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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차이나] <4> '곡우부터 하지까지' 영화로 본 중국 <下>

기사입력 : 2023년10월11일 17:49

최종수정 : 2023년10월11일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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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에서 이어짐>

한국에서는 모든 영화가 수요일에 개봉하고, 중국에서는 금요일에 개봉한다. 매주 금요일 영화관에 가면 새로 걸린 라인업을 볼 수 있다.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까지 중영본색의 소재가 될 영화들을 관람했다. 하루에 두세 편씩 보는 날이면 큰 쇼핑몰에 있는 영화관에 가서 조조영화를 보고 밥 먹고 카페에서 방금 본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상가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영화관으로 돌아가 다음 영화를 봤다.

중국은 추리물, 스릴러물을 잘 만드는데 한번 보면 이해가 안 돼서 아침저녁으로 똑같은 영화를 다시 보기도 했다. 사투리가 심한 영화는 자막만 보다가 중요한 장면을 놓치기 일쑤라 역시 다시 봐야 했다. 마감까지 여유가 있을 때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거나 바이두를 검색해서 영화에 대한 이해를 보충할 수 있었지만, 개봉하고 하루이틀 만에 중영본색을 마감해야 할 때는 혼자 힘으로 알아봐야 하니 영화를 여러 번 볼 수밖에 없었다.

주말 사이에만 대여섯 편을 보는 일도 허다했다. 다행히 중국은 영화 티켓 가격이 한국의 절반 수준이라 부담이 덜했다. 술 마시고 놀러 다닐 시간과 돈을 몽땅 영화에 쏟아부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여느 시절의 유학생들처럼 여기저기 여행 다니며 중국을 직접 경험하고 배울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컴컴한 극장 안 빛나는 스크린을 보며 중국을 배웠다. 운이 좋았다. 내가 중영본색을 쓰던 해는 전례 없는 중국 로컬 영화의 전성기였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영화시장이 얼어붙었던 2021년 중국은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국경은 걸어 잠그고 국내 영화관 문을 활짝 열었다. 헐리우드 영화가 없는 중국 영화관에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중국 로컬 영화를 상영했다. 연간 중국 박스오피스의 TOP10을 헐리우드 영화가 차지했던 예년과 다르게 2021년 중국 박스오피스는 모두 로컬 영화가 장악했다.

코로나 기간 '찰리우드' 굴기 가속

영화는 사회와 문화를 반영한다. 중국 사람들이 만들고 중국 정부가 검열해서 영화관에 걸어놓는 중국 영화는 중국 그 자체이다. 나는 '현애지상'에서 하얼빈의 추위를, '연야소년적천공'으로 하이난의 야자수를, '고동국 중국'으로 중국 골동품 시장을, '대니거견아마'로 농촌지역의 고부갈등을, '기적'으로 선전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드넓은 국토, 수많은 소수 민족과 문화는 중국영화의 다채로운 소재가 되었고, 영화의 배경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성격의 영화가 되었다.

특히 나의 얄팍한 중국어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지역 사투리는 아주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 영화를 끝도 없이 보다 보면 간혹 한 두마디 지방 사투리를 배우게도 됐다. 중국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영화에서 본 그들의 고향 얘기를 하고, 지역 사투리를 아는체 하면 그들은 엄청난 흥미와 호감을 나타냈고 나도 모르게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백문이불여일견' 만 못할지 모르지만 나는 넓은 현장을 다 돌아다니지 못하는 부족함을 이렇게 스크린의 '견(见)'으로 보충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필자 이조은이 중국 베이징대학 예술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베이징대 명물인 보야탑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11 chk@newspim.com

한국인들이 중국영화라면 스테레오타입으로 떠올리는 정치영화들도 많았다. 춘절과 국경절 등 긴 연휴로 관객들이 극장에 몰리는 시기에 개봉하는 주선율 영화는 과연 인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겠다는 목적에 걸맞았다. 주선율 대표 영화인 '나와 나의 조국', '유랑지구', '봉폭', '장진호', '중국의사' 등은 국가를 위한 소시민의 노력과 희생, 그로 인해 안전함을 보장받고 발전하는 중국을 주제로 인민들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정치영화야말로 최고의 영화'라고 여겨 막대한 자본을 들이는 중국의 정치영화는 화려한 라인업과 스케일을 자랑하며 나름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물론 뻔한 결말에 식상할때도 많다. '위대한 공산당'과 '훌륭한 인민'이 판에 박힌 줄거리이고 이렇다 할 빌런이 없어 스토리가 밋밋하다. 외국인 관객으로서는 영화속의 '주적'인 악덕한 서구열강에 함께 분개해하거나 울분을 토할수 없는 노릇이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되는 소시민의 다양한 직업군과 인간 군상에 신기해하며 인물들의 감정선을 얼추 따라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인물이 몇 분쯤 무슨 대사를 치며 죽을지 맞추는 경지에 이르렀다. 

더욱이 2021년은 중국 공산당 건당 100주년으로 여름 내내 유수한 감독들의 '공산당 헌정 영화'가 개봉했다. 공산당 헌정 영화는 더욱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혁명정신과 영웅주의를 이야기하는데, 인민이 아닌 특정 영웅을 주인공으로 하기 때문에 위인전과 다를 바 없었다. 역사에 젬병이라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도 더듬거리며 부르는 나에게 중국 위인은 너무나도 먼 얘기였다.

이런 영화에서 위인은 대부분 잘생긴 배우들이 연기하는데, 그 점은 싫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임금 하면 최수종 배우의 얼굴을 떠올리듯 나는 중국 위인하면 황헌과 주아문 배우를 떠올린다. 모두는 이해할수 없었지만 주선율 영화와 홍색 영화를 대하는 중국 친구들의 애국심과 공산당을 향한 무한한 지지의 배경을 짐작이나마 할 수 있었다. 베이징대학교의 외국인학생 필수 교양수업 '중국개황'에서의 교수님 말씀과 교재의 텍스트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지만, 얼굴이 익숙한 배우들의 눈물과 땀은 내 친구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처음 만난 중국 친구들에게 꼭 받는 질문이 있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유명하잖아, 왜 굳이 중국에 영화 공부를 하러 온 거야". 내가 중국에 있을 때 한국 콘텐츠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윤여정 배우가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BTS는 대한민국 가요계 역사를 바꿨다. K콘텐츠의 위상이 하늘을 찌르던 때, 나는 관객 없는 중국 영화관에서 중국인들도 안 보는 온갖 로컬 영화를 매일같이 관람했다. 자국민도 안 보는 영화를 보고서는 어설픈 중국어로 영화내용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보는 내가 중국친구들의 눈에는 희한하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3년 7월 당나라 시인 이백(이태백)의 고사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장안 삼만리'가 개봉돼 중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시선으로 통하는 주인공 이백은 영화속에서 호방하고 패기만만한 모습으로 주옥같은 시 장진주와 조발백제성(早发白帝城) 등을 낭송한다.  [사진=바이두]. 2023.10.11 chk@newspim.com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보물 찾기를 하고 있었다. 연재를 위해 극장 성수기 비성수기 가리지 않고 영화관에 걸리는 거의 모든 개봉작을 보면서 좋은 영화들을 정말 많이 찾아냈다. 극장 성수기에는 유명한 감독들의 번지르르하고 뻔한 영화들이 걸렸지만, 비성수기에는 젊은 감독들의 패기만만한 영화가 올랐다.

미국과 유럽에서 유학한 8090의 젊은 감독들은 기술적으로 완성도 높으면서도 시대통찰을 담아 개성 있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중국의 남아선호사상을 그린 '내가 날 부를 때', 살인범을 잡기 위해 살인사건을 재현하는 '양명입만', Z세대의 청춘물 '성하미래', 남부 도시 남고생들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도전기 '물에 빠진 다섯 소년', 상해 중년 돌싱들의 러브스토리 '애정신화'를 봤을 때는 젊은 감독들의 바짝 선 날에 손가락이라도 베인 듯 호들갑을 떨었다.

특히 중국 무용 사자춤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웅사소년'을 봤을 때는 중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에 깜짝 놀라 중영본색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입이 마르고 닳도록 홍보하여 친구들이 모두 극장에 가서 보게 만들었다. 이렇게 좋은 영화들을 휑한 극장에서 본 날에는 금광을 나 혼자 찾아낸 것 같은 기쁨에 들떴다. 중국영화 공부하기를 잘했다고, 내 전공의 미래가 밝다며 뿌듯해했다. 

신나는 보물찾기, '중국영화 사냥'

보물 찾기는 성공적이었다. 내가 찾던 건 중국영화였는데, 좋은 사람들과 기회가 고구마처럼 줄줄이 따라왔다. 매일같이 중국영화를 보며 첫 학기에 중국인 동기들 말을 이해하지 못해 주눅 들던 서러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이 붙었다. 스크린 위로 빠르게 지나가는 자막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빨리 읽기 훈련을 한 덕에 글은 중국인 친구들만큼이나 빨리 읽어냈다.

베이징 바깥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볼 때마다 그 지역 출신 동기들에게 영화 배경에 대해 캐물으며 친구가 되었다. 넉살도 좋아졌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때를 지나 "혹시 그 영화 보셨어요?"를 시작으로 금세 사람들과 친해졌다. 중국영화는 중영본색 글 소재뿐만 아니라 내 일상 대화의 소재가 되어주었다.

석박사 학생들은 연령대가 다양하여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었는데, 대중문화인 영화는 언제나 그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했다. 우습게 유명세도 얻었다. 중영본색이 여기저기로 공유되면서 글을 핑계로 인사한 사람이 많은 덕에 연구생 학생회장이 될 수 있었다. 다른 학교와 모임을 했을 때는 내 자기소개를 유심히 듣던 사람이 혹시 누런 배경에 영화 소개글 쓰는 사람이냐며 반가워했다.

 중영본색 연재를 지켜보던 친구의 소개로 인터뷰도 하고 방송도 출연했다. 지금의 직장도 중영본색 덕에 얻었다. 모든 인문대 학생들이 그렇듯,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기가 어려운데 나는 '중국'과 '영화'를 모두 살려 지금의 직장에 들어왔다. 면접에서 인사팀 담당자가 내 중영본색 글을 봤다며 성실함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여전히 잊을만하면 중영본색 이야기를 하며 중국영화에 대해 물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중영본색은 내게 바닥을 보이지 않는 보물상자가 된 셈이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필자 이조은의 중국 영화 이야기 중영본색이 2021년 4월 20일, 농사철이 시작된다는 24절기의 곡우에 첫선을 보였다. 2023.10.11 chk@newspim.com

 

중영본색의 시작은 나 혼자였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1년 연재를 해낼 수 있었다. 영화의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관련 기사들을 보내주고 이해할 때까지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 설명해 준 중국 친구가 있었다. 말장난이 많은 영화를 보며 중국 관객들 사이에서 나만 한 번도 못 웃었다고 칭얼대자 영화관에 따라와 한마디 한마디 무슨 뜻인지 설명해준 친구도 있었다.

개봉관이 많지 않아 못 보고 넘어갈 뻔한 영화를 지금 꼭 봐야 한다며 등 떠밀어주기도 했다. 공들여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참여자가 수백 명인 방에 내 글을 공유해 주신 어른이 계셨다. 학교 근처 영화관은 기숙사 뒷문으로 가야 빨랐는데, 주말 아침마다 조조영화 보러가는 나를 위해 개방시간 전에 문을 슬쩍 열어준 경비 아저씨도 있었다.

중영본색 덕분에 중국 생활 10년간 안 가던 영화관을 가봤다는 분들이 있었고, 영화관에 가기 전에 내 글을 꼭 읽고 간다는 고마운 구독자도 있었다. 중영본색 초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읽어주던 친구가 있었는데, 중국 기사와 리뷰만 찾아보고 글을 쓰자 문체가 인민일보 같아졌다며 매번 빨간펜 들고 고쳐주었다. 그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한국 돌아오는 길에 국정원부터 들렀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중영본색을 연재하는 동안 아는 사람부터 모르는 사람까지, 국적과 나이와 성별을 가로질러 내가 기억하는 한 유아기 이래 가장 많은 주변의 애정과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절기마다 '중영본색' 뉴스레터 이메일을 열어준 구독자들의 도움이 컸다. 누가 내 글을 기다려주고 읽어줄 것이라는 생각에 힘을 내며 2021년 곡우부터 2022년 하지까지 꼬박 일년을 연재할 수 있었다.

절기가 바뀌는 날마다 아침 6시,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수정한 중영본색 원고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발송하던 때가 생생하다. 매번 언제 채우나 막막해하던 빈 원고지를 가득 채운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마지막 단락에는 꼭 날씨 이야기를 담은 안부인사를 덧붙여 내보냈다. 한국에 돌아오고 직장생활이 바빠지면서, 또 중국 영화를 예전만큼 못 본다는 핑계로 중영본색을 쓰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절기가 바뀔 때마다 중영본색을 떠올린다.

지금은 처서를 앞두고 글을 쓰고 있다. 오래간만에 날씨 인사로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처서는 가을의 두 번째 절기로, 더위가 가셔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고 모기의 입이 비뚤어지는 때입니다. 따끔거리는 여름 햇살과 작별인사하시고 창문을 열어 시원한 공기를 맞아보세요. 이른 저녁부터 걷기 좋은 때이니 좋은 분과 함께 밤산책도 나서 보시기 바랍니다. 중영본색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쓴이 = 이조은 CJ 4DPLEX 콘텐츠사업팀

▶이조은은...

중문과를 나왔지만 중국어도 잘 못했고 중국영화는 더더욱 잘 몰랐다. 대학 졸업 한참뒤 이조은은 중국 영화를 인생 진로로 정했다. 이조은은 만화가족 넙치 PD로 일하던 도중 2017년 여름 베이징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그녀는 이때 처음 현지 상영관에서 중영을 관람했고, 그 이후로 점점 중국영화에 빠져든다. 영화 때문에 끼니를 넘기고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2020년 코로나로 국경이 막히면서 중국은 국산 영화 전성기를 맞았고, 그것은 중국 영화를 공부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자신도 모르게 내공이 쌓여갔다. 2021년 30일간의 코로나 격리기간에 시작한 중국 영화평론 '중영본색' 은 이조은을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중영본색은 중국 영화로 통하는 큰 길이 됐고 중영이 궁금한 사람은 그녀에게 물었다. 2022년 이조은은 베이징대학 예술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이듬해 CJ 4DPLEX 콘텐츠사업팀에 합류했다. 이조은은 영화가 사회 현실의 반영이며 문화의 응축물이라고 말한다. 중국 영화는 공산당의 지향과 국가 번영, 사회변화상을 구술하고, 농후한 중국의 인문과 서정, 인민들의 삶의 애환을 담아낸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중국을 공부하는데 아주 훌륭한 교과서인 셈이다. 중국과 중국영화, 중국콘텐츠 전문가를 꿈꾸는 이조은의 '영화 백문이불여일견' 중국 기행은 간단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조은의 중국영화 이야기 <중영본색> https://page.stibee.com/archives/112608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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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화랑담배] "국내 진공작전을 서둘러라" 변상문의 '화랑담배'는 6·25전쟁 이야기이다. 6·25전쟁 때 희생된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고, 그 위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제목을 '화랑담배'로 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시정부 주석 김구는, '선열의 피로써 세우고, 애국지사들이 생명을 걸고 수호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3천만 국민에게 바치기 전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김구는 1945년 8월 11일 국무회의를 개최하여 '광복군 국내정진군' 창설 안을 통과시켰다. 8월 13일 광복군 제2지대장 이범석 장군을 사령관으로 임명하였다. '광복군 국내정진군' 임무는 '즉시 서울로 진격하여 조선 총독 아베노부유키(阿部信行)로부터 무조건 항복을 받고 일본군사령부를 접수'하는 것이었다. 이는 빨리 광복군을 국내로 진입시켜, 미국 협력하에 일본군 무장을 해제하고, 치안을 유지하여 건국의 기틀을 다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광복군 국내정진군' 이범석 사령관은, 사령관으로 임명받자마자 주요 직위자들을 소집하여 아래와 같이 지시하였다. "오늘 또는 내일 중으로 여기 모인 동지들과 함께 국내로 들어갈 계획입니다. 오늘(8월 11일) 아침 임시정부는 나에게 국내정진군 사령관 직책을 맡겨주었습니다. 국내에 누구보다도 빨리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생겼습니다. 다름 아니라, 미국 중국전구사령부가 곧 사절단을 서울로 들여보낼 예정입니다. 우리도 그편에 편승하라는 지시가 하달되었습니다. 우리의 임무는 대단히 무겁습니다. 첫째 국내에 진입하는 대로 일본군에게 강제로 징병당한 우리 병사들을 인수하는 것입니다. 둘째 일본군 무기를 접수하는 것입니다. 셋째 국민 자위군을 조직하는 것입니다. 넷째 불순 정치 세력이 작용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섯째 국내의 애국지사들과 긴밀히 협조하여 임시정부와 광복군이 환국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미군 사절단 임무는 '국내 포로수용소(지금의 서울 신광여자중·고등학교 자리)에 있는 연합국 포로 보호입니다. 지금부터 국내진공작전을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맨 앞줄 좌로부터 박찬익, 조완구, 김구, 이시영, 차이석. 두 번째 줄 맨 왼쪽 성주식, 김문호, 신정숙, 김붕준. 맨 뒷줄 왼쪽부터 조성환, 조소앙, 지청천, 이범석, 이름 미상. [사진= 위키백과] 1945년 8월 18일 05:00 이범석 장군 등 '광복군 국내정진군'을 태운 미 C46형 항공기가 중국 서안 비행장을 이륙하였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하늘과 바다를 구별할 수 없는 벽천(碧天)이었다. 항공기가 갑자기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잔잔하고 파란 바다에 조그마한 섬들이 뚜렷이 보였다. 인천 앞 바다였다. 초시계 바늘은 12:00를 지나고 있었다. 이범석 장군이 붉어진 눈에 손수건을 갖다 댔다. 조국을 떠난 지 만 3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감격의 눈물이었다. 이 장군은 종이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보았노라 우리 연해의 섬들을왜놈의 포화 빗발친다 해도비행기 부서지고 이 몸 찢기어도찢긴 몸 이 연해에 떨어지리니물고기 밥이 된들 원통치 않으리우리의 연해 물 마시고 자란 고기들그 물고기 살찌게 될테니... 서해를 건너며 '광복군 국내정진군'은 5분 간격으로 일본군 측에 무전을 타전했다. 그러나 일본군 측은 아무런 회신을 보내지 않았다. 고도를 바짝 낮춘 항공기가 한강을 따라 영등포 상공에 이르렀을 때 일본군 측에서 "여의도에 착륙하라"라는 답전이 왔다. 이때 모습을 장준하는 그가 쓴 '돌베게'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영등포를 지났다. 그러나 또 한 번 선회한다. 아니 두 번, 폭음이 커진다. 여의도 활주로를 향해 허전허전하게 수송기가 꺼지는 듯이 고도를 낮추었다. 일장기를 붙인 수많은 일군 비행기가 기창으로 지나갔다. 중형전차도 보였다. 이제 곧 일본군이 나타나겠구나. 그들의 얼굴을 맞보게 되리라. 주먹이 쥐어졌다. 무기를 쥔 손이 땀에 스몄다. 덜컹하고 활주로에 수송기가 닿았다. 가벼운 진동에 몸이 흔들렸다. 납덩이 속을 밀치고 나가듯이 순간순간이 이어지며 비행기가 앞으로 나아갔다. 프로펠러가 소리를 뿜으면서 기수가 돌려졌다. 어느 한 격납고 앞 광장에서 비행기가 멎었다. 숨이 탁 막혔다. 기체 안의 공기가 갑자기 없어진 듯이 가슴이 답답해 왔다. 이윽고 문이 열렸다. /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2025-09-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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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22~26일 유엔총회 참석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을 위해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안전보장이사회 토의를 주재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일정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선 22일 뉴욕에 도착해 세계경제포럼 의장인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전환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의원단을 접견해 한미관계 발전을 위한 의회의 역할도 당부한다.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동포 간담회도 한다. 여러 세대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뉴욕 한인 동포들과 자리한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8.26 photo@newspim.com 다음 날인 23일에는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을 한다. 이 대통령은 190여 개 국가 정상들 중 7번째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위 실장은 "전 세계 정상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대한민국 대외정책을 천명하는 주요 무대가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 대한민국 복귀를 선언하고 한반도 정책 등 한국 정부의 외교 비전을 제시하고 인류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기 위한 방안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글로벌 현안 대응과 관련해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유엔 총장의 지지도 당부할 예정이다. 저녁에는 미 조야의 오피니언 리더와 만찬을 하면서 한미관계 발전 방안에 대한 제언을 듣고 의견을 나눈다.  뉴욕 방문 사흘째인 24일 오후 3시에는 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AI와 국제평화 안보 주제 회의에서 '모두의 AI 기조와 국제사회 평화 안보 공동 대응'에 대한 논의를 주도할 예정이다. 마지막 날인 25일 오전에는 미 금융가 월가와 한국 금융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대한민국 서밋 행사에 참석한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핵심 투자자들을 만나 한국 정부의 정책을 소개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할 방침이다. 위 실장은 "이 자리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서 '코리아 프리미엄'을 본격적으로 알려 연중 최고가를 경신 중인 한국 증시에도 활력이 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pcjay@newspim.com 2025-09-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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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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