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과일값 구조적으로 단기간 해결 방안 없어
정부, 솔직히 사정 밝히고 수입 등 대체소비 권장해야
사과는 검역 협상 지지부진해 수입 자체 아예 불가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사과, 배 등 성수품 가격이 급격히 오르던 시기. 관련 부처의 고위 공직자가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국민들이) 사과를 덜 먹고 수입과일로 대체하면 좋지 않겠냐"고 말한 적이 있다.
추석을 앞둔 성수품 수요증가와 작황 부진, 재배면적 감소 등이 겹쳐져 나타난 과일 가격 상승과정을 설명하면서 그나마 수요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절박한 마음에서 한 말이다.
이는 프랑스혁명을 촉발시킨 마리 앙트와네트가 했다는 "빵이 아니면 케이크를 먹지"라는 말을 연상시킬 정도로 정치적 인화성이 큰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장 자크 루소의 '참회록'에 나오는 말이지만 루소의 시기 착오와 원문의 맥락에 대한 오해 등으로 만들어진 전형적인 18세기판 '가짜 뉴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이 발언을 직접 들은 기자들이 해당 발언이 나오게 된 정황과 발언 당사자의 진정성 등을 감안해 기사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동의해 보도가 되지는 않았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새해 첫 달 2%대로 내려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4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로 전년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2024.03.06 mironj19@newspim.com |
사과, 배 등 과일에 이어 이를 대체하는 토마토, 딸기, 참외 등 과채류 가격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농업관측 3월호' 보고서에서 이달 토마토, 딸기, 참외 등 주요 과채류 가격이 작년 같은달보다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토마토는 5㎏ 기준 평균도매가격이 3월 중 2만3000원, 대추방울토마토(3㎏)는 2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43.9%, 11.2%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2019년 이후부터 작년까지 중 최대 ·최소를 제외한 평균치인 평년 대비로는 각각 51.8%, 34.1% 비싼 수준이다. 딸기와 참외 가격도 평년과 비교하면 33.1%, 20.9%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과채류들을 최근 마트나 슈퍼 등에서 한번 이라도 구매해봤더라면 소매 가격기준으로 대부분 배 이상의 가격 상승을 체감하고 놀라게 된다. 외식에서 후식으로 나오는 과채류는 어느새 사라졌거나 제공하는 양이 크게 줄었다. 또 다른 과채류나 수입 과일 등으로 대체된 것도 흔히 볼수 있다.
토마토, 딸기, 참외 등의 주된 가격상승 원인은 출하량 감소다. 토마토는 1~2월 생육기 일조시간이 부족해 착과율(열매가 달리는 비율)이 낮아졌고 토마토가 커지고 익는 기간도 길어졌다. 대추방울토마토 역시 일조시간 감소로 착과율이 낮아진 데다 병해가 늘었다. 딸기, 참외 작황도 부진했다.
결국 사과 배 등 가격에 이어 대체품 가격까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과, 배 가격의 고공행진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되고 있다. 2월 하순 기준으로 도매 가격은 모두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에 이른다. 사과, 배 가격은 햇과일이 본격 출하되는 추석 전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여기다 설 성수기에 정부가 사과, 배 공급 물량을 늘리면서 저장 물량마저 부족한 상황이어서 가격이 떨어지기 보다 오를 가능성이 훨씬 크다.
특히 사과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수입확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당장 일본 등 수입이 가능한 11개국과 검역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수입하기 위해 필요한 전체 8단계중 5단계를 넘은 국가가 없다. 1992년 협상을 시작한 일본이 11개국 중 가장 많은 진도를 나갔지만 지난 2015년 5단계에서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미국, 뉴질랜드산 사과는 약 30년째 SPS 3단계(병해충 예비 위험평가)에 머물러 있다. 독일은 2단계(착수), 중국·이탈리아·포루투갈 등은 불과 1단계다.
사과 수입은 또 자칫 재배 농가로 하여금 농사를 포기하게 해 생산량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당국의 고민도 있다. 사과값을 밀어 올린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생산량 감소다.
결과적으로 사과, 배 등 과일과 토마토, 딸기, 참외 등의 과채류 가격상승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단이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물가 당국은 매번 "물가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물가안정을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추진 경제정책중 1번으로 민생경제회복 차원의 '과일·채소·축산 물가안정 총력대응'을 제시하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1주일에 1번 이상씩 장차관이 물가관련 장·차관 회의를 개최하고 현장방문, 현안간담회 등을 열고 물가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또 마트 등에서 사과,배 토마토에다 축산물까지 할인토록 하기위해 직접 예산지원을 하고 대파, 대체 수입과일 등에 대해서 할당관세 인하로 수입물량을 신속도입토록 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과일과 과채류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면 수입과일 등 대체물에 대한 소비를 권장해야 한다. 공급을 확대하기 어렵다면 수요를 줄이거나 분산시키는 길 밖에없다. 우리 경제는 이미 세계와 연결돼 있고 대체재들을 수입으로 해결할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개방돼 있다.
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