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신설 등 행정 절차로 최소 2년 지연 우려
적정 규모 6000~8000가구 제시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1.29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공급을 늘리겠다면서 공급 시기를 오히려 2년 이상 늦추는, 피해야 할 매우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당초 계획을 뛰어넘는 1만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학교 신설 등 행정 절차 지연으로 사업 전체가 표류할 수 있다는 강도 높은 경고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주최, 서울특별시 공동 주최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글로벌 허브인가 거대 베드타운인가'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이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본래 조성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역 사회와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올바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서 개회사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가구 공급 계획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오 시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글로벌 기업 유치와 미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울의 핵심 전략 공간이자 국제 업무 기능을 중심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를 조성하겠다는 방향으로 국토교통부와 수년간 논의와 검토 끝에 원칙을 세운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부의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용산의 특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용산의 전략적 위상을 감안할 때 공급 규모를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은 숫자를 채우려다가 미래를 잃어버리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그중에서도 교육 시설 문제를 핵심 근거로 들었다. 오 시장은 "현재까지 국토부와 협의를 통해 합의된 주택 공급 규모는 6000가구이며 서울시는 학교 문제가 해결된다는 전제하에 최대 8000가구까지 상한선을 검토해 왔다"며 "교육청 역시 6000가구를 초과할 경우 학교 용지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확한 대안 없이 1만가구를 밀어붙인다면 학교 신설과 각종 행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최소 2년 이상의 기간이 추가로 소요된다"며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면서 도리어 공급 시계를 늦추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단순한 일정 지연을 넘어 주거 환경의 질적 하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오 시장은 "글로벌 인재 유치를 염두에 두고 20~35평형 내외 중심으로 계획됐던 주거 구성이 1만가구 기준에서는 소형 평형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공원 녹지 역시 1인당 면적이 4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양을 늘리는 대신 질을 포기한 주거 정책은 결국 시민의 삶의 질을 빼앗고 서울이 키워온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며 "이 모든 여건을 종합하면 현행 6000가구 공급 계획이 가장 안정적이며 합리적인 상한선은 8000가구 수준이 적절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 시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단기적인 주택 물량을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적어도 서울의 10년, 20년 뒤를 준비하는 도시 성장 전략의 일부"라며 개회사를 맺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권영세 의원 역시 정부 대책의 일방성을 강하게 질타하며 오 시장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권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용산 주민들의 삶은 물론 서울과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 추진 과정에서 용산 주민들의 목소리가 철저하게 외면됐다"고 지적했다.
여당의 주요 인사들도 토론회에 대거 참석해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 수정을 요구했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축사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청년들에게 세계 무대로 나아갈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가 경쟁력을 견인할 미래의 핵"이라며 "최근 발표된 주택 공급 대책은 이러한 용산의 미래 가치를 훼손하고 청년들의 성장 가능성을 가로막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현재 용산 주민들이 국토부에 제출한 탄원서만 3000건이 넘을 정도로 반발이 거세다"며 정책위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나경원 의원은 일본 도쿄의 사례를 들며 쓴소리를 더했다. 나 의원은 "최근 도쿄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강력한 추진력 아래 곳곳이 국제 업무 단지로 변모하며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는 서울 도심의 가장 가치 있는 땅인 용산을 거대 베드타운으로 만들려 하고 있어 참으로 한심한 발상"이라고 일갈했다.
신동욱 수석최고위원 역시 "판교에서 과천, 서초를 거쳐 용산,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축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지역"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해 무분별하게 부지를 건드리며 서울의 지도를 망가뜨리는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유석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이재중 도화엔지니어링 이사와 정재훈 단국대학교 교수가 발제를 진행했다. 이어 김용희 용산 주민 대표, 서옥화 용산 학부모 대표, 황정혁 용산 청년 대표 등 지역 주민들과 백운수 미래이앤디 대표,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김용학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 등 각계 전문가들이 패널로 나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발전적인 대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