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서 "美 확장억제 의지 의심해선 안돼"
"IRA에 대한 한국 우려 잘 알아…보완책 찾을 것"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정치권 등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험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최근 잇단 도발과 핵 위협에 맞서 여당에서 나오기 시작한 강경론에 미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대사가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서 시작됐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시작됐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주한미국대사 초청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7.25 hwang@newspim.com |
이 발언은 여권 내 전술핵 재배치론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사실상 국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강경론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확장억제는 미국이 가진 핵 전력을 포함한 모든 부문을 동원해 보호한다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우리 의지는 누구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핵심 수단은 전술핵 재배치가 아닌 확장억제 전략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여권에선 북한이 최근 전술핵 운용부대 실전훈련으로 대남 핵 위협을 본격화하면서 전술핵 재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골드버그 대사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보고 맞대응에 나서기보다 '외교를 통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대한 의지를 밝힌 점을 들어 "전술핵이든 아니든 위협을 증가시키는 핵무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런 긴장을 낮추기 위해 핵무기를 제거할 필요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선 "정확한 날짜는 예측할 수 없지만 모든 조짐을 봤을 때 북한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런 조치를 취한다면 무책임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동맹국들이 도발에 대응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핵문제와 관련한 중국 역할에 대해선 "도전과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지지에 의존할 수 없다"며 "우리는 서로에 의존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북한 미사일 발사나 제재 회피 노력을 막지 못한 중국은 이 같은 위협에 대해 한 일이 거의 없다"며 "러시아,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 간 불화를 바탕으로 성장한다. 분열의 씨앗을 심을 기회를 줘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대만과 관련한 미·중 간 무력 충돌 시 주한미군이 일방적으로 차출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주한미군과 미국의 의지는 한반도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 수사 이상의 답변을 해달라'는 요청에는 "역내에서 다른 어떤 일이 일어나든 이는(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는) 철통같은 약속이라는 것에 대해 한국 국민이 안심하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 논란이 불거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현대자동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완공 전까지 생길 수 있는 문제의 해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골드버그 대사는 "미국은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에서 한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과 조지아주 공장 완공 사이에 생길 시차에 대해 우린 지금 논의 중이고 해결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 기업이 이기면 한국 기업이 진다는 제로섬 게임으로 양자 경제 관계를 규정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 법안의 실질적 대상은 기후변화와 공급망"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버그 대사는 북한을 '불량정권'(rogue regime)이라고 부르는 대북 강경파이자 대북제재 조정관을 지낸 대북 원칙론자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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