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직원도 아프다고 했으면 어땠겠느냐" 질문에 답변 회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이성문 전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표가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아들 병채 씨에게 지급된 퇴직금 50억이라는 액수는 김만배 회장이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대표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곽 전 의원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에 대한 1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부는 지난 기일 검찰 주신문에 이어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2021.11.03 hwang@newspim.com |
이 전 대표는 "김만배씨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곽병채씨를) 채용해보라고 말한게 맞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곽병채씨를 만났을 때 결격사유는 없다고 느꼈고 곽 전 의원의 아들인 것도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곽씨가 사직 의사를 밝혔을 때 대표이사로서 병을 캐물을 수 있지 않았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처음 면담할 때 회사는 계속 다니면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했었다. 그런데 (병채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말했다"며 "무슨 병이냐고 물었는데 말하기 힘들다고 하니까 사회생활을 지속하기 힘든 말 못할 병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이 "아파서 퇴사하겠다는 직원한테 50억을 주기로 결정했는데 당사자한테 병명도 확인하지 않은 것이 정상적이냐"고 의심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본인이 얘기하지 않는데 어떻게 계속 묻겠냐"고 답했다.
검찰이 "그래도 회사차원에서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저희가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아니고 채용절차 프로세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며 "50억 지급이라는 최종 의사결정도 제가 혼자 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이 "곽씨가 아니라 다른 직원도 아프다고 했으면 어땠겠느냐"고 재차 묻자 "가정적 질문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대신 "50억을 지급하는 의사결정은 김만배가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맞다. 김회장이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어 50억이라는 액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저는 (김만배) 회장님이 결정하면 범죄행위가 아닌 이상 제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면서 "회장님 입장에서는 병채가 회사 업무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양모 상무는 30년 이상 건설·도시개발업에서 근무하면서 말단 직원에게 50억을 지급한 사례를 아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후 그 대가로 아들의 성과급과 퇴직금 명목으로 세전 50억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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