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산업 재계·경영

속보

더보기

[르포] 에너에버, 3000개 봉으로 짜여지는 전기차 배터리 '허파'

기사입력 : 2023년09월08일 16:07

최종수정 : 2023년09월08일 16:07

에너에버 분리막 공장 첫 독점 공개
국산 장비 80% 이상...가격 경쟁력↑
완주 2공장 내년 2~3월 착공 예정

[전북=뉴스핌] 신수용 기자 = 7일 전라북도 완주 봉동읍에 있는 에너에버배터리솔루션(이하 에너에버) 분리막 생산공장.

공장에 입장하기 위해선 파란 방진복과 하얀 방진화를 착용해야 했다. 머리카락이 한 올도 빠지지 않도록 헤어망도 썼다. 탈의실에서 작업장까지 이동하는 사이 앉았을지 모를 먼지를 털기 위해 클린룸에서 머리끝부터 발바닥까지 바람을 쐰 후 작업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반도체·LCD 공장처럼 작은 먼지 하나도 제품 제조 과정에 들어오지 않도록 하려는 철저한 사전 준비 절차다.

[전북=뉴스핌] 신수용 기자 = 1차 슬리터 전 결점 검사 중인 습식 분리막 원단. 2023.09.08 aaa22@newspim.com

작업장에 입장하니 은색 봉처럼 생긴 롤들이 눈에 띄었다. 하얀 창호지 같은 분리막 원단이 3000개가 넘는 롤에 감겨 끊임없이 회전하고 당겨지고 있었다. 지름이 손바닥 한 뼘이 넘는 것부터 손가락 세 마디에 그치는 등 롤의 너비뿐 아니라 길이도 각양각색이었다.

분리막 원단 제작엔 롤의 회전 속도로 분리막 길이를 늘이고, 오일을 제거하는 추출공정과 생산된 분리막을 원단처럼 말며 분리막 표면을 균일하게 하는 와인딩 공정에 이르기까지 7단계 공정을 거친다. 애써 만든 분리막을 뾰족한 쇠침으로 찌르고, X-RAY로 찍어보는 등 10가지 종류가 넘는 품질 검사도 이뤄진다.

분리막 원단 제작 후 코팅 공정을 거치면 분리막 색은 한층 더 하얗게 변했다. 수계바인더(접착제)를 활용해 코팅하는 것이 에너에버의 제품의 특징이다. 물을 활용하기에 아세톤 등 유계 바인더를 사용하는 코딩 공정보다 친환경적이고 인체에 덜 해롭다는 설명이다.

에너에버 관계자는 "이물질과 주름이 없어야 쇼트(합선)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특히 물이 베이스가 된 수계바인더로 만들어 잘 말리는 '수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분리막은 겉보기에는 얇은 도화지 혹은 화선지처럼 생겼지만,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나노미터(nm) 단위의 기공(구멍)들을 품은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두께의 필터에 가깝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의 '허파' 역할을 수행한다. 허파는 혈액 중의 유해한 물질을 제거하거나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 사이의 리튬이온을 걸러주고,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막는다.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로 분리막이 꼽히는 이유다.

중요도만큼 분리막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다. 양극재에 이어 두 번째로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고부가가치 소재지만, 공정의 난도와 설비 가격이 높다. 분리막 제조 라인에 필요한 코팅 장비는 기계 한 대에 80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장비가 한국산인 것이 에너에버 분리막 공장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에너에버 완주E1공장은 크림색 설비로 가득했다. 수입 장비는 대부분 카키색이지만 국산 장비는 크림색이다.

국산 설비는 해외보다 설비 가격이 35% 이상 더 저렴해 구입 단가를 낮춘 만큼 제품 가격을 더욱 합리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에서 대기업 계열사 SK아이테크놀로지(SKIET), 더블유스코프에 이어 국내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세 번째 기업으로 에너에버가 자리 잡게 된 원동력이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코팅 2호기. 2023.09.08 aaa22@newspim.com

물론 아무도 가보지 않은 장비 국산화의 길은 험난했다. 다른 기업들이 해외 설비를 통째로 들여와 그대로 사용할 때, 국산 설비를 선택한 에너에버는 국내 장비사와 협력해 공정 효율화와 고도화 작업에 몰두했다.

신상기 에너에버 대표이사는 "공장 설비의 80%가 국산으로, 처음엔 다른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다"며 "대부분 수입산을 쓰는데, 국산 분리막 원단 생산 설비를 쓰는 게 우리가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값비싼 수입산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몇 달 후에 이를 시정할 수 있지만, 국내 장비사와 함께 즉각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갔고, 국산 설비 가격도 35~40% 더 저렴해 제품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고 말했다.

덕분에 에너에버는 일본 제품보다 더욱 좋은 품질의 분리막을 5배 이상 낮은 가격으로 국내 업체에 공급한다. 과거 일본은 제곱미터(㎡)당 4000원을 받고 한국에 분리막을 팔았다.

신 대표는 "내 생을 걸고 마지막까지 해내고 싶은 게 분리막 원자재부터 설비, 코팅 등 모든 분리막 공정을 한국 기술로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완주 공장 부지는 4만 2594㎡(1만 2900평)이다. 완주E1공장의 현재 생산 규모는 연간 7200만㎡이다. 2027년까지 연간 3억1200만㎡ 국내 생산이 목표다. 공장 증설도 진행 중이다. 완주E2공장 착공 시기는 내년 2~3월로 오는 2024년 7월 준공 예정으로 약 1200억원을 투입해 3층 규모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미국 등 해외 기지 설립도 추진 중이다.

에너에버는 습식뿐 아니라 건식 분리막 생산도 가능하다. 습식은 화학 첨가제로, 건식은 기계로 잡아당겨 기공을 만든다. 충주에 건식 분리막을 담당하는 건식사업부가 있다. 원통과 각형 배터리에 사용하는 캔(CAN) 부품 사업도 화성 공장에서 진행 중이다.

aaa22@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광명역 일대 지반 안전한가? [수원=뉴스핌] 박승봉 기자 = 수도권 핵심 교통 허브인 광명역 일대에서 지하 개발과 관련한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공사현장에서 지하터널이 붕괴되고 상부 도로 약 50m 구간이 함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13시간 만에 구조되고, 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광명시 소하동 소재 KTX광명역이 13일 오후 2시쯤 많은 비로 신안산선 공사장 흙탕물이 역사에 유입돼 침수됐다. [사진=뉴스핌 DB] 신안산선 공사장 지반침하 징조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있었다. 당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신안산선 공사 구간에서 대량의 토사와 빗물이 유입돼 광명역 지하 구간 일부가 침수된 바 있다. 상당량의 토사와 빗물 유입으로 광명역 내 승강장 내 배수로가 막히면서 일부 구간 운영이 지연되고, 수일간 정비 작업이 이어졌다. 이처럼 동일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침수 피해는 공사장 주변 배수 시스템의 구조적 미비와 비상 방재 체계에 대한 안전점검이 부재했기 때문에 이번 붕괴사고까지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10여 년 전인 2013년 12월에는 같은 광명역 인근 코스트코와 광명역 사이의 신축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도 유사한 대형 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지름 50m, 깊이 28m의 싱크홀이 발생했고,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2013년 12월 광명역 인근 신축 공사장 대형 싱크홀. [사진=TV조선 켑쳐] A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B교수는 "국내에서 최근 싱크홀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주로 개발을 위한 공사 때문에 발생하는 인위적인 현상"이라며 "공사를 하면서 땅속에 있던 지하수들이 빠져나가게 되고, 이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붕괴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고 모두 공통적으로 지하 대형 구조물의 중첩 시공, 연약한 지반, 민간 주도의 공사 진행, 사전 위험 관리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신안산선 공사는 민간투자방식(BTL)으로 추진되어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 중심의 공정 관리 체계에 대한 공공 감시가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C대학교 토목공학과 D교수는 "광명역 일대는 GTX-B, 신안산선, KTX, 수도권 전철 등 수많은 고심도 교통망이 집중된 지역으로, 지하 안전 통합관제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시공이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관리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광명시와 경기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특별 안전관리지구 지정과 더불어 다중 공공사업이 중첩되는 지역에 대한 통합 공정 및 안전 감리 제도 마련을 국토교통부에 공식 건의할 방침이다. 11일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공사현장에서 지하터널이 붕괴되고 상부 도로 약 50m 구간이 함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전문가들은 "지하 안전은 일회성 대응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공공 감리 강화, 사전 토질 정밀조사 의무화,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명확화 등 전면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사고들이 단지 하나의 '공사장 사고'나 '기상이변'으로 묻히지 않기 위해서는 반복된 붕괴와 침수의 경고를 중대재해로 인식하고 지하도시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안전 패러다임 수립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41world@newspim.com 2025-04-12 19:08
사진
오세훈, 대선 불출마 선언 "백의종군"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보수의 대선주자로 꼽혔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시장은 12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당사 기자회견장에서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와 함께 "다시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달라"라며 "우리당이 부자와 기득권의 편이라는 낙인을 극복하고 뒤처진 분들과 함께 걷는 정당으로 거듭난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국민께 다시 우리를 믿어달라고 간곡히 호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뉴스핌DB] 다음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지난 몇 달간 나라 안팎의 사정에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습니까.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국정이 중단되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통렬히 반성하며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우리 당 누구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책임, 당정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책임국민의 온도를 체감하지 못하고 민심을 오독한 책임은 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 나눠 가져야 할 부채입니다.당을 오래 지켜온 중진으로서 저부터 반성하고 참회합니다.지금의 보수정치는 국민 여러분께 대안이 되기는커녕 짐이자 근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낡은 보수와 단절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열어야 합니다.우리가 지킬 대상은 특정 개인도 세력도 진영도 아닌국가 공동체여야 합니다.국민이 맡긴 권력을 정권 재창출의 수단으로만 쓸 일이 아니라,국민 통합과 공동의 번영을 위한 도구로 써야 합니다.그래야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국민께 다시 신뢰를 받는 보수로 환골탈태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길입니다. 대통령 탄핵이 선고되고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 무렵부터 저는 무거운 돌덩이를 가슴에 얹은 마음으로몇 날 며칠간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했습니다.과연 지금이 시장직을 중도에 내려놓을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로나서야 할 때인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결국 '국가 번영'과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보수의 소명을 품고 대선에 나서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습니다.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보수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하지만 국민이 다시 보수에 국정을 책임질 기회를 주시려면책임 있는 사람의 결단이 절실한 때라고 판단했습니다.국민이 진심으로"보수가 새롭게 태어났다, 기대할 수 있겠다"고 체감할 수 있다면 미약하게나마 제 한 몸 기꺼이 비켜드리고 승리의 길을 열어드려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오만이 횡행해 우리 정치가 비정상이 됐는데,평생 정치 개혁을 외쳐온 저마저 같은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오늘,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습니다.정치인에게 추진력은 물론 중요한 덕목이지만, 멈춰야 할 때는 멈추는 용기도 필요합니다.비록 저는 출마의 기회를 내려놓지만, 당과 후보들에게는 딱 한 가지만 요청드립니다. '다시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주시기 바랍니다.살가죽을 벗기는 수준의 고통스러운 변화를 수반하지 않으면 보수 재건은 요원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우리 당이 부자와 기득권의 편이라는 낙인을 극복하고뒤처진 분들과 함께 걷는 정당으로 거듭난 후에야비로소 우리는 국민께 다시 우리를 믿어달라고 간곡히 호소할 수 있습니다. 사안마다 표 득실을 따져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갈등을 조장하고 증폭하며 한쪽을 배제하는 비정상 정치의 시대를 넘어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며약자의 삶을 보듬고 대안을 고민하는 정상 정치의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그리고 보수정당이 그 길에 앞장서야 합니다.기승전 '反이재명'을 넘어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해 대선을 치러야비로소 국민의 화가 녹아내리고 기회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이러한 저의 비전과 함께 해주시는 후보는마음을 다하여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습니다.보수의 일원답게 중심을 지키고 계속 '국민의 삶'을 챙기겠습니다.더 절실한 마음으로 약자 동행의 가치를 완수하기 위한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서울시장으로서 늘 그래왔듯이 수도 서울을 반석과 같이 지키며 번영을 이룸과 동시에시민의 일상을 챙기고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약자의 삶을 보듬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그것이 서울시장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dedanhi@newspim.com 2025-04-12 11:3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