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출범 이후 중저신용대출 10조원...업계 '최대'
연체율 1.65%, '카뱅스코어'로 외형·내실 모두 확보
대안정보로 대출취약계층 발굴 및 우수상환능력 선별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카카오뱅크(카뱅)는 작년 말 기준 4조3000억원의 중저신용대출(잔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난 수준으로 인터넷은행 3사 중 최대 규모이자 유일하게 연간 목표치(30%)를 달성한 성과이기도 하다.
반면 압도적인 규모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은 1.65%로 토스뱅크(2.5%), 케이뱅크(3.9%)와 비교할 때 눈에 띄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외형과 내실을 모두 안정적으로 관리한 덕에 카뱅이 2017년 출범 이후 시장에 공급한 누적 중저신용대출만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하경태 카뱅 신용리스크모델링 팀장은 "자체 개발한 맞춤형 신용평가모델이 큰 도움이 됐다"며 "지속 가능한 중저신용대출을 위해서는 대출 확대와 연체율 관리가 모두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신용정보 외 새로운 데이터를 활용하는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하경태 카카오뱅크 팀장이 3일 오후 판교역 카카오뱅크에서 종합 민영뉴스통신사 뉴스핌 금융증권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4.03 leemario@newspim.com |
◆ 4조 중저신용대출 연체율 1.65%...'카뱅스코어' 덕
하 팀장은 2007년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한국은행을 거쳐 2016년 출범을 앞둔 카뱅에 합류했다. 시중은행과 금융당국, 인터넷은행을 모두 경험한 독특한 이력이다. 입행부터 신용평가모형을 담당한 그는 카뱅에서도 신용리스크모델링 팀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중저신용대출을 위한 신용평가모형 수립은 쉽지 않은 과제다. 고신용자와 달리 신용점수가 낮아 기존 신용정보만으로는 제대로 된 분석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카뱅은 소비, 통신, 교통 등 대안정보(비금융정보)를 활용해 대출 사각지대에 놓인 중저신용자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2022년 그룹 계열사 등 이른바 카카오 '공동체'와 롯데멤버스, 교보문고 등 협력사 가명결합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형 '카뱅스코어'를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 팀장은 "기존 금융정보 위주로는 평가가 어려운 중저신용자 및 씬파일러(금융거래가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 대출에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존 평가에서 거절된 중저신용자 중 15%가량이 카뱅스코어 평가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규모는 4600억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뱅스코어에서도 대출이 어렵다고 판단된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신용보증 대출 상품인 '햇살론15'를 지원함과 동시에 자체적인 별도 신용대출도 공급하고 보증기관 정책서민금융상품을 통한 금융 지원을 연결하는 등 다각적인 포용금융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카카오뱅크] |
◆ 고도화로 사각지대 해소, 카뱅스코어 오픈플랫폼 검토
카뱅은 올해도 전체 신용대출의 30%를 중저신용대출로 채운다는 목표다. 오는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5조2000억원까지 대출 규모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가계부채 감소 기조에 따른 규제 등이 변수지만, 취약계층 대출만큼은 꾸준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기도 하다.
관건은 역시 연체율이다. 고물가, 고환율 등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 규모 확대에 따른 건전성 부담이 상당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65%였던 카뱅의 중저신용대출 연체율은 2021년에는 0.48%에 불과했다. 수치 자체는 안정적이나 대출과 연체율의 동반 상승 현상만큼은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하 팀장은 카뱅스코어 '고도화'를 해법 중 하나로 꼽았다. 모빌리티·유통 등 더 다양한 대안정보를 활용해 대출 확대 및 건전성 개선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중저신용대출에 포함되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소상공인 특화 모형도 꾸준히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카뱅스코어를 금융권 전반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저신용대출을 취급하는 다른 금융사에서 카뱅만의 고도화된 모델을 활용한다면 더 많은 취약계층에게 적합한 대출을 공급함과 동시에 연체율도 낮춰 중저신용대출 시장 자체가 안정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 팀장은 "카뱅이 아닌 다른 금융사에도 카뱅스코어와 같은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다면 결국 혜택은 중저신용자뿐 아니라 다른 금융소비자에게도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신용점수가 낮거나 신용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대출만큼은 꾸준히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