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행정예고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영업제한 시간 새벽 2~3시 1시간으로 줄여
유통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서 폐기 전망
'여소야대' 22대 국회서도 통과 난망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규제를 완화하고 나섰지만 정작 근간이 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유통시장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지만 해묵은 '대기업 vs 소상공인' 프레임에 갇혀 정작 '소비자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이날 유통법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유통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계류돼 있다.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야당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정부는 22대 국회에 다시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지면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사진=뉴스핌DB] |
업계에선 해묵은 규제 완화를 위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는 지자체들의 노력이 물거품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초구를 비롯해 76개 기초지자체들이 영업시간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근간이 유통법 개정이 불발될 경우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의 정책 결정이나 투자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청은 행정예고로 대형마트의 업업시간 제한을 풀기로 했다.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인 영업제한 시간을 새벽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으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이 가능해진다. 현재 서초구에는 이마트 양재점, 롯데마트 서초점을 비롯해 4개의 대형마트와 33개 준대규모점포가 있다.
서초구는 지난 1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꾼 바 있다. 사실상 대형마트 영업시간 전면 자율화 조치로 전국에서 첫 사례다. 서초구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열고 최종 고시공고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7월부터 새벽영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형마트는 전용 물류센터를 활용해 온라인 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초구가 영업시간 규제를 해제하더라도 서초구 소재 대형마트에서 각기 새벽배송을 시작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유통업계는 "해묵은 규제 완화의 첫 걸음"이라며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라 새벽시간대 영업이 제한되면서 온라인 배송도 하지 못했다. 유통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부터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영업시간도 제한을 받는데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문을 열 수 없다. 영업을 하지 못하는 휴일이나 새벽시간에 대형마트는 온라인 배송도 하지 못한다. 또 전통시장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전통시장 1㎞ 이내는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정해 3000㎡ 이상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신규 점포를 내지 못한다.
영업시간 제한은 대형마트가 고꾸라지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영업을 하지 못하는 휴일이나 새벽시간에 대형마트는 온라인 배송도 하지 못했다. 고객들의 소비패턴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던 초기 대형마트가 온라인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이유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도래하며 소비시장의 주도권은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사이 대형마트는 수십개의 점포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사정이 악화됐다.
업계에선 유통법 개정이 정치 논리에 빠져 본질인 '소비자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법은 기업이나 소상공인 어느 한 쪽의 편의가 아닌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는 법이다. 유통법의 목적인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 '건전한 상거래질서'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소비자들도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7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따른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는 일요일에도 장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2012년 규제 도입 당시와는 달리 온라인쇼핑 활성화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경쟁 관계가 사실상 무의미해졌지만 규제는 계속되고 있어 소비자 이용 불편만 가중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전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무관하다"는 의견이 61%로 가장 많았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