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궁극적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정의에 부합"
대법 "동일한 사업주에 의해 고용된 경우 대상에서 제외"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직장 동료로부터 당한 성희롱 및 성추행 등이 피해 근로자의 사망과 관계성이 인정되더라도, 같은 사업주 밑에 있었다면 그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근로복지공단이 윤모씨에게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1억6000여만원의 지급을 명령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A씨는 직속 상사였던 윤씨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하다 2017년 9월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했다.
A씨의 아버지는 2018년 3월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청구했고, 공단은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유족급여 등 명목으로 약 1억60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공단은 윤씨가 약 2년 3개월 동안 A씨에게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가한 불법행위자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구상금 지급을 청구했다.
반면 윤씨는 A씨에 대한 성추행이 인정된 것은 두 건으로,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A씨의 사망이 강제추행 일로부터 2년 후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그의 사망이 자신의 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특히 윤씨는 자신과 A씨가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장 동료로서, 산재보험법상 구상권 행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은 '공단이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代位)한다. 다만, 보험가입자인 둘 이상의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서 하나의 사업을 분할해 각각 행하다가 그중 사업주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윤씨가 2013~2015년 사이 업무 공간이나 회식 자리에서, 또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A씨에게 혼전임신 여부와 성생활 등 성적 요소가 포함된 말을 언급하고,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공단이 낸 구상권 청구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이 직장 동료의 가해행위가 업무와의 관련성이 거의 없고 그로 인한 결과가 극히 중대해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경우, 해당 직장 동료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궁극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산재보험사업의 재정을 건전하게 해 제도가 더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윤씨는 A씨와 직·간접적으로 산재보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어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의 '제3자'로서 원고의 구상에 응해야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2심도 1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윤씨의 성추행 등 행위가 A씨의 극단적 선택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서도, 산재보호법상 구상권 행사 대상이 아니라는 윤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구상권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란 재해 근로자와 관계가 없는 사람으로서 재해 근로자에 대해 불법행위 등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람을 말한다"며 "동료 근로자에 의한 가해행위로 다른 근로자가 입은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경우, 그 행위는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같은 업무상 재해에 대해서는 공단이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적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한다"며 "동일한 사업주에 의해 고용된 동료 근로자의 행위로 인해 업무상의 재해를 입은 경우, 동료 근로자와 사업주는 직·간접적으로 '제3자'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공단이 윤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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