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러시아에 인도와 중국이 공개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한 것을 두고 서방국 전문가들은 전쟁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5∼16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연이어 양자 회담을 가졌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우호적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시 주석은 지난 15일 비공개회담서 전쟁에 대한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모디 총리는 공개 석상에서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라며 "세계를 하나로 묶는 건 민주주의와 외교, 대화"라고 직접 언급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좌)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개전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를 적극 수입하며 지지를 표했던 우방국들이 이처럼 우려를 표하자 푸틴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의에서 "가능한 한 빨리 우크라이나 사태를 끝내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협상 절차를 거부했다"며 우크라이나에 화살을 돌렸다.
이처럼 달라진 인도와 중국의 반응이 나오자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방국 관계자들의 코멘트를 소개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전반적 시선에 변화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유럽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도와 중국의 반응을 두고 이번 전쟁이 거슬리기 시작했다는 "솔직하고 분명한 신호가 나온 것"이라면서, 인도와 중국이 러시아와 서방에 대한 행동을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인도와 중국 등의 태도 변화를 거론하며 "푸틴이 국제사회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푸틴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길 꺼려하던 국가들마저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하고 있는 일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 또 다른 서방 외교 관계자는 "(러시아가)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샨트 싱 인도 정책연구센터(CPR) 선임연구원은 "모디 총리는 이번 발언으로 서방국에 자신이 푸틴의 편을 들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주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18일자 프랑스 주간지 '저널 뒤 디망쉬'에 올린 기고에서 우크라이나의 진격으로 러시아 군인들의 사기가 꺾였으며 "우크라이나가 아직 전쟁을 승리하지는 않았어도 러시아가 지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