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회비로 운영되는 보험연구원 이력
보험사 대변한 공정위 사건 법원 소송 중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보험 분야 이력과 직무상 이해충돌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 후보자가 과거 보험연구원장을 지내면서 고액의 연봉을 받은 사실과 코리안리재보험의 발주로 작성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해당 기업의 이익을 대변했다는 주장이 이해충돌 우려를 일으키고 있어서다.
한 후보자는 공정위원장이 된 후 보험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이해상충 시 기피·제척하겠다"고 했지만 법률상 제척·기피 사유가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대부분의 사건을 심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원장에 취임한 후에도 이와 관련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보험사 돈으로 거액 급여 수령하고 보험사 단속 가능할까?
6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2016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3년간 보험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민간 연구기관인 보험연구원의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급여와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약 11억6000만원을 받았다.
이로 인해 보험사의 돈으로 거액의 급여를 받은 인사가 이들을 제대로 감독하고 단속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한기정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02 photo@newspim.com |
지난 2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강 의원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자 한 후보자는 "이해상충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피·제척하겠다"면서 "공정거래법과 이해상충방지법의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공정위원장 인사청문회 준비단 측이 언론에 "(한 후보자가) 공정위원장이 되면 보험과 관련한 사안은 전부 회피·제척하겠다"고 한 것보다 후퇴한 답변이라고 지적한 뒤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겠다는 것이냐"며 몰아붙였으나 한 후보자는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며 법에 따라 기피·제척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보험연구원장을 보험회사 로비스트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보험사들이 이익을 대변해달라고 해도 정책이 정부 입장과 반대되면 얼마든지 통제하고 반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가 법에 따라 이해상충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제척·기피하겠다고 했지만 공정거래법 등에서 규정한 제척·기피 사유가 한 후보자가 과거 관여했던 사건 등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 원고 측 대변했던 사람이 피고 측 수장에 오르는 상황
공정위가 지난 2018년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에서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진입을 배제한 행위로 약 76억원(공정위 언론 발표 당시 기준)의 과징금을 부과한 코리안리재보험 연구용역도 도마에 올랐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지난 2013년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코리안리의 연구용역을 수주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한기정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02 photo@newspim.com |
첫번째 연구보고서에서 한 후보자는 "재보험시장을 하나의 상품시장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장기·자동차·생명비례 재보험시장과 나머지 재보험시장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한 후보자 측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 보고서가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과거 공정위와 보험연구원에서 발표한 재보험시장 현황 자료에 관련 내용이 인용된 적이 있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두번째 보고서는 일반항공 재보험시장과 관련한 내용이다. 김 의원은 코리안리가 공정위 조사와 관련한 대응 논리를 만들기 위해 이 연구용역을 한 후보자에게 발주한 것으로 봤다. 청문회에서 "코리안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고 자문을 한 것이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한 후보자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 구조·산불진화·레저 등에 이용되는 헬기와 소형항공기를 담보하는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형성한 코리안리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과징금 처분를 내렸다. '특약'과 '보험료율'을 문제삼았다.
코리안리는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20년 10월 특약 사항과 관련해 일부 승소했으나 나머지 부분을 다투기 위해 상고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코리안리를 대변했던 인사가 이들과 법적 다툼을 하고 있는 공정위의 수장이 되는 상황"이라면서 "학자적 양심에 따라 보고서를 썼다고 말한 한 후보자가 공정위원장이 되면 관련 사건을 공정위 시각에서 살펴보겠다고 했는데, 양심과 소신이 입장 따라 달라지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dream7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