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당해
담당 군 검사도 피해자 조롱
"군이 죽으라고 등 떠민다"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고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15비)에서 또 다른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이 드러난 가운데 피해자가 다른 상급자에게도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 부속 군성폭력상담소는 15비 소속 B원사가 지난해 상반기에 A하사를 성희롱했다고 4일 추가 폭로했다.
센터에 따르면 B원사는 A하사에게 40대인 자신의 동기와 사귀라며 '너는 영계라서 괜찮다'는 등의 발언을 하고 다른 여군에게도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B원사는 A하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 사실을 가해자에게 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 메모 원문 [자료=군인권센터] |
또한 센터는 피해자 A하사가 군 검찰로부터 조롱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하사는 올해 4월 C준위의 강압으로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숙소에서 갔다가 다른 하사와 신체적 접촉을 강요받았다. 이 일로 A하사는 주거침입, 성추행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센터는 "군 검사는 신문 중 '성범죄 피해자로 호소할 거면 변호사를 써서 정리된 내용으로 답변해라. 진심으로 조언해주는 것이다'고 비아냥댔다"며 "해당 사건의 군 검사는 피해자의 성추행 피해 사건 담당검사이기도 해 A하사가 C준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사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할 리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센터는 피해자 A하사가 작성한 메모 원문을 공개했다. A하사는 메모를 통해 "검찰 조사 이후 큰 허망감과 무기력과 분노를 가지게 됐다"며 "내가 피해자 입장이 되니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군이 죽으라고 등을 떠민다"고 심경을 밝혔다.
센터는 "공군에서 피해를 신고했던 성폭력 피해자들은 무수한 2차 피해를 겪고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 찍히고 공공연히 비난 받는다"며 "공군은 면피용 해명으로 책임을 면할 궁리를 그만두고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충분히 반성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 대체 우리 군의 무엇이 달라졌는지, 저는 1년 동안 이 위원회에서 무엇을 했던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며 "책임지는 마음으로 공군 병영혁신자문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youn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