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 성인 대상으로 확대 추진
전문가들 "제도 기능하려면 충분한 준비 필요"
"아동청소년과 성인 수사 기법 다소 달라"
"인력 모으고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경찰청 산하에 팀 만드는 등 조직 개편도"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경찰이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를 성인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전문가들은 방향성이 구체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동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위장수사 양상이 엄연히 다른데 인력 수급부터 가이드라인 등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20일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를 성인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서울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를 검거하는 데 민간인의 위장수사가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청소년성보호법 제25조의 2에 따르면 미성년자 성착취물에 한해서만 위장수사가 가능해, 성인 성착취물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청 본청 |
전문가들은 성인 성착취물에 대한 위장수사가 필요한 대책이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제도가 잘 기능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찰에서 지난 2021년부터 위장수사를 진행했지만 지금까지의 수사 기법을 성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경찰이 가출 청소년인 것처럼 가장해 성착취를 하려는 사람들을 최초 단계에서 찾아내는 활동이 많다"며 "이는 아동을 성적 유인 목적으로 유인하는 대화만 해도 처벌이 가능한 규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반면 성인의 경우 영상물을 영리 목적으로 만들고 배포하는 데까지 가야 처벌이 가능하다"며 "초기 검거가 어렵기 때문에 자신이 공범인 것처럼 1~2년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텔레그램 대화방 등에 상주하면서 유포자들과 라포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뤄지는 수사 특성상 전문성 있는 인력을 충분히 모을 필요가 있다. 성폭력 사건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교통과든 여성청소년과든 일반 수사관이 갑자기 사이버성범죄 위장수사를 하기는 어렵다"며 "온라인 소통에 대한 이해도를 장착한 수사관들로 팀을 구성한 후 수사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관에 대한 교육도 절실하다. 오선희 변호사는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 위장수사 제도가 이전부터 있어서 모든 범죄에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수사관에게는 낯선 방식"이라며 "독일 같은 경우, 대화방에서 자신을 인증하기 위한 허위 영상을 만들어서 주는 것까지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경찰 조직이 개편된 후에야 위장수사가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성범죄 사건을 접수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지역에 위치한 경찰서에 진정서나 고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에서는 '(범인을) 못 잡는다'며 접수조차 되지 않을 때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경찰서에서 사건을 올려보낸 뒤, 경찰청에서 조직화된 팀을 만들어야 위장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진희 국선변호사는 "일선 경찰서의 사이버 수사팀에 사람 수가 많아봤자 5명인데, 디지털성범죄 말고도 할 게 많아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전했다.
hell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