선호출기 사용을 전면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이번 동시다발적인 폭발과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 전략은 '트로이 목마' 같은 치명적인 실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