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91개 법정부담금 전면 재검토
영화부담금·출국납부금 곧 없어질듯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정부가 영화 티켓과 항공 운임 등에 부과하는 법정부담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나도 모르게 내던 이른바 '그림자 조세'를 손질하겠다는 이유에서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 91개 법정부담금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91개 법정부담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준조세나 그림자 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을 찾아내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사업을 위해 마련된다. 특정사업과 이해관계를 가지는 자에 대해 특별한 재정책임을 부과하는 게 목적이다. 이는 특정한 목적 없이 걷는 세금과는 다른 개념으로 부담금은 부과대상자의 범위와 부담금의 징수목적 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어야 한다.
부담금은 지난 1960년대 7개에서 1970년대 14개, 1980년대 34개, 1990년대 95개로 급증했다. 이어 2005년 102개로 최고치를 경신하고 올해 91개로 소폭 줄었다.
이로 인한 부담금 징수 실적은 2022년 12월 기준 22조37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2502억원 증가했다. 2007년(14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1.55배 늘어난 것으로 국내총생산(GDP) 1% 수준에 이른다.
이처럼 부담금이 가파르게 증가한 원인에는 재량권이 있다. 부담금 수입 대부분은 기금이나 특별회계로 귀속돼 별도로 관리되므로 일반회계 예산에 비해 운용 재량성이 높아 행정기관들이 부담금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일각에서는 부담금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저해하고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부담금을 나도 모르게 내는 경우가 많으면서 일종의 '그림자 조세'로 작용하고 있다.
기재부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91개 부담금 존치의 필요성을 살핀다는 계획이다. 특히 민생과 밀접한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부터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영화 '범죄도시3'가 개봉 6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범죄도시3'는 지난 5일 69만8289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관객수 521만632명을 달성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모습. 2023.06.06 mironj19@newspim.com |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은 영화관 사업자가 영화표 가격의 3%를 소비자에게 걷어 정부에 납부하는 구조다. 이렇게 걷힌 부과금은 영화발전기금으로 한국 영화의 창작·제작·수출 등을 촉진하고 독립·예술 영화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의 징수액이 2019년 546억원에서 2020년 105억원으로 급감했다. 부과금 납부가 어려워진 영화상영관 사업자들은 2020년 2~10월 부과금에 대한 납부연장 조치를 요청한 바 있다.
또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내는 주체와 그 수혜자가 달라 부과금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영화 티켓에 포함된 3% 부과금을 폐지해 소비자와 영화상영관 사업자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국내 공항과 항만을 통해 출국하는 국민에 1만원씩 부과됐던 출국납부금도 폐지를 추진한다. 출국납부금은 2021년 134억원에서 2022년 667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출국자 수 증가가 영향을 줬다.
정부는 91개 법정부담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신속히 실시하고 민관합동 TF 논의를 통해 정비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늦어도 3월 중 구체적인 부담금 정비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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