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조사 연기 등 직무태만 '정직 3개월'
"2차 피해 등 알면서 수사 안해…징계 정당"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을 맡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은 군검사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중위 A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성남=뉴스핌] 윤창빈 기자 = 2021년 6월 7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있다. 2021.06.07 pangbin@newspim.com |
A씨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법무실에서 군검사로 근무하면서 지난해 4~6월 이예람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건을 수사를 담당했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이 중사가 사망하면서 A씨의 직무유기 혐의와 관련한 수사가 개시됐고 국방부 검찰단은 A씨의 허위보고, 직무유기, 무단이탈 등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군인징계위원회는 A씨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의결했고 국방부 장관은 이에 따라 같은 해 10월 A씨에게 성실의무 위반(직무태만), 근무지이탈금지의무 위반(무단이탈)을 이유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징계위 징계의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6일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이 중사의 위태로운 정신 상태, 극단적 선택 시도 정황, 상급자의 합의 종용 사실 등을 인지했음에도 약 20일간 그에 대한 수사나 관련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후 피해자 조사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 중사가 5월 3일에 조사받기를 희망함에도 불가피한 사유 없이 5월 21일로 조사일정을 미뤘고 6월 4일로 재차 일정을 변경했다. 이 중사는 5월 22일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A씨는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 없고 징계 양정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정직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련 형사 불기소처분 이유에서도 원고가 상당한 기간 동안 피해자 조사 준비 외에는 다른 수사를 전혀 하지 않고 휴가 및 출장 등의 개인적인 사유로 피해자 조사를 미룬 점을 인정했다"며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출장 업무 종료 후 근무지로 복귀하지 않고 휴식을 취한 행위 역시 성실의무 위반으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성실의무 위반 등 비위사실이 있었음이 인정되고 원고의 각 비위사실 내용에 비춰볼 때 그 양정 역시 징계기준 범위 내의 것으로서 특별히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정직 3개월 처분이 과도하다는 A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성폭력 피해자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가해자로부터 2차 가해를 받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 없이 만연히 조사를 지연한 결과 불행히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성실의무 위반의 정도나 직무태만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은 징계기준에 부합하고 그 기간 역시 과다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shl22@newspim.com