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코스피 25%·코스닥 24.1% ↑
"자금 조달 어려워지자 공시 번복 늘어"
김대종 세종대 교수 "법제화 노력 부족"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지난해까지 감소하던 코스피·코스닥 불성실공시법인 수가 증가세로 전환한 가운데, 한국거래소 측은 상장 법인 대상 교육 외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자의적 공시를 막기 위한 법제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3.12.19 stpoemseok@newspim.com |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기업의 수는 총 107개 사(코스피: 35개 사, 코스닥: 72개 사)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코스닥 상장 2개 사(라이트론·윈텍)의 불성실공시지정 여부를 오는 29일까지 결정해야 하므로 코스닥 수치는 최대 74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
거래소는 증권선물거래법 및 유가증권시장공시규정에 따른 공시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상장 법인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다.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경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는 공시불이행이 28건으로 제일 많았고 공시번복(8건), 공시변경(0건)이 뒤를 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공시번복(76건)과 공시불이행(54건)의 수가 많았고, 코스피 시장과 마찬가지로 공시변경(9건)의 비중이 제일 낮았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코스피 15개, 코스닥 121개) ▲2021년(코스피 18개, 코스닥 99개) ▲2022년(코스피 21개, 코스닥 54개) ▲2023년(코스피 35개, 코스닥 72개)으로 최근 3년간 이어졌던 감소세가 끝나고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코스피 시장의 경우 4년 연속 불성실공시법인 수가 늘어나고 있고, 같은 기간 상승률도 133.3%로 높았다.
이처럼 양대 시장의 불성실공시법인 수가 늘어난 것은 경제 상황 악화와 자금 조달난 등 외적인 요소가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금 시장의 수요가 떨어지면서 상장 법인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계획이 철회되는 경우가 늘었고, 결국 공시 불이행으로 번진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불성실공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불성실공시법인 중 대다수가 자금 조달 실패와 연관돼 있는 경우가 많고, 이는 유동성 문제와 경제 상황 등 외적 요건에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측에서도 경제 외적 요건이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상장 법인 대상 교육 외에는 별다른 방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법인과 불성실공시법인에 적극적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 외에 시행하고 있는 대안은 없다"며 "이 문제는 외부 환경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래소를 포함한 유관 기관의 법제화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국내 상장 기업 중 상장으로 인한 자금 확보만 좇는 부실기업들이 많다"며 "이런 회사들은 자신들에 불리한 내용은 투자자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시간대에 공시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 공시 관련법을 보면 공시 시간대에 관한 규정은 전무하다"며 "특정 공시에 대한 시간대도 규정을 해야 불성실공시법인의 자의적 공시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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