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다변화...호주·아프리카 등 기술·장기 협약
실리콘 음극재 개발에 조단위 투자...SK, 8500억원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 공급망 다변화와 차세대 음극재 개발에 나섰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고 세계 음극재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포스코케미칼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서 제조설비를 가동하는 모습 [사진=포스코케미칼] |
2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흑연 의존도는 91%로 나타났다. 흑연 원광의 순도를 높이는 제련 작업도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진다. 중국이 차지한 흑연 가공 비중은 지난해 기준 약 70%다.
미국의 IRA 세부 지침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 이상 북미 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일본 포함) 내 추출 혹은 가공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전기차 구매 때 총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여기에 2025년부터는 외국 우려 단체(FEOC)에서 배터리용 핵심 광물을 조달해선 안된다.
미국은 FEOC 조항을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IRA 도입이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인 것을 감안하면 2025년부터 중국산 광물을 사용할 경우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흑연은 배터리 수명을 좌우하는 음극재의 소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자재다. 전기차 배터리 1개당 흑연 함유량은 20~30% 정도로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큰 비중이다.
이에 한국 배터리 셀 메이커와 소재사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흑연 공급망 다변화뿐 아니라 차세대 음극재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포스코그룹에서 배터리 원자재 공급과 거래를 맡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 호주계 광업회사 블랙록마이닝의 자회사인 탄자니아 파루 그라파이트와 이차전지용 천연흑연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5년간 총 75만 톤(t) 규모의 천연흑연을 공급받는다.
배터리 셀 메이커도 관련 원자재 공급과 기술 확보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시라(Syrah Resources Limited)와 천연 흑연 공급 업무협약을 지난해 체결했다. 시라는 세계 최대 흑연 매장지로 불리는 모잠비크 광산을 소유해 운영하고 있다. 호주 배터리 소재·장비 기업 노보닉스와 인조흑연 공동개발협약(JDA) 및 전략적 투자 계약도 체결했다.
SK온은 지난달 미국 웨스트워터리소스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JDA)를 맺었다. 웨스트워터는 미국 앨라배마주 쿠사 흑연 매장 지대의 탐사·채굴권을 갖고 있다. 올해 1월에도 미국 소재 업체인 우르빅스와도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을 맺었다.
실리콘 이미지. [사진=LG에너지솔루션] |
배터리 소재사들은 흑연의 사용 비중을 줄이는 실리콘 음극재 등 차세대 음극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선 대주전자재료를 제외하고 실리콘 음극재를 실제로 차량에 탑재하는 등 상용화 단계에 이른 곳은 없다. 배터리 소재사들이 실리콘 음극재에 2조 이상 투자하는 등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SK머티리얼즈그룹14(8500억원), 포스코실리콘솔루션(3000억원), 한솔케미칼(850억원), 대주전자재료(569억원), SKC(432억원) 등이 실리콘 음극재 투자에 나섰다.
실리콘 음극재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 대부분 사용되고 있는 흑연계 음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10배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과 충전 시간 단축 효과가 있어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흑연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지만, 저장 용량에 한계가 있어 배터리 성능 개선이 어렵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꼽혀왔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음극재 역시 흑연 밀도는 현 수준이 한계지만, 실리콘 첨가 비율을 높이면 밀도 향상이 가능하다"며 "5년 내 500mAh/g 내외 용량의 밀도를 보유한 음극재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